정치 불확실성에 소비심리 위축…팬데믹 이후 최대 하락폭

이호정 기자 2024-12-24 11:04:15
사진=연합뉴스


비상계엄 사태로 인해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고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12월 소비심리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1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88.4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대비 12.3포인트(p) 감소한 수치로, 팬데믹 당시인 2020년 3월(-18.3p)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했다.

지수 자체도 2022년 11월(86.6) 이후 2년 1개월만에 최저 수준이다.

CCSI는 소비자동향지수(CSI)를 구성하는 15개 지수 중 현재생활형편·생활형편전망·가계수입전망·소비지출전망·현재경기판단·향후경기전망 등 6개 지수를 토대로 산출된다. 지수가 100보다 크면 소비 심리가 장기평균(2003∼2023년)과 비교해 낙관적, 100보다 작으면 비관적임을 뜻한다.

11월 대비 CCSI를 구성하는 6개 지수 중 현재경기판단(52·-18p)이 눈에 띄게 하락했다. 지난 2020년 3월(-28p) 이후 낙폭이 가장 컸다.

향후경기전망(56·-18p)도 2022년 7월(-19p)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을 기록했다. 이어 현재생활형편(87·-4p), 생활형편전망(86·-8p), 가계수입전망(94·-6p), 소비지출전망(102·-7p) 등도 나란히 떨어졌다.


황희진 한국은행 통계조사팀장은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수출 둔화 우려 등으로 11월 소비자심리지수가 하락했는데 12월에는 비상계엄 사태가 지수 하락 요인으로 추가됐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적 불확실성이 얼마나 빨리 해소되고 안정을 찾아가느냐에 따라 소비심리 회복 속도도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택가격전망지수도 하락세를 보였다. 12월 지수는 103으로, 11월(109)보다 6p 떨어졌다. 아파트 매매 가격 상승세 둔화와 서울 아파트 거래 감소 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해당 지수는 9월에 119로 2년 1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뒤 석 달 연속 하락했다.

한은이 10월에 이어 11월에도 기준금리를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금리수준전망지수는 가계대출 관리 강화에 따른 대출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지난 11월 93에서 12월 98로 5p 상승했다.

향후 1년간의 물가 전망을 나타내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전월보다 0.1%p 상승한 2.9%를 기록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대를 유지했으나 원/달러 환율 급등과 공공요금 인상 우려로 물가 전망이 상승세를 나타냈다.

3년 후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7%로 전월보다 0.1%p 올랐으며 5년 후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6%로 전월과 동일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10일부터 17일까지 전국 2500가구를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전체 응답의 90% 이상이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기 하루 전인 13일까지 수집됐다.

이호정 기자 hj.lee@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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