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공무원 뇌물혐의’를 받던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의 사법리스크 일부 해소와 금융당국의 지방은행 시중은행 전환 인가 심사기준 확정이 맞물리면서, DGB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에 속도가 붙고 있다. 하지만 불법계좌개설 적발 및 꺾기 의혹 등 내부통제 부실 이슈는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31일 ‘2차 금융위원회 정례회의’를 열고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인가에 관한 법령 검토 결과를 살펴본 후 이를 위한 심사기준 및 절차 등을 확정했다.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첫 사례인 만큼 현행법(은행법)에 관련 기준이 명시되지 않은 상태라 이를 확립해야 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부터 금융권 전문가와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인가 심사를 위한 법령 해석을 진행해왔다. 그 결과, 시중‧지방‧인터넷전문은행 모두 같은 은행업을 영위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은행법 제8조에 따른 ‘은행업 인가’로 진행하되, 폐기‧신규취득 등 인가 단위의 변경이 아닌 인가 내용의 변경으로 추진하기로 결론 내렸다.
다만, 지방은행에서 시중은행으로의 전환은 중요사항의 변경에 해당하는 만큼 신규 인가에 준해 ▲대주주 요건 ▲사업계획의 타당성 요건 ▲임원 요건 ▲인력·영업시설·전산설비 요건 등 법령상 모든 세부심사 요건에 대해 심사할 예정이다.
본인가 이전 예비인가 단계는 생략키로 했다. 이미 DGB대구은행이 인적‧물적 설비 등을 갖추고 은행업을 영위하고 있어 예비인가가 불필요하다는 관점을 기반한 판단이다. 시중은행 전환 추진 시 DGB대구은행은 기존 현행법을 승계하면서 인가 내용을 지방은행에서 시중은행으로 변경하면 된다.
금융위는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인가 심사기준·절차를 발표한 뒤 지방은행에 인가 신청서를 접수하고, 심사를 개시할 예정이다. DGB대구은행은 안건 의결에 따라 인가신청서를 금융위에 제출할 계획이다. 업계 안팎에선 내달 초순 인가 신청이 접수되면 오는 3월까지 금융위의 심사를 거쳐 이르면 올해 1분기 내 시중은행으로 전환될 것으로 보고 있다.
DGB금융은 지난해 내부에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시중은행 전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DGB대구은행은 이미 시중은행 예비인가를 받기 위한 법적요건인 최소자본금 요건(1000억원), 지배구조 요건(산업자본 보유 한도 4%·동일인 은행 지분율 10% 이하)을 모두 충족하는 상태다.
DGB대구은행이 심사를 통과하면 1992년 평화은행 이후 32년 만에 새로 출범하는 시중은행이며, 국내 시중은행 중 KB국민·신한·우리·하나·제일·한국씨티은행에 이은 일곱 번째 시중은행이 된다. 동시에 대동은행(대구)·동남은행(부산)이 사라진 뒤 26년 만에 등장하는 ‘지방에 본점을 둔 시중은행’이란 타이틀도 붙는다.
◆김태오 회장 사법리스크 해소…시중은행 전환 작업 물꼬
시중은행 전환 작업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 것은 김 회장의 사법리스크가 일부 해소된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 따르면 대구지방법원 제11형사부는 지난 10일 국제상거래에 있어서 외국공무원에 대한 뇌물방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태오 회장에 무죄를 선고했다.
김 회장은 지난 2020년 4~10월 대구은행 캄보디아 현지법인 특수은행(DGB SB)의 상업은행 인가 취득을 위해 브로커를 통해 캄보디아 금융당국 공무원 등에게 로비자금으로 350만 달러(한화 41억원 상당)를 건넨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브로커를 낀 뇌물도 직접 뇌물을 공여한 행위로 보고, 김 회장에 징역 4년과 벌금 82억원을 구형했다. 하지만 이날 재판부는 개인의 이익이 아닌 기업의 이익 추구 활동에서 자금이 쓰인 점에서 혐의가 성립될 수 없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DGB금융은 판결 결과를 환영하며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작업도 진행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췄다. 판결 직후 DGB금융 관계자는 “앞으로 고객 가치를 최우선으로 정도경영과 윤리경영에 최선을 다하고 내부통제 관리에 부족한 부분이 없는지 살피면서, 시중은행 전환도 차질 없이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DGB금융 → iM금융’ 상표 변경…‘종합금융그룹’ 도약 밑그림
DGB금융은 대구은행 시중은행 전환을 염두해 작년 12월 ‘iM금융그룹’이란 상표등록을 마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작년 8월 초 은행‧금융업을 포함한 3개 사업 분야에 사용할 수 있도록 출원한 상표 ‘iM(아이엠)’을 기반으로 파생된 지주사 상표권이다.
현재 DGB금융지주는 대구은행 외에 DGB캐피탈·하이투자증권·DGB생명·DGB신용정보 등 비은행 계열사를 보유했다. 이에 대해서도 iM캐피탈(DGB캐피탈)·iM투자증권(하이투자증권)·iM라이프(DGB생명)·iM자산운용(하이자산운용)·iM유페이(DGB유페이)·iM신용정보(DGB신용정보) 등 주요 계열사 상표권 등록을 마쳤다.
나아가 ‘iM저축은행’, ‘iM손해보험’ 등 현재 보유하지 않은 계열사의 상표권도 함께 등록됐다. 이는 DGB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이 완료되는 때에 비은행 계열사 인수를 통해 종합금융그룹으로의 도약에 나서겠다는 의도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불법계좌개설 적발 및 꺾기 의혹…내부통제 ‘걸림돌’ 예상
일각에선 DGB대구은행의 불법계좌개설 적발 및 조치, DGB금융지주 계열사 하이투자증권 ‘꺾기’ 의혹이 시중은행 전환의 또 다른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해당 금융사고와 관련해 지주사의 계열사 내부통제가 소홀했단 책임을 물을 수 있어서다.
은행법상 금융위 인가를 받기 위해서는 ▲대주주가 충분한 출자능력·건전한 재무상태·사회적 신용을 갖추고 ▲임원이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에 적합해야 한다.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에상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거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유예기간에 있는 사람은 임원이 될 수 없다. 또 금융관계법에 따라 임직원 제재조치를 받거나, 금융사의 공익성·건전경영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도 재직이 제한된다.
앞서 작년 7월 DGB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처음 공식화한 DGB금융은 당해 9월 중에 시중은행 전환 인가 신청을 끝내고 연내 시중은행으로 전환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를 공표한 지 한 달 만인 작년 8월, DGB대구은행에서 직원 수십명이 고객 동의를 받지 않고 예금 연계 증권계좌를 부당 개설한 정황이 적발되면서 계획에 차질이 빚어졌었다.
금융감독원 검사에 따르면 2021년 8월부터 작년 7월까지 DGB대구은행 56개 영업점에서 증권계좌 1662건을 고객 몰래 개설됐다. 여기에 가담한 은행원도 100명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면서 금융사고 유인으로 증권계좌 개설 실적을 영업점 핵심평가지표(KPI) 및 개인 실적에 확대 반영, 사후점검 기준 등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장치 미비 등을 꼽았다.
당시 금감원은 사고자 및 관련 임직원의 금융실명법 등 법규 위반 사항, 내부통제 소홀 등에 대해 엄중히 책임을 묻기로 결정했다. 나아가 금융실명법 위반 혐의가 있는데도 금감원에 이를 지체없이 보고하지 않은 점과 향후 지방금융지주의 자회사 통할 기능 전반에 대한 별도 점검도 병행하겠다고 밝혔었다.
또 하이투자증권은 작년 한 부동산개발업체에 400억원 규모 대출을 해주는 조건으로 30억원 상당의 자사 부실 채권을 팔았다는 이른바 ‘꺾기’ 의혹을 받고 있다. 작년 국정감사 당시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하이투자증권은 자사의 부실채권(NPL)을 매수하는 조건으로 대출 약정을 해준다”며 꺾기 영업 행태를 지적한 바 있다.
이에 금융당국에선 DGB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심사에서 내부통제 요건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겠단 입장을 밝혔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작년 금감원 국정감사에서 대구은행 시중은행 전환 심사에서 내부통제 요건 등을 엄격히 보겠다고 강조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과 관련해 “법률적으로 전환 신청 자체는 (금감원의) 검사 진행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면서도 “내부통제는 철저히 보겠다”고 말한 바 있다.
금융위는 대구은행이 시중은행 인가신청서를 제출할 때 임원 인사조치 등에 대한 계획도 함께 제출하라고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오는 7월부터 시행되는 금융사지배구조법 개정안에 앞서 책무구조도를 조기 도입할 것을 당부했다.
신수정 기자 newcrystal@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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