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은행, 고객 명의 훔쳐 1000여 계좌 개설…금감원 긴급검사 착수

고객 증권계좌 개설신청서 복사·수정 → 다른 계좌 임의 개설
범죄 사실 숨기기 위해 계좌개설 안내문자 차단…"치밀한 수법"
금감원 "대구은행, 6월 인지 후 금감원에 신속 보고 하지 않아"
대구은행 "정상적 내부통제 절차 따라…의도적 보고지연 아냐"
권오철 기자 2023-08-10 18:13:29
[스마트에프엔=권오철 기자] DGB금융그룹의 대구은행이 고객 명의를 도용해 1000여개 증권계좌를 개설한 혐의가 뒤늦게 드러나 금융당국의 검사를 받고 있다. 대구은행은 지난 6월 해당 혐의를 인지했음에도 당국에 신고하지 않은 채 자체 조사만 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대구은행은 "의도적 보고 지연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대구은행은 입출금통장을 연계해 다수 증권회사 계좌를 개설할 수 있는 '예금 연계 증권계좌'를 고객 동의 없이 임의로 추가 개설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고객이 1개 증권계좌를 개설하면 증권계좌 개설 실적을 높일 목적으로 해당 계좌 개설신청서를 복사 및 수정해 다른 증권사 계좌를 임의 개설하는데 활용했다고 한다. 임의 개설 계좌수는 1000여 건으로 알려졌다. 

또 대구은행은 임의 개설 사실을 숨기기 위해 계좌개설 안내문자(SMS)를 차단하는 방식을 동원했다. "수법의 치밀함이 엿보이는 대목"이란 평가다.  

대구은행은 지난 6월 30일 해당 혐의를 인지하고도 금감원에 알리지 않은 채 지난 7월 12일부터 줄곧 자체감사를 진행했다.

금감원은 "(대구은행이 아닌) 외부 제보를 통해 이 같은 혐의를 인지했다"며 "이에 즉시 검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또 "본 건 사실을 인지하고도 금감원에 신속히 보고 하지 않은 경위를 살펴볼 것"이라며 "문제가 있다면 책임을 물을 방침"이라고 했다. 

대구은행 측은 "본건 인지 후 정상적인 내부통제 절차에 따라 진행했다"면서 "의도적 보고 지연 및 은폐 등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정도경영에 위배되는 행위에 대해서는 향후 엄정하게 조치할 예정"이라며 "금감원의 검사에 성실히 임하며 제도보완을 통해 유사사례 발생 방지대책을 강구할 예정"이라고 했다. 

DGB금융그룹 사옥 전경. 사진=권오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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