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간 횡령 天國' BNK경남은행…예경탁 행장 '묻지마 늑장사과' 논란

2일 오전 금감원 경남은행 562억 횡령 사건 발표 이후
3일 오후 예경탁 행장 뒤늦은 사과…기자 질문 안 받아
"전정성 잃은 보여주기식" "경직성·폐쇄성" 비판 쇄도
권오철 기자 2023-08-04 19:35:52
[스마트에프엔=권오철 기자] 15년에 걸쳐 내부 직원이 회삿돈 562억원을 빼돌리는데도 전혀 알아채지 못한 은행이 있다. 경남 창원에 본점을 둔 BNK경남은행이다.

예경탁 경남은행장은 금융당국이 이같은 횡령 사실을 공식 발표한지 하루가 지나서야 뒤늦게 사과에 나섰다. 그는 사과의 말만 하고 취재진 질의는 일체 받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예 행장의 '묻지마 늑장사과'와 관련해 경남은행의 경직성과 폐쇄성을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평가했다. 

4일 경남은행과 업계에 따르면 예 행장은 전날 오후 4시쯤 갑작스럽게 몇몇 지역 언론사 기자들을 창원 본점에 불러 기자회견을 열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2일 오전 경남은행의 562억 횡령사건을 공식 발표한지 하루 이상 흐른 시점에서 이뤄진 것이다. 

예 행장은 사과를 하며 "횡령 자금을 최대한 회수해 은행 피해도 최소화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고객의 신뢰를 조속히 회복하기 위해 비장한 각오와 뼈를 깎는 노력으로 새롭게 거듭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예 행장은 사과문만 읽은 뒤 취재진 질의를 받지 않고 즉각 퇴장했다. 이를 두고 한 업계 관계자는 "질의도 받지 않을 거면 사과문을 사진 찍어 배포하지 애꿏은 기자들을 왜 불렀나"라며 "진정성 없는 보여주기식 사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다른 관계자는 "예 행장의 '묻지마 늑장사과'는 경남은행의 경직성과 폐쇄성을 보여주는 단면"이라며 "장기간의 횡령이 발생할 수 있었던 최적의 환경"이라고 평가했다. 1992년 경남은행에 입행한 예 행장은 여신지원본부장, 여신운영그룹장 등을 거쳐 올해 은행장에 올랐다. 

경남은행 관계자는 "금감원에서 보도자료가 나온 다음 날 사과한 것"이라며 "하루 늦은 걸 많이 늦었다고(할 수 있나)···"라고 말했다. 예 행장이 취재진의 질문을 받지 않은 것과 관련해서는 "(은행장의)기자회견 사례가 거의 없다"며 별일 아니라는 듯 일축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경남은행 투자금융부서 직원 A씨는 2007년 12월부터 올 4월까지 부동산PF 업무를 담당하면서 총 562억원을 횡령·유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은 "A씨는 약 15년간 동일 업무를 담당하면서 가족 명의 계좌로 대출(상환) 자금을 임의 이체하거나 대출서류를 위조하는 등 전형적인 횡령 수법을 동원했다"면서 "은행의 특정 부서 장기근무자에 대한 순환인사 원칙 배제, 고위험업무에 대한 직무 미분리, 거액 입출금 등 중요 사항 점검 미흡 등 기본적인 내부통제가 작동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금융사고와 관련해 내부통제 실패에 책임이 있는 관련 임직원에 대해서도 단호하고 엄정하게 조치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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