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은행, 2988억원 PF대출 횡령 발생…빈대인·예경탁 책임론
2023-09-20
올해 국정감사에서 '도둑'으로 변신한 은행들의 금융사고 및 내부통제 부실이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특히 3000억원에 이르는 사상 최대 횡령 사고가 발생한 BNK경남은행과 1000여개 고객 명의를 훔쳐 증권계좌를 개설한 DGB대구은행의 만행은 이번 국감의 뜨거운 감자로 꼽힌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는 오는 11일 금융위원회, 17일 금융감독원에 대한 국감을 실시한다. 정무위는 추석연휴가 끝나는 대로 국감 일반증인 명단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정무위 국감 증인으로 빈대인 BNK금융지주 회장과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을 빼놓을 수 없다는 시각이 많다.
경남은행에서는 2988억원 규모의 횡령 사고가 발생했다. 경남은행에서 15년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업무를 담당한 A씨는 2009년 5월부터 2022년 7월까지 17개 PF사업장에서 총 77회에 걸쳐 이 같은 횡령을 저질렀다.
무려 13년에 걸친 장기 횡령 사고가 가능했던 사실도 놀라움을 자아내지만, 이를 인지한 경영진의 대응에도 물음표가 달리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BNK금융지주와 경남은행은 지난 4월 초 A씨와 관련한 금융사고 정황을 인지했다. 그러나 경남은행은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자체조사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금융당국 보고를 지연했으며, BNK금융지주는 7월 말에서야 경남은행에 대한 자체조사에 착수하는 등 사고 초기대응을 지연시켰다.
이 같은 대응은 지난 3월 빈대인 회장이 취임한 이후 발생했다. 빈 회장은 역대급 횡령사고 인지 후 자체조사에 착수하기 전, 3개월간 무엇을 했던 것일까? 은행은 금융사고 금액이 3억원 이상인 경우에는 금융사고 발생한 날의 다음 날까지 금융위에 보고해야 한다. 왜 빈 회장은 금융당국 보고가 수개월 지체되도록 늑장조사를 했던 것일까?
대구은행은 고객 명의를 도용해 1000여개 증권계좌를 개설한 혐의가 뒤늦게 드러났나 금감원의 검사를 받았다.
증권계좌 개설 실적을 높일 목적으로, 고객의 증권계좌 개설신청서를 복사 및 수정하는 수법으로 다른 증권사 계좌를 임의 개설했다. 대구은행은 임의 계좌 개설 사실을 숨기기 위해 계좌 개설 안내문자(SMS)를 차단하는 방식을 동원했다.
대구은행은 지난 6월 30일 해당 혐의를 인지하고도 금융당국에 알리지 않은 채 지난 7월 12일부터 줄곧 자체감사를 진행했다. 금감원은 대구은행이 아닌 외부 제보를 통해 혐의를 인지, 지난 8월 검사에 착수했다.
대구은행 측은 "의도적 보고 지연 및 은폐는 없었다"고 일축했으나, 김태오 회장이 이번 국감에서 해당 사고의 전말을 소상히 밝힐지에 관심이 쏠린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가장 신뢰도가 높아야할 은행이 빈번하게 '도둑'으로 변신하고 있다"면서 "땅에 떨어진 금융기관의 신뢰를 회복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어 "먼저 내부통제와 관련해 베일에 싸여 있는 의혹이 해소돼야 할 것"이라며 "이번 국감이 기대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권오철 기자 konplash@smartfn.co.kr
댓글
(0) 로그아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