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에너지 안보 싱크탱크 SAFE “MBK, 고려아연 적대적 인수 시도”
2024-09-27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둘러싼 분쟁 과정에 불거진 법정 다툼에서 법원이 고려아연 측의 손을 들어줬다. 고려아연이 '자사주 매입'을 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이에 고려아연은 영풍과의 지분 확보 싸움에서 일단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김상훈 부장판사)는 2일 영풍 측이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을 상대로 제기한 자기주식 취득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 결정했다고 연합뉴스 등이 보도했다.
법원의 결정에 따라 고려아연은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거론된 대항 공개매수와 자사주 매입을 병행할 수 있게 됐다.
앞서 영풍과 사모펀드(PEF) 운영사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의 경영권 확보를 위해 공개매수에 나서겠다며 공개매수 기간(9월 13일~10월 4일) 동안 고려아연이 자사주를 취득할 수 없도록 해 달라고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
자본시장법 제140조에 따르면 공개매수자와 그 특별관계자는 공개매수 기간 공개매수 대상 회사의 주식을 공개매수 외의 방식으로 매수할 수 없다.
지난달 27일 열린 가처분 심문기일에서도 양측은 이 조항의 적용 여부를 둘러싸고 첨예하게 대립했다.
심문에서 영풍 측은 고려아연이 영풍에 속한 계열사인 특별관계인으로 자사주 매입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고려아연 측은 영풍 측의 경영권 인수 시도를 "적대적·약탈적 인수합병(M&A)"이라고 규정하며, 더는 영풍의 특별관계인이 아니기 때문에 별도 매수 금지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날 법원 결정에 따라 고려아연은 즉시 이사회를 열어 자사주 매입을 의결하고, 경영권 방어를 위한 지분을 늘릴 것으로 보인다.
고려아연은 최근 기업어음(CP) 발행으로 4000억원을 마련하는 등 자사주 매입을 위한 '실탄'을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영풍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고려아연은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공동으로 세운 회사다. 현재 고려아연은 최씨 일가가, 영풍그룹과 전자 계열사는 장씨 일가가 경영을 담당하고 있다.
2022년 최윤범 회장 취임 이후 최씨 일가와 영풍그룹 장씨 일가 간 고려아연 지분 매입 경쟁이 벌어지면서 두 회사는 경영권 갈등을 빚었다.
고려아연 최윤범측, 영풍정밀 경영권 사수전에 1181억 투입
한편 최윤범 회장을 비롯한 고려아연 최씨 일가 핵심 3인이 고려아연 경영권 다툼 과정에서 '캐스팅 보트'가 될 수 있는 계열사 영풍정밀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1181억원의 자금을 투입할 채비를 마친 것으로 나타났다.
최 회장, 최창규 영풍정밀 회장, 최창영 고려아연 명예회장 3인이 출자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인 제리코파트너스는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공개한 공개 매수 신고서에서 영풍정밀 발행 주식의 25%인 393만7천500주를 공개 매수하는 데 최대 1181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리코파트너스는 이날 공시에서 1181억원의 공개 매수 대금 중 300억원은 최 회장 등 주주 3인의 자기 자금으로 하고, 나머지 881억원을 하나증권에서 차입하겠다고 설명했다.
제리코파트너스는 "공개 매수 목적은 MBK의 적대적·약탈적 M&A 시도에 대응해 주식을 취득함으로써 대상 회사의 기업 가치 및 주주 권익을 보호하기 위함"이라며 "회사 지분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대상 회사의 현 경영진이 장기간 축적된 영업 능력과 산업 전문성, 경영 노하우를 활용해 향후 지속적 성장을 이끌어갈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신종모 기자 jmshin@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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