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vs 영풍·MBK파트너스...'여론전' 대립 격화

WSJ 보도 두고 양사 간 엇갈린 해석
고려아연 “적대적 M&A 통해 中 매각 우려”
MBK파트너스 “고려아연 매각 기업 가치 훼손”
신종모 기자 2024-09-30 09:15:10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 간 경영권 분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최근에는 양사가 외신보도를 두고 해석이 달라면서 감정싸움은 더욱 격화되고 있다. 

공개 매수 마감이 4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절대적 위기에서 경영권을 지키려는 고려아연과 공개매수를 통해 고려아연의 경영 정상화를 꾀하려는 영풍·MBK파트너스의 진흙탕 싸움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이제중 고려아연 부회장이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에서 열린 기자 회견에서 MBK·영풍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비롯된 공개매수에 반발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고려아연


30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최대 경제 매체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 27일(현지시간)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한 서구권과 각국 정부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양사 간 대립은 격화됐다. 

WSJ은 MBK파트너스가 세계 최대 아연제련소를 보유한 고려아연을 인수할 경우 미국 중심의 원자재 공급망이 중국에 의해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점에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 보도에 따르면 ‘중국에 대한 두려움으로 야기된 17억달러(약 2조2300억원) 규모의 인수전’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세계 최대 아연제련소를 둘러싸고 고려아연과, 영풍과 손잡은 MBK파트너스가 대립 중”이라며 “인수전의 핵심은 울산에 있는 온산제련소”라고 설명했다. 

고려아연의 온산제련소는 전 세계 단일제련소 기준 세계 최대 아연 생산량을 자랑한다.

하지만 전 세계 아연 생산량의 상당 부분을 중국 제련소들이 차지하고 있어 고려아연의 온산제련소는 미국이 중국으로부터 독립적인 원자재 공급망을 구축하는 전략의 핵심 시설로 꼽혀왔다.

WSJ은 “서구권 당국은 중국이 혼란을 이용해 원자재 공급망을 교란하거나 과잉 공급으로 시장을 왜곡해 불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현지 여론을 전달했다.

WSJ은 약 2년 전 한국을 포함한 미국 우방국들이 ‘핵심 광물 안보 파트너십(MSP)’을 체결한 점도 주목했다.

MSP는 핵심 광물에 대한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공급망 다변화를 꾀하기 위해서 체결한 자유진영의 핵심광물 협약이다.

하지만 이러한 자유진영의 노력에도 아연뿐 아니라 니켈, 코발트, 리튬 등을 포함한 전 광물 분야에서 중국의 우위가 지속해서 유지 및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적대적 M&A의 중요성이 크다는 판단이다.

WSJ은 호주 시드니대 미국 연구센터의 경제안보 책임자인 헤일리 첸너(Hayley Channer)가 “중국이 전 세계 핵심 광물회사를 매수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할 수 있는 일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 점도 함께 알렸다.

미국과 그 우방국들이 더 적극적으로 이번 인수전에 관심을 가져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언급한 것이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고려아연의 온산제련소는 미국이 중국으로부터 독립적인 원자재 공급망을 구축하는 전략의 핵심 시설로 꼽혀왔다”며 “고려아연뿐 아니라 서구권에서 중국 자본 및 기업과 연관성이 높은 MBK파트너스에 인수되는 것에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고려아연은 지난해 말부터 니켈제련소를 건설하고 있다”면서 “MBK파트너스가 인수하면 해당 니켈제련소도 중국 공급망에 포함될 수 있어 광물 분야에서 중국의 우위가 더욱 강화될 수 있고 미국 중심의 공급망 구축은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이 지난 19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MBK파트너스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공개매수에 나서게 된 배경 등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MBK파트너스 “외신 기사 왜곡 유감”

MBK파트너스는 “외신 기사를 왜곡하는 비정상적인 홍보형태 경악 중국에 대한 우려는 고려아연 측 미사여구이자 슬로건일 뿐”이라며 “주주 간 분쟁이 있을 경우 회사는 중립을 지키는 것이 도리이자 정상적인 행위”라고 유감을 표했다.  

MBK파트너스는 “중국계 자본이라고 매도하는 것을 넘어서 해외 언론사의 기사까지 왜곡해서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고려아연 측의 비정상적인 홍보 형태에 경악을 금치 못할 정도”라며 “MBK의 고려아연 인수 시 핵심광물 공급망 교란’이라고 보도자료 제목을 달았지만 WSJ 기사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오히려 WSJ에서는 MBK 파트너스가 한국 및 일본에서의 광범위한 교류와 투자를 강조하며 고려아연을 중국에 팔지 않겠다고 약속했다”며 “‘중국에 대한 우려’는 고려아연 측의 미사여구, 슬로건임 뿐임을 지적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WSJ에서는 MBK파트너스가 국내 언론종사자분들께 이미 여러 차례 말씀드렸던 점들을 기사에 반영했다”면서 “MBK 파트너스가 설립 이래로 국내 기업을 중국 기업에 한 번도 매각한 적이 없으며 중국으로부터의 출자금은 전체 펀드 규모의 5% 미만임을, 그리고 고려아연에 대한 투자는 대략 10년 정도로 장기적인 투자로 보고 있음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MBK파트너스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주도한 고려아연의 투자들을 예를 들며 최 회장 친구가 운영하는 원아시아파트너스 투자는 고려아연 본업과 전혀 무관함이 이사회 승인을 받지 않았다”며 “이러한 점들이 기업 거버넌스 우려를 낳고 있다는 영풍과 MBK파트너스의 주장을 함께 기사에 반영했다”고 말했다. 
 
이어 “WSJ 기사에서 핵심 기술을 중국 기업들에 이전하는 것은 고려아연의 기업 가치를 해치는 것”이라면서 “‘기업 가치를 제고하는 것이 사모투자운용사가 하는 일인데 기업가치에 반하는 일을 하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다’는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의 말을 전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강성두 영풍 사장은 지난 2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MBK파트너스와 영풍이 공개매수에 성공 시 중국 등에 고려아연을 매각할 것에 대해 “고려아연을 중국에 팔 생각이 없다”고 강조했다. 

강 사장은 “현재의 고려아연 직원들에 대한 인위적인 구조조정도 없을 것”이라면서 “만약 공개 매수가 끝나서 주요 주주가 되면 울산에 내려가 고려아연 노동조합 분들이 걱정하시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란 약속을 직접 드릴 것”이라고 전했다. 

칼 빼든 금감원 “공개매수 절차에만 집중해야”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 간 여론전이 심화되자 금융감독원이 “정해진 공개매수 절차를 적법하게 진행하라”고 경고했다.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전날 “양측이 금감원의 당부사항에 대해 왜곡하거나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고 있다”며 “적법한 공개매수 절차에만 집중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양측이 공개매체 외적인 요소로 여론 비방을 펼치면서 경쟁 양상이 과열된 것”이라면서 “양측의 시장질서 교란행위가 있으면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종모 기자 jmshin@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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