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협회, 홍명보·클린스만 감독 선임 과정서 내부규정 어겼다

김효정 기자 2024-10-02 11:47:17

우리나라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 등의 문제로 시끄러운 대한축구협회가 홍명보 감독과 전임 위르겐 클린스만 축구대표팀 감독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내부 규정을 어킨 것으로 드러났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축구협회의 국가대표 감독 선임 관련 감사에 대한 중간발표를 했다. 축구협회는 홍명보 감독 선임 당시 권한이 없는 이임생 기술총괄이사가 감독 후보를 최종 추천하고, 특히 면접 과정이 불투명·불공정하게 이뤄지는 등 제대로 절차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홍명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9월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3, 4차전에 나설 대표 선수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당초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을 이끌던 정해성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은 홍명보를 1순위로 한 최종 감독 후보군을 마련한 뒤, 갑작스럽게 위원장 자리에서 떠났고 이 기술이사가 선임 작업을 주도했다.

이에 대해 문체부는 "축구협회는 정 위원장의 요청에 따라 해당 역할을 기술이사에게 맡긴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감사 과정에서 정 위원장은 축구협회에 이와 같은 요청을 한 사실이 없던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기술이사에게 감독 추천 권한이 있었다는 축구협회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전했다.

또한 감독 면접 과정에서도 문제점이 드러났다. 

이 기술이사는 거스 포예트와 다비드 바그너 등 2명의 외국인 감독 후보자를 해외에서 면접했다. 이후 이 기술이사는 귀국해 홍 감독을 모처의 빵집에서 만나서 면접을 하고 그를 1순위로 보고했다.

문체부는 다른 두 외국인 감독과는 달리 이 기술이사가 홍 감독과 면접 과정에서 ▲ 사전 인터뷰 질문지 없이 ▲ 참관인 없이 기술이사 단독으로 ▲ 장시간(4∼5시간) 기다리다 늦은 밤 자택 근처에서 ▲ 면접 진행 중 감독직을 제안, 요청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홍 감독이 이사회의 서면 결의를 통해 감독 선임이 확정되는 과정에서, 이사 중 일부가 정식 이사회에 회부 요청을 하거나 서면결의가 요식행위가 되는 것에 유감을 표했던 점도 드러났다. 

다만 문체부는 홍 감독과 축구협회의 계약이 무효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감독 선임 과정에서 하자가 발견됐지만 계약 무효 수준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최현준 문체부 감사관은 홍 감독의 거취에 대해"축구협회가 자체적으로 검토해서 국민 여론과 상식과 공정이라는 관점에서 자율적으로 판단할 걸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특히 문체부는 '먹튀' 논란의 당사자인 전임 클린스만 감독 선임 과정에서도 축구협회는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 기능이 무력화된 상태에서 선임이 이뤄지는 등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김효정 기자 hjkim@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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