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협회 전력강화위 "클린스만 감독 경질 건의"…정몽규 결단 남아

클린스만 "선수 불화가 경기력에 영향"
이강인 측 “‘주먹질’ 보도 사실과 달라”
김성원 기자 2024-02-15 18:12:07
불성실한 태도, 지도력 논란 등으로 원성을 사고 있는 축구 국가대표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취임 1년만에 경질 위기에 직면했다.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는 15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결과 등을 논의하고, 클린스만 감독이 물러나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위원회는 회의 결과에 따라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을 협회에 건의했으며, 정몽규 협회장의 최종 결단만 남긴 상황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해 2월 말 대표팀 사령탑으로 부임했지만 숱한 논란만 야기한채 불명예 퇴진을 눈앞에 뒀다.

위르겐 클린스만 축구대표팀 감독이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한축구협회에서 2023 AFC 카타르 아시안컵 성과를 평가하기 위해 열린 2024년도 제1차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에 화상으로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황보관 축구협회 기술본부장은 위원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여러 가지 이유로 클린스만 감독이 더는 리더십을 발휘하기 힘들다는 위원회의 판단이 있었고, 교체가 필요하다는데 의견이 모였다"고 밝혔다.

황보 본부장은 "아시안컵 준결승 때 두 번째로 만난 팀(요르단)을 상대로도 전술적인 준비가 부족했고, 재임 기간 선수 선발과 관련해 감독이 직접 다양한 선수를 보고 발굴하려는 의지가 보이지 않았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회의 내용을 전했다.

또 "선수단 관리와 관련해서도 팀 분위기나 내부 갈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고, 지도자로서 규율과 기준을 제시하는 데서 부족했음이 드러났다는 지적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어 "국내 체류 기간이 적은 근무 태도와 관련해서도 '국민을 무시하는 것 같다', '여러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서 국민의 신뢰를 잃었고 회복하기 불가능하다'는 평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전력강화위 회의에는 마이클 뮐러 위원장과 전력강화위원인 정재권 한양대 감독, 곽효범 인하대 교수, 김현태 대전하나시티즌 전력강화실장, 김영근 경남FC 스카우트, 송주희 경주 한국수력원자력 감독이 참석했다. 위원 중 박태하 포항 스틸러스 감독과 조성환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 최윤겸 충북청주FC 감독은 화상으로 참여했다.

미국에 체류 중인 클린스만 감독도 화상으로 참석했다.

황보 본부장은 "클린스만 감독은 선수단 내 불화가 경기력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면서 "전력강화위원들이 '전술 부재'를 중점적으로 얘기했으나 클린스만 감독은 그 부분은 인정하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은 지난달 중순부터 카타르에서 열린 아시안컵에서 우승에 도전했으나 이달 7일 요르단과의 준결승전에서 지며 탈락했다.

역대 최고 전력을 살리지 못했다는 경기력에 대한 비판과 더불어 클린스만 감독의 잦은 해외 체류 등 성실성 논란도 이어지며 아시안컵 이후 경질 여론이 거세졌다.

게다가 아시안컵 4강 요르단전 전날 주장 손흥민(토트넘)과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사이에 물리적 충돌이 있었던 일까지 드러나면서 클린스만 감독의 퇴진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고조됐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당시 이강인, 설영우(울산), 정우영(슈투트가르트) 등은 저녁 식사를 일찍 마친 후 탁구를 치다가 주장 손흥민의 제지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손흥민이 이강인의 멱살을 잡자 이강인이 주먹질로 맞대응했고, 다른 선수들이 두 선수를 떼놓는 과정에서 손흥민의 손가락이 탈구됐다.

사건 이후 고참급 선수들이 클린스만 감독을 찾아가 요르단전에 이강인을 제외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분 사건이 알려진 뒤 이강인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언제나 저희 대표팀을 응원해주시는 축구 팬들께 큰 실망을 끼쳐드렸다. 정말 죄송하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올렸다.

그러나 이후 이강인 측은 '손흥민의 얼굴을 향해 주먹질했다는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이강인 측 대리인인 법무법인 서온의 김가람 변호사는 이날 "언론 보도 중 사실과 다른 내용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며 "사실이 아닌 내용에 대해 바로잡고자 한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손흥민이 이강인의 목덜미를 잡았을 때 이강인이 손흥민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며 “이강인이 탁구를 칠 당시에는 고참급 선수들도 함께 있었고, 탁구는 그날 이전에도 항상 쳐오던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강인이 자신의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반성하고 있다. 많은 축구 팬들께 불편과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면서 “이강인은 자신이 분쟁의 중심에 있었기에 구체적인 경위를 말씀드리기보다는 사과를 하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성원 기자 ksw@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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