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중 "어쨌든 죄송하다"...음주 뺑소니 이용차량 3대 블랙박스 '증발'

'전관' 변호인 선임, 출석 과정에서 특혜 논란
김효정 기자 2024-05-22 09:47:53
'음주 뺑소니' 혐의를 받는 트로트 가수 김호중(33)씨가 21일 오후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이날 오후 2시경 경찰 출석 과정에서 취재진을 따돌리고 조사에 들어간 김씨는 약 3시간 동안 조사를 받은 후에도 '취재진 앞에 설 수 없다'며 6시간을 버티다 출석 9시간 만에야 경찰서에서 나왔다. 

조사는 오후 4시 40분경 마쳤지만, 김씨는 '취재진 앞에 서고 싶지 않다'며 귀가를 거부하다 오후 10시 45분경 한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나왔다. 취재진에게는 "죄인이 무슨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조사 잘 받았고 남은 조사가 있으면 성실히 받겠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김씨는 "어쨌든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남겨 태도 논란까지 가중됐다. 이 말을 끝으로 김씨는 입을 다물고 차량에 올랐다.

'음주 뺑소니' 혐의를 받는 트로트 가수 김호중이 21일 오후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조사를 마친 뒤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서울 강남경찰서는 음주 뺑소니 사고 당일 김씨가 마신 술의 양과 술을 마시고 차를 몰게 된 경위를 집중 조사했다. 이날 조사는 김씨가 지난 19일 창원 콘서트를 마치고 난 후 음주운전을 인정한 뒤 이뤄진 첫 소환 조사다.

김씨의 변호인인 조남관 변호사는 "음주운전을 포함해 사실 관계를 인정했고, 마신 술의 종류와 양도 구체적으로 (경찰에) 말씀 드렸다"고 설명했다. 

조 변호사는 김씨가 뒤늦게 범행을 인정한 데 대해서는 "양심에 기초해 더이상 거짓으로 국민을 화나게 해선 안된다는 마음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씨의 범행 시인은 음주 사실 자체를 부인해 왔던 점, 매니저를 자신의 옷까지 입혀 거짓 자수하게 한 점, 도주 후 17시만에 음주측정에 임해 측정 수치를 무효화하려 한 점, 국과수 소변 검사 후 음주 판정을 받고 나서 인정한 점, 사고 10여일 만에 공연을 다 마친 후 인정한 점 등 '진정성'이 의심되는 상황이다. 

특히 조남관 변호사는 검찰총장 직무대행을 지낸 '전관' 변호사로, 법조계에 상당한 영향력이 있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김씨는 변호인을 통해 경찰에 비공개 조사를 요청했는데, 김씨의 출석 과정에서 김씨가 취재진을 피해 지하 주차장을 통해 조사실로 들어가면서 특혜 아니냐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조 변호사는 "경찰청 공보규칙상 경찰관서의 장은 피의자 출석 조사에 있어 사진 촬영 등을 허용해서는 안 되고 보호조치를 해야 할 의무가 있다"면서, "유명 가수이고 사회적 공인인 관계로 국민들에게 직접 사과하고 고개를 숙이는 게 마땅하나 사정이 여의치 않았던 점을 널리 양해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구속영장 신청 및 부정 여론 대응한 경찰 출석'...블랙박스 모두 사라져

애초에 운전 자체를 속이려다 들통이 난 김씨는 이후 소속사 대표 등을 통해 음주에 대해서는 강력 부인해 왔다. 그러나 그는 지난 19일 밤, 창원에서 열린 콘서트가 끝난 후 돌연 입장을 바꿔 혐의를 시인하고 경찰에 출석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김씨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커지고, 음주 뺑소니 정황 증거까지 속속 나오면자 김씨는 구속영장 신청 등에 대비, 조사에 성실히 임하는 모습을 보이려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경찰은 이날 김씨의 진술과 현재까지 확보한 증거 등을 토대로 위드마크(Widmark·마신 술의 종류와 체중 등을 계산해 시간 경과에 따른 혈중알코올농도를 유추하는 것) 공식을 활용, 음주운전 혐의 적용 여부를 따질 방침이다.

경찰은 사고 후 매니저가 경찰에 허위 진술하고 소속사 측에서 김씨 차량의 블랙박스 메모리카드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조직적으로 은폐 시도가 이뤄졌는지 여부도 수사 중이다.

경찰은 김씨가 사고 전후 이용한 차량 3대의 블랙박스 메모리 카드를 하나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모리 카드는 소속사 본부장이 '삼켜버렸다'고 밝혀 조직적 은폐 시도 의혹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한편 김씨는 지난 9일 오후 11시 40분경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한 도로에서 반대편 도로의 택시를 충돌하는 사고를 낸 뒤 달아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 사고후 미조치 등)로 조사받고 있다. 김씨는 사고 뒤 현장을 이탈해 경기도의 한 호텔로 갔다가 17시간 뒤인 다음날 오후 4시 30분께 경찰에 출석했다.

김효정 기자 hjkim@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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