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정의연대 등 시민단체, “이호진 태광 회장 차명주식 수사 촉구”
2021-02-26
[스마트에프엔=조성호 기자] ‘황제보석’ 물의를 일으킨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최근 ‘차명주식’ 허위 기재로 검찰 고발당한 데 이어 태광그룹이 운영하는 흥국생명 프로배구단에서는 ‘학교 폭력’ 사태까지 발생하면서 그룹 차원의 도덕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흥국생명 배구단이 학폭 문제를 일으킨 이재영‧다영 선수에 대한 징계 처리에 미온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불매운동 조짐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총수 일가의 잇따른 사법리스크로 몸살을 앓고 있는 태광그룹이 선수단 장악에도 실패한 모습을 보이면서 흥국생명을 비롯해 소비자 신뢰가 중요한 타 금융 계열사들의 브랜드 이미지 추락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공정위, 이호진 ‘차명주식’ 허위기재 검찰 고발…“15년간 법 위반”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3일 태광그룹 이호진 전 회장을 차명주식 허위기재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지정자료 허위제출에 대한 공정위 고발은 지난해 9월 '기업집단 관련 신고 및 자료제출의무 위반행위에 대한 고발지침'이 제정·시행된 후 처음이다.
공정위는 이 전 회장이 2016~2018년 지정자료 제출 당시 태광산업 등 2개 사의 주주현황에 대해 실제 소유주가 아닌 친족, 전‧현직 임직원 등 차명 소유주로 허위 기재한 행위를 적발했다.
특히 이 전 회장은 동일인으로 지정된 2004년부터 2018년까지 15년 동안 공정위에 소속회사 주주현황 자료를 차명주주로 기재해 지분율을 허위 기재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 전 회장은 1996년 11월 그룹 창업주이자 부친인 고(故) 이임용 전 회장으로부터 태광산업 주식 57만2105주, 대한화섬 주식 33만5525주를 친족 및 그룹 임직원 등의 차명으로 상속받았다.
이 전 회장은 1997년 이 중 일부를 실명으로 전환했지만 나머지 차명주식에 대해서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 전 회장이 허위로 신고한 주식은 태광산업 약 15만주, 대한화섬 약 1만주에 달한다.
특히 태광산업의 경우 이 전 회장이 약 15만주에 달하는 주식을 허위로 신고하면서 사익편취 규제대상에서 제외됐다. 이 전 회장이 제출한 자료를 기준으로 총수일가 지분율이 약 26%(실질은 약 39%)에 불과해 사익편취 규제(상장사의 경우 지분율 30%) 대상에서 자유로울 수 있게 된 셈이다.
공정위는 “이 전 회장이 1996년 상속 당시부터 해당 차명주식들의 존재를 인지하고 실질 소유하고 있었다”며 “2004년부터 지정자료 제출의무를 부담하면서 제출자료에 법적책임을 지겠다고 직접 기명날인한 점, 태광산업 등 대표이사로 재직하면서 주식소유현황 신고 의무도 부담한 바 있는 점 등 법 위반 행위에 대한 인식가능성이 현저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차명주식의 소유‧관리에 따라 2004년부터 사실상 동일한 법 위반행위가 장기간 지속됐다”며 “태광산업은 법 위반기간동안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에서 제외되는 등 법 위반의 중대성이 상당하다”고 꼬집었다.
‘황제보석’ 논란 대표적…골프장 손실 메우려 김치 강매하기도
앞서 이 전 회장은 2011년 400억원대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구속 기소된 후 63일만에 간암 등을 이유로 형 집행이 정지되며 ‘황제보석’ 논란으로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보석으로 풀려난 이 전 회장은 7년 넘게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으며 ‘황제 보석’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간암이라던 이 전 회장이 떡볶이를 즐기고 음주와 흡연을 하기 위해 집밖으로 돌아다니는 모습이 공개되면서 국민적 공분을 샀다.
이에 재판부는 2018년 12월 보석을 취소하고 7년 9개월만에 이 전 회장을 재구속했다. 이어 2019년 재파기환송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복역 중에도 뇌물공여, 업무상 배임, 청탁금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게 되면서 이 전 회장의 구설수는 끊이지 않았다.
특히 이 전 회장은 자신과 자녀가 소유한 골프장의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김치를 만들어 계열사와 임직원들에게 고가로 판매한 사실이 2019년 공정위에 적발되기도 했다. 당시 직원들은 성과급을 김치로 받았다며 허탈해 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 전 회장 일가가 100% 소유한 동림관광개발은 휘슬링락CC를 운영하면서 100억원대의 손실을 기록하고 있었다. 그러자 태광 계열사인 IT서비스 업체 티시스가 2013년 동림관광개발 인수에 나섰다. 티시스는 당시 영업이익이 125억원에 불과했다. 동림관광개발을 인수한 2013년 티시스는 7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그러자 티시스는 2014년 강원도 한 영농조합에 김치 제조를 위탁하며 김치 산업에 뛰어들었다. 티시스는 2014년 4월부터 2016년 9월까지 여기서 생산된 김치를 당시 시세보다 3배 가량 비싼 10kg 당 19만원으로 계열사에 판매했다.
계열사들은 이 김치를 판촉비, 직원 복리후생비 등을 써서 매입했다. 이어 직원들에게 ‘성과급’ 명목으로 지급했다. 태광산업, 대한화섬 등은 근로자들의 복지 증진을 위해 별도로 적립하는 사내근로복지기금을 동원해 김치를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계열사는 직원 전용 온라인 쇼핑 서비스를 개설하고 1인당 19만점씩 김치 구매에만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를 제공했다. 이처럼 직원들이 구매한 김치를 대신 사용하는 수법으로 떠넘긴 김치는 512.6톤, 95억5000만원어치에 달한다.
이밖에 태광 계열사 19곳은 이 전 회장의 부인인 신유나씨가 소유한 메르뱅이라는 회사로부터 임직원 선물 용도로 와인을 사들인 사실이 드러나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21억8000만원을 부과받기도 했다.
이 전 회장은 2012년 태광그룹 회장직을 내려놓고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여전히 태광그룹 대주주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태광산업의 경우 지난해 9월말 기준 이 전 회장은 29.48%(32만8189주)를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 전 회장의 장인인 신선호 일본 산사스식품 회장도 2398주(0.22%)를 보유하고 있다. 신선호 회장은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동생이다. 신유나씨는 신 회장의 맏딸이다.
총수일가 일탈‧흥국생명 ‘학폭’까지…계열사 불매운동으로 번지나
총수 일가의 이 같은 일탈 행동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계열사 배구단에서 ‘학교폭력’ 사건까지 알려지면서 그룹 차원의 도덕성이 도마에 올랐다. 특히 흥국생명이 가해 선수의 징계에 미온적인 모습마저 보이면서 여론은 싸늘해 진 상황이다.
지난 10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이재영‧다영 선수의 학교 폭력 가해 사실이 알려졌다. 이후 계속해 피해자들의 폭로가 이어지자 두 선수는 가해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하지만 흥국생명 배구단이 “징계도 선수가 받아들일 수 있는 상태가 됐을 때 내려야 한다”면서 선수를 감싸는 태도 모습을 보이자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불매운동을 해야 한다”는 등의 비난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징계가 미뤄지는 사이 추가 폭로가 잇따르자 구단은 처음 폭로가 나온 지 5일만에 두 선수에게 무기한 출전 정지의 징계를 내렸다. 그사이 남자배구와 타 여자배구 선수의 폭행도 추가 고발되는 등 배구계 전체가 뒤짚어 졌다.
흥국생명 배구단은 앞서 김연경 선수 해외이적 과정에서도 잡음을 내며 팬들의 분노를 샀다. 구단은 김연경이 해외에서 국내로 복귀할 경우 타팀으로의 이적이 불가능한 ‘임의탈퇴’ 선수로 묶어놨다. 통상 프로 스포츠에서 구단에 큰 기여를 하고 해외로 이적하는 선수에게 임의탈퇴 신분으로 묶어두기 보다 자유계약선수로 풀어주는 것이 관례다.
이 때문에 배구 팬들 사이에서는 흥국생명이 김연경에게 족쇄를 씌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결국 한국 리그로 돌아온 김연경은 울며겨자먹기로 흥국생명 행을 택했다. 글로벌 1위 배구 스타가 후배 이다영과의 갈등설에 곤욕을 치르고, 학폭으로 전력과 사기가 바닥난 너덜거리는 흥국생명을 떠안고 이끌어가게 됐다.
이처럼 총수 일가부터 배구단 선수까지 잇따르는 악재에 태광그룹의 대내외 이미지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특히 흥국생명을 비롯해 흥국화재, 흥국증권, 흥국자산운용, 고려저축은행, 예가람저축은행 등 금융 계열사와 티캐스트, 씨네큐브 등 소비자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태광 계열사들로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관련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사의 경우 소비자들이 자신의 자산을 어느 기업에 맡길 것인가를 판단할 때 떠오르는 해당 기업의 첫 이미지가 상당히 중요하다”며 “총수 일가의 계속되는 사법리스크는 물론 이번 학폭 사태까지 기업 이미지에는 분명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성호 기자 chosh7504@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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