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대체운용-NH증권, '환헤지 비용 책임' 법정 공방

약 3000억원이 투입된 영국 런던 소재 오피스 건물 '원폴트리(1 Poultry)'의 투자 손실을 두고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과 NH투자증권의 법적 분쟁이 벌어졌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하나대체운용은 최근 NH증권을 상대로 환헤지 비용을 부담하라는 취지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구상권 청구 소송)을 제기했으며, 현재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원폴트리에 대한 투자 이후 영국 파운드화의 가치가 계속 떨어졌는데, 이로 인한 환헤지(환율 변동으로 인한 손실을 막기 위한 일종의 보험) 비용의 책임 소재를 따지는 것이 갈등의 핵심이다.

하나대체운용은 NH증권이 펀드 투자자로 참여했는데도 환헤지 비용을 치르지 않아 해당 비용 청구를 강제 집행하겠다는 취지로 소송을 제기했다. 반면 NH증권은 계약서의 내용에 환헤지 조건이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이에 관한 비용을 치를 이유가 없다고 맞섰다. 

◆런던 오피스 '원폴트리'와 환헤지
원폴트리는 영국 런던의 금융 중심지에 위치한 오피스 빌딩이다. 하나대체운용은 2018년 런던 중심가의 건물인 '원폴트리'를 1억8500만파운드(당시 약 3000억원)에 매입했다. 아일랜드 상업은행에서 1억400만 파운드의 대출을 받았고, 사모부동산펀드(투자신탁89호)를 통해 NH투자증권·대신증권·메리츠화재·삼성화재·하나생명보험 등으로부터 자금을 모아 자금을 조달했다.

원폴트리에 대한 투자는 건물의 상태, 투자 구조, 주요 임차인이었던 위워크의 2023년 파산 등이 복합적으로 얽히며 실패로 이어졌다. 게다가 투자 시기였던 2018년 12월 이후 파운드화의 가치가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이로 인해 건물 가치와 투자 수익이 떨어졌다.

원폴트리에 투자했을 때 하나대체운용은 원금 100% 환헤지 전략을 실시했다. 이는는 환율이 어떻게 변하든 투자 원금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은행과 헤지 계약을 체결했다는 의미다. 

그런데 건물 가치가 큰 폭으로 하락함에 따라 환헤지 비용을 치를 펀드 자금이 고갈됐고, 환헤지 비용을 펀드 투자자들이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계약 조건의 혼란과 양측 입장
이번 분쟁의 주요 쟁점은 하나대체운용과 NH증권 간 환헤지 비용 책임을 둘러싼 계약 조건에 대한 이해 차다. 

다른 투자자들은 펀드 조성 초기부터 참여했으며, 계약서에 환헤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조항이 명시되어 있었다. 반면, NH증권은 펀드가 결성된 이후 일주일 뒤에 양수도 계약(양도인이 특정 권리나 자산을 다른 양수인에게 이전하는 계약)을 통해 투자자로 참여했다.

그런데 NH증권과 맺은 양수도 계약에서 환헤지 비용에 대한 조항이 포함되지 않았던 것이 문제의 발단이 됐다. 

하나대체운용의 주장을 요약하면, NH증권은 기존의 투자자 지위를 넘겨받았으므로 펀드의 기존 계약 조건을 따르는 것이 당연하며, 환헤지 비용을 부담하지 않겠다는 NH증권의 태도는 업계 신뢰를 저버리는 일이라는 것이다. 

하나대체운용 관계자는 "초기에 투자할 때 운용사 고유 자금으로 모자란 비용이었던 100억원가량을 먼저 투자한 뒤, NH투자증권에 양도했다"며 "이로써 책임은 모두 NH투자증권으로 넘어갔다"고 설명했다. 이어 "투자 상품의 손실에 따른 비용은 투자자가 치르는 게 상식적이다"라고 주장했다.

반면, NH증권은 자신들이 체결한 양수도 계약서에 환헤지 비용 부담에 대한 조건이 없었기 때문에 이를 지킬 의무가 없다는 입장이다. 

NH증권 관계자는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은 당사가 체결하지 않은 계약상 책임을 당사에 청구하고 있는데, 이는 근거없는 주장이며 소송을 통해 성실히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김준하 기자 guyblue@smartf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