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의 인사권 개입 문제가 또다시 제기됐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강 회장은 전날(9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했다. 이 자리에서 농해수위 소속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말부터 농협중앙회장의 인사권 남용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며 "새로 임명된 주요 임원은 과거 각 부문장이나 본부장으로 퇴임한 사람이 상당수"라고 주장했다.
이어 "퇴직한 사람을 다시 불러 내 사람을 쓰는 식으로 인사를 한다면 농협에서 누가 열심히 조직을 위해 일을 하겠느냐"며 "중앙회장의 무분별한 인사 단행이 농협에서 근무하는 많은 이들의 근로 의욕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차라리 그만두고 차기에 유력한 후보 찾아 줄을 대 주요 보직으로 임명되는 방식을 선택하지 않겠느냐"고도 꼬집었다.
이에 강 회장은 "'흑묘백묘'의 태도로 일 잘하는 사람을 일반 기업에서 스카우트하는 경우도 많다"며 "투명하고 공정하게 인사가 진행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국회에서 강 회장의 인사 문제가 제기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국회 농해수위 국정감사에서도 ‘낙하산 인사’ 문제가 거론됐다.
당시 농해수위 소속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은 농협중앙회와 그 계열사의 핵심 인물들을 언급하며 "언론 보도를 보면 강호동 선거 캠프가 재취업 창구란 얘기가 나온다"고 지적했다. 이에 강 회장은 언급된 인물들에 대해 "선거 기간에 마음을 나눈 분들이고, 선거 때 음으로 양으로 날 도와줬다"고 말했다.
또한 주철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금감원이 농협중앙회가 지배주주로서 (계열사에) 과도하게 개입한다고 지적하던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의했다. 이에 강 회장은 "그 부분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회장 취임 후 단행한 인사 49명 중 내부승진자가 한 명도 없다"며 "퇴직 후 재취업 12명, 기존 조합장 18명, 외부인사 19명으로 총 49명"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은 '낙하산 보은 인사', '올드보이의 귀환'으로 해석될 수 있다. 승진을 기다리는 내부 직원은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금감원은 당시 농협중앙회가 규정에 근거하지 않고 금융지주 등 계열사 인사와 경영에 개입했다고 보고 경영유의 조치를 내린 바 있다.
지난해 7월 국회 농축산위원회에서도 인사 문제에 대한 질의가 있었다. 주철현 의원은 "농협중앙회 정관과 인사 규정에 따르면 비서실장을 포함한 비서실 인사에 대한 임명권은 전무이사에게 있다"며 "회장에게는 전혀 권한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무슨 근거로 회장이 신임 비서실장을 임명한 것인가"라고 물었다.
강 회장은 지난해 3월 류길년 신용보증기획부 국장을 비서실장으로 임명했다. 이에 대해 강 회장은 "제가 임명하는 것은 아니지만 회장이다 보니까 그런 이야기가 나온 것 같다"고 답했다.
또한 주 의원은 "법적으로는 비서실장을 포함해 비서실 직원 한 명도 임명하지 못하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냐"고 질의했고, 강 회장은 "책임경영을 위해서는 중앙회장에 걸맞는 권한이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준하 기자 guyblue@smartfn.co.kr
댓글
(0) 로그아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