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저축은행도 '손태승 친인척 대출' 실행…잔액 6억8300만원
2024-08-30
올해를 단 하루 남겨둔 12월 31일, 본보는 다사다난했던 한 해 금융업계 주요 이슈를 '2024 금융결산①·②'를 주제로 한 두 기사로 정리한다. 기사①에서는 ▲잇따라 발생한 대규모 금융사고 ▲홍콩H지수 ELS 대규모 손실 사태 ▲역대급으로 불어난 가계부채 ▲170조원 규모로 성장한 ETF 시장 등을, 기사②에서는 ▲마침내 이뤄진 금리인하 ▲최고가를 경신한 비트코인 ▲불안했던 부동산 PF 부실 ▲윤석열 정부 비상계엄으로 인한 경제 상황 등을 다뤘다. [편집자주]
◆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등 정점에 이른 금융사고
올해도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손태승 전 우리금융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 신한투자증권의 1300억원 규모 운용 손실 사고, KB국민은행의 총 838억원 규모 금융사고 등이 있었다.
지난 8월 금감원은 우리은행에 대한 검사에서 손 전 회장 관련 친인척 부당대출 정황을 밝혔다. 이에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손 전 회장이 2020년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친인척과 관련된 법인 및 개인사업자에게 450억원 규모의 대출을 승인하는 과정에 개입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지난달과 이번 달 손 전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두 번 청구됐으나 모두 기각됐다.
손 전 회장의 처남 김 씨는 부동산을 매입 시 계약서를 위조해 인수 금액을 부풀려 우리은행의 대출을 받은 혐의로 지난 9월 구속 기소됐다. 김 씨는 지난 10일 대출 알선 및 수수료 수취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우리금융그룹은 '윤리경영실'을 신설해 윤리경영과 경영진 감찰을 하겠다고 밝혔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임원 감찰 전담기구를 설치하고 실장도 외부 법률전문가로 선임했다"며 "경영진의 일탈행위를 원천봉쇄하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0월 신한투자증권은 "장내 선물 매매 및 청산에 따라 1300억원으로 추정되는 손실이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지난 8월5일 국내 증시에서 '블랙 먼데이'로 불리는 대규모 주가 폭락이 일어났을 때, 신한투자증권의 한 직원은 ETF LP(ETF 시장에서 유동성을 유지하도록 돕는 금융기관) 목적에서 벗어난 장내 선물 매매를 하다가 큰 손실을 냈다. 해당 직원은 거짓으로 스왑거래 기록까지 만들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사장은 대규모 금융사고의 책임을 지고 이달 초 사임했다.
한편 KB국민은행은 업무상 배임으로 인해 135억 6290만원 규모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고 30일 공시했다. 이 사고는 지난해 4월~11월에 발생했고 금융감독원의 정기검사 과정에서 발견됐다.
올해 KB국민은행에서는 해당 건을 포함해 모두 8차례의 금융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나머지 금융사고는 ▲3월 104억원 ▲4월 272억원·125억원 ▲9월 26억원 ▲10월 3건 총 175억원 등으로 총 금액은 838억원에 달했다.
KB국민은행은 "관련 직원을 인사조치하고 형사 고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홍콩H지수 ELS 대규모 손실 사태
올해 초 은행들이 판매한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이하 홍콩 ELS) 상품에서 대규모 원금 손실이 발생했다. 중국 정부의 빅테크 규제 강화, 미중 갈등, 중국 경제 성장 둔화 등으로 인해 홍콩 H지수가 급락했고, 4조6000억원 규모의 손실이 났던 것이다.
ELS는 주식·채권·주가지수 등 기초자산의 가격변동에 연동돼 투자수익이 결정되는 상품이다. 기초자산의 가격이 사전에 정해진 조건을 충족하면 미리 약속된 수익을 올릴 수 있다.
홍콩 ELS의 기초자산은 홍콩H지수였다. 홍콩 H지수는 홍콩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 중 우량 기업들을 모아 만든 지수다. S&P500, 닛케이225 등 주요 주가지수와 함께 국내 ELS 상품의 기초자산으로 자주 활용된다.
ELS는 녹인(Knock-in)형과 노녹인(No Knock-in)형으로 나뉜다. 녹인형은 투자 기간 중 기초자산 지수가 특정 수준(보통 가입 시점의 50%) 이하로 떨어지지 않으면 수익을 얻을 수 있으며, 설령 녹인 구간에 진입하더라도 만기에 기초자산이 일정 수준(약 70%)을 회복하면 손실을 피할 수 있다. 반면, 노녹인형은 투자 기간 중 기초자산 가격 추이와 상관없이 만기 시 지수가 약 65% 이상이면 수익이 보장되는 구조다.
홍콩 H지수는 2021년 2월 1만2271.60의 고점을 기록한 뒤 계속 하락해 2022년 10월 4919.03으로 2008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7000대를 회복한 적도 있지만, 올해 1~2월엔 4000~5000선에 머물렀다.
2021년 상반기에 발행된 많은 ELS 상품이 당시의 높은 지수를 기준으로 설계됐는데, 홍콩 H지수가 2021년 상반기 대비 올해 초에 거의 50% 이상 떨어지면서 올 상반기에 만기가 도래했던 상품에서 대규모의 원금 손실이 발생했다. 2024년 상반기에 약 10조원 규모 ELS의 만기가 됐고, 녹인형과 노녹인형을 가리지 않고 원금 손실이 벌어졌다.
많은 투자자들이 홍콩ELS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 등 판매사들이 투자자들에게 상품의 위험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던 것이 문제로 지적됐다. 일부 은행은 투자권유자료에 원금 손실 가능성을 0%라고 기재했고, 금융소비자보호법상 설명서 맨 앞에 배치해야 하는 '위험등급 유의사항'을 누락하기도 했다.
한편 대부분의 홍콩ELS 투자자들이 이전에 ELS에 투자한 경험이 있었다는 점이 지적되며 투자자들에게도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ELS에 최초로 투자했던 사람의 비중은 8.6%였다.
지난 3월 금융감독원은 이 사태에 대한 분쟁조정기준을 발표했다. 판매사들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기준과 투자자 개별 기준을 마련했다. 80대 고령 고객에게는 최대 70%를 배상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은행권에서도 사태의 대책을 마련했다. 우리은행은 시중은행 중 가장 빨리 자율배상을 결정했고, 하나은행은 ‘홍콩 H지수 ELS 자율배상위원회·자율배상지원팀’을 만들었다.
◆ 1인 가계대출 사상 첫 9500만원 돌파…3분기 말 가계부채 1913조원
3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이 1913조8000억원으로 집계돼 전분기말에 비해 18조원 증가했다. 이는 2002년 4분기에 한국은행이 관련 통계를 발표한 이후 가장 큰 규모다.
11월 한은이 발표한 '2024년 3/4분기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가계대출 잔액은 1795조8000억원으로 전분기에 비해 16조원 증가했고, 판매신용 잔액은 118조원으로 2조원 증가했다. 가계대출은 은행 등 금융기관이 가계에 제공하는 대출을, 판매신용은 할부구매·신용카드결제 등을 의미한다.
가계대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던 것은 주택담보대출이었다. 주담대 잔액은 1112조1000억원으로 전체 가계대출의 약 61.9%를 차지했다.
한편 국내 가계대출 차주의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은 처음으로 9500만원을 넘었다. 2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은행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3분기 말 기준 가계대출 차주의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은 약 9505만원으로 집계됐다.
한은은 지난 24일 발표한 '2024년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서 현재 가계대출 구조에서 거시경제 충격이 발생해 가계소득이 감소하고 자산가격이 하락한다면 연체가구가 최대 5.1%까지 상승할 것으로 추정했다.
다만 "이 같은 상황이 일어나도 은행·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평균 자본비율이 규제수준보다 높기 때문에 금융기관에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 올해 국내 ETF시장 규모 170조원 넘어…글로벌 시장 순자산총액 11위
올해 국내 ETF 시장 규모가 170조억원을 넘었고 글로벌 시장에서 순자산총액 11위를 기록했다.
30일 한국거래소가 공개한 '2024년 ETF·ETN시장 결산 및 주요 특징 분석'에 따르면 국내 ETF 시장의 순자산총액은 173조2000억원으로 전년(121조1000억원)보다 약 43% 증가했다.
올해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ETF 시장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5위였다. 일평균 거래대금은 3조5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8.6% 늘었다. 코스피 시장 대비 ETF 시장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32.4%로 전년(33.4%)과 비슷했다.
신규상장 종목은 174종목, 상장폐지는 51종목으로 전체 상장종목 수는 935종목을 기록했다. 2019년 450종목이었던 것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국내형 ETF는 전년대비 14.2% 증가한 105.9조원, 해외형 ETF는 137.1% 증가한 67.2조원을 기록했다. 해외형 ETF는 모든 상품 유형에서 증가했다.
순자산총액 상위 1, 2위 종목은 'KODEX CD금리액티브(합성)'와 'TIGER 미국S&P500'로 각각 9조1000억원, 7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두 종목을 합하면 ETF 시장 전체의 9.4% 비중이다.
한국거래소는 "미 증시의 활황으로 해외형 ETF에 대한 자금 유입이 이어됐다"며 "반도체, AI 관련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관심 증가로 대표형, 전략형, 업종섹터형 ETF 증가가 두드러졌고, 국내형 ETF에서는 불확실성 확대로 파킹형 ETF(금리·단기채 ETF)로 자금 유입이 많아졌다"고 밝혔다.
김준하 기자 guyblue@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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