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금융당국에 면죄부 준 감사원…홍콩 ELS사태 반복될 것"

금융소비자보호 규제 완화한 금융당국 책임 물어야
권오철 기자 2024-06-03 16:49:07
홍콩 ELS사태와 관련한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을 공익감사해달라고 요구한 시민사회의 요청을 감사원이 기각한 가운데, 이를 비판한 목소리가 나와 주목된다. 

금융정의연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3일 공동 논평을 통해 "감사원의 기각 사유를 인정할 수 없다"며 "이는 지난 DLF 사태 이후 강화된 고위험 상품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 피해를 가중시킨 금융당국에 대해 면죄부를 주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미 정책적으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던 상황에서 해당 정책을 추진한 만큼 사전검토를 제대로 했는지, 이러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안전장치를 두었는지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재해 감사원장. 사진=감사원 홈페이지 캡처 


아래는 해당 논평 전문.

홍콩 ELS 사태 관련 감사청구 기각한 감사원, ‘꼬리 자르기 감사’ 안 된다 

1.참여연대가 금융정의연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홍콩 ELS 사태 피해자들과 함께 지난 2월 15일 홍콩 ELS 사태와 관련하여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에 대해 감사원에 청구한 공익감사가 5월 16일 기각되며 종결되었다. 감사원은 이미 하반기에 자체적인 감사계획을 가지고 있고, 금융기관의 책임에 대해서는 이미 금감원이 검사를 마치고 제재를 준비하고 있으며, 시민사회단체와 피해자들이 요청한 감사내용에  '정책적 판단에 대한 옳고 그름'을 묻는 사안이 적지 않아 입건 가능성, 감사 실시 및 처리 기간의 장기화 등 실무적 애로가 예상된다는 사유로, 본인들이 세운 계획대로 감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지난 DLF 사태 이후 강화된 고위험 상품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 피해를 가중시킨 금융당국에 대해 ‘정책적 판단’이라는 이유로 면죄부를 주는 것과 다르지 않다. 금융소비자단체들은 감사원의 기각 사유를 인정할 수 없다. 감사원은 금융기관들에 대한 제재와 별개로 금융당국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라.

2.감사원이 하반기에 계획하고 있는 '금융당국의 제대로 된 관리감독 여부에 대한 조사'는 당연한 것이다. 금융소비자단체들의 감사요청사안은 금감원이 제대로 금융기관들을 감독했는지이지, 금융기관의 내부통제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여부 자체는 애초부터 감사 대상이 아니었다. 금융기관에 대한 금감원의 검사와 제재도 감사원의 감사 결과 당연히 뒤따라야 하는 조치인 만큼 감사요청사안이 아니었다. 그런데 감사원은 오히려 감사청구대상인 금감원이 금융기관을 검사 후 제재 검토 중이므로 감사에 착수하기 어렵다는 엉뚱한 소리를 하고 있다. 금융회사에 대한 검사와 제재, 내부통제 점검이 적절했는가에 대해 금감원이 검사하여 제재를 검토 중인 것과는 별개로, 금감원이 금융회사에 대한 상시적인 점검을 했는지가 감사청구사항인 만큼 금감원에 대한 감사가 필요하다. 특히 금융당국 공무원들의 징계시효는 일반적인 시효보다 더 짧은만큼 즉각적으로 감사 및 징계가 이뤄져야 한다.

3.금융위 등 금융당국에 대한 감사청구 내용이 '정책적 판단의 옳고 그름'을 묻는 사안이라는 이유로 실무적 애로가 예상된다고 했지만 이도 납득하기 어렵다. 홍콩 ELS 판매는 옳고 그름 둘 중에 선택이 가능한 정책적 판단 영역이라기보다는 이미 앞선 DLF 사태로 강화된 금융소비자보호 규제를 금융당국이 완화하면서 발생한 문제이다. 즉, 이미 정책적으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던 상황에서 해당 정책을 추진한 만큼 사전검토를 제대로 했는지, 이러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안전장치를 두었는지에 대한 조사가 필요한 것이다. 만약 이번 감사가 금융기관들의 판매 책임만 묻고 이러한 규제를 완화해준 금융당국의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꼬리 자르기 감사’에 지나지 않는다. 감사원은 자체적인 하반기 감사계획에 더하여 금감원에 대한 감사, 금융위의 정책적인 규제완화 결정에 대한 감사를 추가로 실시해야 한다. 감사원이 책임을 방기하지 않고 시민사회와 피해자들의 요구에 응하길 촉구한다. 이러한 내용에 대한 감사 없이 금융기관에 대한 제재로만 마무리된다면 분명히 언젠가 제2, 제3의 ELS 사태가 반복될 것이다.

권오철 기자 konplash@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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