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진의 재미있는 K-LCC 이야기] (121) K-LCC의 설립 및 취항사(史)_4세대항공사_에어로케이항공②

2024-11-27 05:36:02
양성진 '세상을 바꾼 K-LCC' 저자


2007년 초, 항공업계에는 항공운송 면허 신청을 준비중이던 에어로케이항공에 대한 괴소문이 돌았다. 이른바 그 뒤에 외국자본이 있다는 것이었다. 수년째 국내 진출을 노리고 있는 에어아시아가 자본을 대고 있다는 설이었는데 그럴싸한 스토리로 구성되어 소문이 무성했다.

당시 에어아시아는 한국을 동북아시아 허브로 삼기 위해 여러 차례 진출을 꾀했지만 국내 항공법에 막혀 번번이 좌절된 바 있었다. 실제로 에어아시아는 청주공항을 모기지로 하던 한성항공 이후의 새 법인 티웨이항공 인수 경쟁에 국내업체와 합작형태로 인수전에 참여한 사례도 있었다.

이에 국토교통부조차 에어로케이항공의 ‘외국자본 배후설’에 대한 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에어로케이항공는 면허 신청 전에 의심부터 털어내야 했다. 2017년 8월30일 에어로케이항공은 공식입장을 통해 지분율을 공개했다. 에어로케이항공은 AIK(Air Innovation Korea)라는 페이퍼컴퍼니가 100% 출자한 회사였다. 그리고 AIK는 각각 22.1%의 지분을 가진 한화그룹과 사모펀드 에이티넘파트너스가 공동 최대주주이며, 주방가전기업 부방 10%와 강병호 대표이사 9.7%, 기타 이해관계자 10% 등 국내주주 지분율이 78%에 달하며, 외국인 지분은 22%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또 에어아시아를 비롯 어떤 외국항공사도 AIK 지분은 없다고 해명했다. 한화그룹은 한화테크윈과 한화인베스트먼트를 통해 160억원을 투자한 재무적투자자(FI)였다.

2016년 5월 회사 설립 당시 밝힌 취항 예정시기는 2017년 하반기였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발목이 잡히는 바람에 2018년 상반기로 미룬 상태였다.

에어로케이항공은 ‘선진국형 LCC’를 표방했다. 동북아시아 LCC 시장이 아직 걸음마 단계라고 보고, 외국항공사와 경쟁·보완 관계를 유지해 11%에 불과한 동북아시아 LCC 점유율을 높이는 것이 장기목표라고 밝혔다.

선진국형 LCC 외에도 '항공 스타트업'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스타트업다운 경영비법 중 하나가 항공기 도입방식이었다. 에어버스로부터 A320 신조기 8대를 매입한 후 리스사에 다시 세일앤리스백(Sale&Lease back) 방식으로 항공기를 마련했다. 당시 여건에서 에어버스가 K-LCC에 항공기를 판매한 것은 이례적이었다. 에어로케이항공은 항공기를 직접 매입한 중간과정을 거치면서 임차료를 줄였다.

또한 '독립형 LCC’라는 설립 근거에도 공을 들였다. 에어로케이항공은 "기존항공사(FSC)를 모회사로 둔 LCC는 근본적인 핵심역량과 사업모델 차이로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선진 항공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LCC는 대부분 사우스웨스트항공, 라이언에어 등과 같은 독립형 LCC"라고 설명했다. 또 "상대적으로 LCC 시장 개방과 발전이 늦었던 동북아시아 LCC업계는 대부분 FSC의 자회사 방식"이라며 "아직 LCC 점유율이 11%에 불과한 동북아시아에 선진형 LCC 모델을 갖춘 에어로케이항공이 진출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주장했다.

에어로케이항공은 준비 과정에서 선진국형 LCC, 항공 스타트업, 독립형 LCC 등의 이론적 틀 위에 충분한 자본금, 항공기 도입, 적극적인 지역사회 지원 등 바탕까지 탄탄했다. 이처럼 에어로케이항공의 초기 모습은 자신만만했다.

하지만 2017년 12월22일 국토부는 에어로케이항공과 플라이양양 등 두 곳의 항공운송사업자 면허 신청을 모두 반려 조치했다. 국토부는 "일부 면허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어 면허 반려가 필요하다고 결정했다"고 말했다. 에어로케이항공에 대해서는 국적사간 과당경쟁 우려가 크고 청주공항 용량부족 등에 따른 사업계획 실현 애로, 재무안정성 부족 우려 등이            반려 사유로 제기됐다.

에어로케이항공의 면허 신청이 반려되자 한화그룹은 즉각 투자금을 회수했다. 한화그룹은 에어로케이항공이 항공운송사업 면허를 2017년 안에 받지 못하면 자본금을 회수한다는 조항을 단서로 달아 투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 바람에 사모펀드 에이티넘파트너스가 단독 대주주로 부상했다. 공동 최대주주였던 한화그룹의 자본금 이탈과 자본금 축소는 면허 발급에 치명타였다. 당시 자본금은 450억원, 항공기 계약대수는 8대인데 자본금 회수가 개시되면 항공기 계약 역시 취소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왔다. 에어로케이항공은 “국토부가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신청을 반려해 힘들게 구한 투자자를 잃게 됐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항공업계에서는 “법적요건을 채운 신규사업자의 면허 신청을 6개월이나 미루다가 불허로 결정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한화그룹이라는 대기업이 K-LCC 시장에 뛰어들었다는 점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었다.

이시종 충북도지사는 2018년 6월25일 "(면허를 내주지 않는 이유로 내세운) 과당경쟁 주장은 기득권층을 보호하기 위한 논리"라며 “과당경쟁이 우려된다며 면허를 내주지 않는 것에 문제가 있고, 시대에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 도지사는 "시행령의 위헌여부를 검토하고, 헌법소원을 내서라도 관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글 / 양성진 ‘세상을 바꾼 K-LCC’ 저자>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