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진의 재미있는 K-LCC 이야기] (120) K-LCC의 설립 및 취항사(史)_4세대항공사_에어로케이항공①

2024-11-13 05:01:02
양성진 '세상을 바꾼 K-LCC' 저자


K-LCC 역사에서 2016년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2016년 K-LCC가 등장한 지 11년 만에 누적탑승객수에서 1억명을 넘어선 것이다. K-LCC가 처음 등장한 2005년 8월이후 2016년 6월까지 누적 유임승객에서 1억1479만명을 기록했다. 불과 3년 전인 2013년말 기준 5542만명에서 2배 넘게 증가한 것으로 그만큼 성장세가 가팔랐다. 누적탑승객수 1억명은 우리나라 국민 모두가 최소한 K-LCC를 1왕복씩은 탔다는 것을 뜻했다.

K-LCC 등장 후 처음 10년은 새로운 시장이 형성된 시기였다면 앞으로의 10년은 시장 포화로 인한 노선 확장의 한계가 관건으로 부각됐다. 게다가 기존항공사 뿐 아니라 외국계 LCC들과도 경쟁해야 하는 불확실한 미래가 K-LCC업계 앞에 맞닥뜨리고 있던 형국이었다.

그 와중에 2010년대 후반으로 가면서 LCC 시장 추가 진입을 노리는 신규사업자들의 행보가 빨라졌다. 공급과잉과 과당경쟁에 대한 우려가 여전한 상황이었지만 기존 6개사의 성공신화가 촉매제가 됐다.

2016년 5월 ‘K에어항공(이하 K에어)’이라는 법인이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을 주소지로 설립됐다. 청주공항을 모기지로 하고, 자본금은 10억원이었다. 최종 자본금 목표는 500억원이었으며, 2017년 2월 항공운송사업 면허를 신청해 2017년 하반기 취항을 목표로 했다. 당시 국토교통부의 신규항공사 국제운송사업 면허기준은 항공기 3대, 자본금 150억원 등을 요구하고 있었다.

K에어의 계획은 순조롭게 추진됐다. 2017년 1월 기준으로 A320(좌석수 180석) 3대를 보유하고, 자본금은 450억원에 달해 국토부의 기준을 넉넉히 충족했다. K에어는 K-LCC가 처음 시작된 청주공항을 모기지로 한다는 명분과 자부심도 있었다. 청주지역에서는 충청항공과 한성항공을 K-LCC의 개척자로 봤다. 청주공항은 K-LCC의 성지였던 셈이다.

당시 K-LCC업계의 폭풍성장세에 힘입어 청주공항도 성장했다. ‘만년 적자공항’이라는 오명을 벗고 2015년 연간이용객 200만명시대를 연 데 이어 2016년에는 270만명을 돌파했고, 2017년에는 첫 흑자시대를 열었다. 1997년 개항이래 18년만에 처음이었다. 해마다 50억원 안팎의 적자를 냈던 청주공항이 흑자를 낸 것은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등이 경쟁적으로 취항을 한 데 따른 것이었다.

국토 한 가운데에 위치한 지리적 이점에 자신감까지 더해지자 청주공항의 한 가닥 아쉬움은 거점항공사가 없다는 점이었다. 2008년 10월 한성항공이 운항을 중단하면서 항공사의 모기지 명맥이 끊긴 상태였다. 충북도는 청주공항의 지속성장을 위해서는 노선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이를 추진할 거점항공사 유치에 나선 터였다. 그 와중에 K에어 출범은 청주공항의 재도약을 상징하는 장밋빛 미래로 떠올랐다.

K에어를 띄우기 위해 충북도가 팔을 걷어 부쳤다. 충북도는 국토부 대상의 면허 신청작업을 주도했다. 면허 신청일정을 국토부에 사전조율까지 할 정도였다. 충북도는 최대한 면허신청서를 빨리 제출해 K에어보다 먼저 국토부 심사를 받고 있는 플라이양양과 묶음으로 심사받는 방안과 플라이양양의 심사가 끝난 후 면허를 신청하는 방안을 두고 고심하다가 전자가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K에어 면허 발급을 위한 여론 조성과 압박은 물론 각종 지원책까지 쏟아냈다. 충북도는 K에어의 면허 취득을 돕기 위해 대전, 세종, 충남과 공동으로 '청주공항 노선 다변화를 위한 충청권 공동건의문'을 국토부에 제출했다. 또 청주공항을 모기지로 하고 국제선을 운영하는 항공사에게 운항규모에 따라 1억∼2억원의 인센티브를 주고, 정치장에 부과되는 지방세 감면 등을 추진했다.

지역사회의 열렬한 호응에 힘입은 K에어는 2017년 3월13일 A320 항공기 8대에 대한 확정주문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항공법상 항공기 3대와 운항이후 일정기간 예상운영비 및 자본금 150억원이라는 요건만 갖추면 되었지만, K에어는 5대나 더 많은 항공기를 서둘러 구매한 셈이었다. 이를 K-LCC업계는 이례적으로 보았다.

당초 K에어는 2017년 4월 면허를 신청할 예정이었으나 조기대선에 따른 정치권의 어수선한 분위기를 감안해 대선이후로 연기했다. 그새 한화그룹과 부방에 이어 이민주펀드 자금도 끌어들였다. 2017년 5월말 개인투자자 이민주씨가 세운 에이티넘인베스트에서 K에어에 9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민주씨는 반도체ㆍ게임ㆍ통신장비 등 IT벤처주에 투자해 유명세를 탔던 개인투자자였다. 지분율은 이민주펀드와 한화그룹이 각각 20%대로 비슷한 수준이었고, 압력밥솥업체인 부방은 10%대로 전해졌다.

K에어는 면허 준비과정에서 2년동안 사용했던 'K에어항공'에서 2017년 6월26일 ‘에어로케이항공(Aero K Airlines)’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Aero K는 Korea를 뒤집어 쓴 것이다. 항공사 이름 치고는 꽤 독특하고 기발했다.

에어로케이항공은 2017년 6월26일 항공운송 면허를 신청했다. 한화그룹과 에이티넘파트너스가 약 160억원을 투자하고, 부방이 지분 10%, 개인투자자 등이 나머지 지분을 투자해 약 450억원의 자본금을 확보했다. 2018년까지 항공기 5대를 도입한 뒤 2019년 5대를 추가도입, 2020년까지 총 14대의 항공기를 구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저가' 이미지로 국한된 K-LCC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 A320 항공기를 모두 새로 제작된 비행기로 주문했다고 공개했다.

<글 / 양성진 ‘세상을 바꾼 K-LCC’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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