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진의 재미있는 K-LCC 이야기] (118) K-LCC의 설립 및 취항사(史)_4세대항공사_강원항공, 플라이양양~플라이강원~파라타항공⑤

2024-10-16 05:15:02
양성진 '세상을 바꾼 K-LCC' 저자


플라이강원은 2023년 5월20일 운항을 중단했다. 국내 항공업계에서는 ‘결국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는 식의 예견된 결과라는 분위기가 강했다. 플라이강원은 2023년 5월18일 서울지방항공청에 운항 중단 신청서를 제출했고, 5월20일부터 6월30일까지 양양∼제주 노선 운항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5월3일부터는 국제선 운항도 중단된 상태였다. 2019년 11월22일 양양~제주 노선에서 하루 2회 왕복 운항하는 일정으로 취항한 지 3년 6개월 만이었다.

플라이강원 홈페이지에는 주원식 대표이사 명의로 '고객사과문'이 올라왔다. ‘5월20일부터 운항중단을 하게 되어 고객들에게 불편을 끼쳐 드려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는 내용이었다. 사과문에는 누적된 자금경색으로 인해 지속적인 운영이 불가함에 따라 5월23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신청을 하였고, 순차적으로 환불을 진행 중에 있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플라이강원의 경영난은 취항직후 확산된 코로나19가 주요인으로 꼽힌다. 운항 중단 당시 채무는 미지급 임금과 임차료 등 약 440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사 대비 가장 먼저 취항에 나설 만큼 공격적이고 적극적이었던 플라이강원은 단 한순간도 이익을 내지 못하고 만성 적자에 시달렸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매출은 59억원에서 258억원으로 5배 신장했다. 하지만 2020년 당기순손실 269억원, 2021년 67억원, 2022년 285억원 등 매년 적자였다. 신생항공사가 미래성장을 위해서는 큰 폭의 초기투자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조속히 이루어 내는 게 성공방정식인 것은 맞지만 보폭이 넓으면 넓을수록 그 적자의 크기도 눈덩이처럼 커지는 게 숙명이었다.

여기에 플라이강원의 경우 코로나19를 겪는 동안 강원도의 재정지원을 받은 터여서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다. 강원도는 플라이강원에 145억원의 재정지원을 했고, 양양군도 20억원을 지원했다. 강원도는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며 정상화를 위한 대주주들의 책임 있는 자세와 플라이강원의 뼈를 깎는 자구 노력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플라이강원이 안고 있던 잠재적 불안요소는 정부도 예견하고 있었다고 봐야 한다. 국토부는 플라이강원의 항공운송사업자 면허 신청을 2016년부터 2017년까지 2번이나 잇따라 반려했다. 당시 국토부는 반려 사유에 대해 “양양공항 기반의 플라이양양이 충분한 수요를 확보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고 이에 따라 재무안정성이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플라이강원의 거점공항인 양양공항은 그간 다른 국적항공사들이 취항과 단항을 이어가며 모두 실패했던 곳이었다.

그런데 2019년 3월 플라이강원의 3수 도전에 국토부는 입장을 바꿔 면허를 내줬다. ‘거점공항 3년 유지’라는 불리한 의무조항까지 붙여줬다. 플라이강원 외에도 에어로케이항공, 에어프레미아 등 3개 항공사에게 무더기로 면허가 발급된 것이다. 대한민국 항공사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항공 잠재수요가 그렇게 많다고 본 것인지, 결국 지역여론에 굴복한 것인지, 누구는 주고 누구는 안주면 피치 못하게 발생할 시끄러움이 우려되었던 것인지 도통 알 수 없었다.

2023년 6월16일 서울회생법원 14부는 플라이강원에 대한 회생절차 개시결정을 내렸지만 공개경쟁 입찰 방식이든 스토킹 호스 방식이든 인수자를 찾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가장 큰 이유는 상대적으로 수요가 워낙 적은 공항을 거점으로 삼은 탓이었다. 국내선 이용객수 기준으로 양양공항은 국내 14개 공항 중 13위였다. 국제선 이용객수는 국내 국제공항 8개 중 꼴찌였다.

2023년 10월25일 이뤄진 1차 공개경쟁입찰에서는 응찰한 업체가 없어 유찰됐고, 2차 공개경쟁입찰에서는 응찰업체가 자금조달계획서를 제출하지 못해 2024년 2월 매각이 최종 무산됐다. 플라이강원의 3번째 매각 절차는 2024년 5월 가까스로 완료되었다. 법원은 2024년 5월14일 플라이강원이 제출한 회생계획 인가 전 인수합병(M&A) 절차 진행을 허가했다. 법원이 관리위원회와 채권자협의회(서울보증보험, 산업은행 등)에 의견을 조회한 결과 각각 적정 의견과 동의 의견을 냈다.

조건부 인수예정자로 '위닉스'가 선정됐다. 위닉스는 2024년 5월17일 플라이강원의 신주발행 유상증자에 참여해 주식 400만주를 200억원에 취득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위닉스는 공기청정기, 가습기 등을 만드는 산업용 냉장 및 냉동장비 제조회사로 알려져 있다.

플라이강원은 ‘강원도의 항공사’를 향한 강원도민과 양양주민들의 염원이었다. 강원도 관광산업 규모 확대와 발전,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큰 도움은 물론 2002년 개항이후 '유령공항'이라는 오명을 얻을 정도로 장기간 침체상태에 빠져 있던 양양국제공항의 꿈과 희망이었다.

플라이강원의 최종 매각 결정은 ‘강원도의 항공사’가 매각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불어 강원도민과 양양주민들의 염원도 매각된 것이다. 그리고 양양공항 역시 돌고 돌아서 다시 ‘유령공항'으로 되돌아간 것을 의미한다.

<글 / 양성진 ‘세상을 바꾼 K-LCC’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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