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진의 재미있는 K-LCC 이야기] (119) K-LCC의 설립 및 취항사(史)_4세대항공사_강원항공, 플라이양양~플라이강원~파라타항공⑥
2024-10-30 05:42:02
2024년 7월 플라이강원의 최종인수예정자로 위닉스가 확정되었다. 그리고 10월18일 플라이강원의 회생절차가 종결됐다. 서울회생법원은 "채무자가 회생계획에 따른 변제를 시작했고, 회생계획 수행에 지장이 있다고 볼 만한 다른 사정이 없다"며 조기 종결을 결정했다. 2023년 6월 회생절차 개시이후 1년 4개월만이다.
서울회생법원은 "우여곡절이 많았으나 플라이강원의 회생계획안이 인가됐다"면서 "강원도 거점항공사가 부활하고 지역 관광사업이 활성화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플라이강원을 인수한 위닉스는 항공사 이름에서 ‘강원’부터 떼어냈다. 파란 하늘과 파란 바다를 가득 담고 있는 양양공항의 파란 ‘파라타 시대’는 물 건너 갔다.
위닉스는 플라이강원의 새 이름을 '파라타항공(PARATA AIR)'으로 정했다. 파라타는 ‘밝고 선명하게 푸르다’는 의미의 '파랗다'를 뜻하며, 차별화된 고객서비스로 여행경험의 패러다임(Paradigm)을 바꾸는 신뢰할 수 있는(Trustworthy) 항공사(Airlines)라는 의미도 가졌다. 패러다임, 신뢰, 항공사 등의 알파벳에서 6자를 따온 조어라는 설명이다. 즉 여행의 시작부터 끝까지 고객과 여정을 함께 하는 브랜드로 도약하겠다는 정체성을 담았다.
파라타항공의 첫 대표는 윤철민 위닉스 대표가 선임됐다. 윤 대표는 위닉스 창업주 윤희종 회장의 장남이다. 일각에서는 윤 대표가 항공업 경험이 전무하다는 점 등을 들어 파라타항공의 미래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K-LCC 20년 역사에서 CEO의 항공업 경험 유무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제주항공의 경우 2005년 1월 회사 설립부터 코로나19 직전까지 6명의 CEO를 거치는 동안 항공업계 출신은 아무도 없었다. 글로벌로 확장해보아도 LCC의 효시 사우스웨스트항공, 유럽 LCC의 선두주자 라이언에어, 아시아 최초이자 최대 LCC 에어아시아 등 성공한 해외 LCC의 설립자 모두 항공업계 경험이 전혀 없었다.
파라타항공이 내놓은 차별화 방안 가운데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 제공(합리적 프리미엄) ▲LCC-FSC라는 이분법 구조를 넘어선 글로벌 하이브리드 항공사가 있다. 프리미엄을 넘어 합리적 프리미엄, 하이브리드를 넘어 글로벌 하이브리드를 제시했다.
K-LCC업계 각 사는 과거부터 LCC라는 틀을 벗어나려 하는 심리적 궁색함이 있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LCC를 우리말로 해석할 때 ‘저가항공사’로 부르는 특이함 탓이다. 그리고 이 말은 늘 부정적으로 불리고 있다. 때문에 기존 K-LCC업계는 ‘저비용항공사’라는 애매한 명칭으로 부르고 있고, 신생 K-LCC업계는 LCC가 아닌 다른 명칭을 굳이 만들어내는 심리적 모호함이 있다.
하지만 글로벌 항공전문사이트 등에서는 에어프레미아의 하이브리드항공(HSC)이나 파라타항공의 글로벌 하이브리드항공이나 모두 LCC로 분류된다. FSC와 LCC의 중간이 HSC라는 등식은 성립되지 않는다. 장거리냐 중거리냐 단거리냐, 대형기냐 중형기냐 소형기냐에 따라 구분하는 게 아닌 항공사의 비즈니스 모델로 구분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운항재개를 위한 AOC 등 인허가 절차와 항공기 및 노선 확보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파라타항공의 재운항을 위해서는 국토교통부로부터 AOC 발급이 급선무이다. AOC는 항공사가 비행기를 안전하게 운항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법적 절차이다. 오랫동안 운항을 중단한 바람에 기존 AOC 효력은 상실됐고, 파라타항공의 AOC는 회복이 아닌 새로운 통과과정이다. 결코 쉬운 과정과 일정이 아니다. 항공기 도입과 함께 운항승무원, 객실승무원, 운항통제사, 정비사, 지상조업사 등의 확충 및 고도화된 전문성과 함께 충분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
게다가 AOC 수검을 위해서는 항공기가 있어야 하는데 기존 플라이강원이 보유하던 항공기들은 리스료를 못내 줄줄이 반납돼 현재 보유항공기는 0대이다. 파라타항공은 연내에 빠르게 기재를 임대해 AOC를 마치고, 조속한 운항 재개까지 노리고 있지만 녹록치 않다. 늦어도 내년 상반기 운항재개를 바라지만 K-LCC업계에서는 내년도 쉽지 않아 보인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 같은 부정적 전망의 근거는 현재 전세계 항공업계가 항공기 도입난이 극심해 신생항공사의 신규 기재 확보는 더 어렵다는 점이다. 기존 K-LCC업계도 항공기 도입이 지연되는 바람에 신규노선 및 운항횟수 확대에 차질에 빚고 있는 형편이다.
그 바람에 항공기 리스료도 상승중이다. 불과 수년만에 월 리스료의 앞자리가 바뀌었다. 때문에 파라타항공은 기재 도입, AOC 등을 앞두고 비용과 시간의 싸움을 해야 한다. 늦춰질수록 비용은 매달 눈덩이처럼 늘어난다. 수익은 0원인데, 비용은 매달 수직상승한다.
여기에 더해 ‘강원’을 뗀 파라타항공의 거점공항 이전도 비난과 논란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라타항공이 양양공항 기반의 실패를 되풀이할 이유는 전혀 없어 보인다. 플라이강원이 선보인 TCC(관광융합항공사)는 애초부터 전략 자체가 궁색했다. TCC는 항공과 관광상품을 결합해 외국인 관광객을 강원도로 유입시키는 모델이었다. 지역경제 파급효과를 고려해 출범 초부터 강원도로부터 막대한 금액을 지원받기도 했다. TCC 모델은 플라이강원의 실패와 궤를 같이하는 실패사례로 종료됐다.
파라타항공은 이미 김포공항 인근의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사무실을 마련했다. 이로써 강원도의 유일한 국제공항인 양양공항은 2023년 5월이후 정기노선 없이 간혹 전세기만 뜨고 내리는 상황이 됐다. 최근에는 강원도와 원주시에서 원주공항을 국제공항으로 승격을 추진하고 있지만 여러가지 난제가 있어 쉬워 보이지 않는다.
되돌아보면, 플라이강원은 ‘강원도의 항공사’를 향한 강원도민과 양양주민들의 염원이었다. 2002년 개항이후 '유령공항'이라는 오명을 얻을 정도로 장기간 침체상태에 빠져 있던 양양공항의 꿈과 희망이었다. 항공사업자 면허를 받기 위해 이례적으로 ‘3수’까지 했고, 강원도는 '도내공항 모기지 항공사 육성 및 지원조례'를 공포 시행하면서까지 민간사업자의 항공운송사업자 면허 취득에 팔을 걷어 부쳤다. 양양 주민들은 2018년 7월23일 청와대 앞에서 삭발투쟁도 했다.
그리고 이제 ‘강원도의 항공사’는 없다. 양양공항 터미널은 전기세라도 아끼기 위해 불을 껐다. 냉혹한 현실에서 파라타항공을 바라보는 눈길이 여러모로 애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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