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화재 예방 고도화…K-배터리 '안전기술'에 총력

LG엔솔, 이상 징후 파악 BMS
삼성SDI, 제작단계 안전성 향상
SK온, 양·음 접촉 최소화 기술 개발
김동하 기자 2024-08-19 11:27:16
전기차 배터리 안전성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배터리 안전 기술 고도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배터리 내 전류 차단 기술 개발, 전고체 배터리 양산 등을 통해 소비자의 불안감을 낮추겠다는 전략이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업체들의 주력인 NCM(니켈·코발트·망간) 삼원계 배터리는 니켈 비중이 높아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지만 안전성이 낮아질 수 있어 화재 등을 관리하는 것이 기술력의 주된 요소로 평가받는다. 

전기차 화재는 배터리 결험, 외부 충격, 과충전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한다. 특히 외부 충격이나 과충전 시에는 배터리 내부에서 양극과 음극이 접촉하는 단락(합선)이 발생해 강한 에너지가 발생한다. 이때 배터리 내부 온도가 상승하면서 그 열이 다른 셀·모듈·팩 등으로 옮겨가며 화재로 이어지게 된다.

지난 11일 서울 강남구의 한 공영주차장에 전기차량 화재용 리튬이온배터리 전용소화기가 설치돼 있다./사진=연합뉴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배터리 제조 단계부터 결함을 제거하는데 기술력을 발휘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셀 제조 과정에서 엑스레이 등을 통한 불량 검사를 자동화하는 등 공정별 전수 검사 체계를 구축했다. 삼성SDI는 배터리 설계 단계에서 시뮬레이션으로 제품 안전성을 검토한다. 배터리 수명 초기부터 마지막까지 상태 변화를 시뮬레이션해 위험 요소를 예측하고 공정을 거쳐 사전에 방지하는 것이다.

배터리 열 전이를 방지하는 기술은 안전성 강화에 있어서 핵심으로 꼽힌다. 전기차에 탑재한 수천 개의 셀 중 하나만 열 폭주 등을 일으켜도 다른 배터리까지 불이 번질 수 있는 만큼 이를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세계 최초로 세라믹이 코팅된 안전상 강화 분리막(SRS)을 개발했다. SRS는 배터리 내부의 양극과 음극이 서로 만나는 것을 막아 열 폭주가 갑자기 일어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한다. 

올해 하반기 양산에 돌입하는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 46(지름 46㎜) 시리즈에는 내부 폭발 에너지를 배터리 셀 단위부터 외부로 빠르게 배출해 연쇄 발화 가능성을 방지하는 ‘디렉셔널 벤팅’ 기술이 적용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을 통해 이상 징후를 파악하는 시스템도 구축하고 있다. BMS 기술은 실시간으로 정보를 수집·분석해 사용자에게 보다 정확한 진단 및 예측 정보를 제공한다.

삼성SDI는 알루미늄을 외장재로 사용해 외부 충격과 열에 강한 각형 배터리를 주로 생산하며 제품 제작 단계에서부터 안전성을 높이고 있다.

각형 배터리 캔 위에 뚜껑을 달아 고온 가스가 발생하면 배출되는 '가스 배출 장치'를 적용해 폭발을 방지하고 있으며, 높은 전류가 흐르면 회로를 끊으며 '두꺼비집' 역할을 하는 단락 차단 장치도 탑재했다.

SK온은 양극과 음극 사이의 분리막을 지그재그 형태로 쌓아 올리는 'Z 폴딩' 공법으로 셀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고 양극과 음극의 접촉 가능성을 차단해 화재 발생 위험을 낮추는 기술 등을 도입했다. SK온은 향후 셀과 셀 사이에 방호재를 삽입해 열 전이를 억제하는 S팩을 적용할 계획이다.

삼성SDI 부스에 전시돼 있는 전고체 배터리 모형. 실제 모델은 2027년부터 양산에 들어간다. /사진=박재훈 기자

배터리 3사는 전해질(배터리 셀 내에서 양극과 음극 사이에 위치해 이온을 전달하는 물질)을 휘발성 액체가 아닌 안정된 고체로 바꿔 화재·폭발 가능성을 낮춘 '전고체 배터리' 개발 등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각 사 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배터리 3사의 연구·개발(R&D) 투자 비용 총합은 올해 상반기(1∼6월) 1조3617억4200만원으로 전년 동기(1조2190억7600만원) 대비 1426억6600만원 증가했다.

양산 시점이 가장 빠른 곳은 2027년을 목표로 하고 있는 삼성SDI다. 지난해부터 전고체 배터리 샘플을 만들어 고객사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올해 하반기까지 전고체 배터리의 주요 생산 공법과 라인 투자 계획도 마무리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6년으로 예정됐던 고분자계 전고체의 양산 대신 2030년까지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 양산에 집중하기로 했다. 전고체 배터리는 전해질 물성에 따라 산화물계·고분자계·황화물계로 나뉜다. 유기 고체 전해질인 폴리머를 사용한 고분자계 전고체는 리튬이온 전도도가 낮지만 개발이 상대적으로 쉽다는 장점이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가격이 높게 형성될 수밖에 없는 현 상황에서는 전고체를 양산해도 시장에 활용되기 어렵다"며 "경쟁 업체와 속도전을 벌이기보다는 고품질의 전고체를 완성하는 데 집중하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황화물계 전고체를 중점으로 개발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2030년 양산이 목표다. 무기 고체 전해질을 이용하는 황화물계 전고체는 리튬이온 전도도와 셀 성능이 논의되는 소재 중 가장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술 장벽이 높은 만큼 고분자계와 비교해 개발에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 현재 국내 배터리 3사가 중점적으로 개발하는 전고체도 모두 황화물계다. 

후발 주자로 여겨지는 SK온은 2028년까지 고분자-산화물 복합계 전고체 배터리를 양산한다.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 양산은 2029년이 목표다.

김동하 기자 rlaehdgk@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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