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 실명제…'화재 리스크'에 업계 초긴장

현대차·기아·BMW 배터리 제조사 공개
김동하 기자 2024-08-13 11:22:01
인천 연수구 송도동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 전기차 충전소에 전기차 화재 예방법이 붙어 있다./사진=연합뉴스

최근 인천 벤츠 전기차 화재 이후 전기차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현대차와 기아, BMW가 배터리 제조사 정보를 공개했다. 세 업체 모두 일부 차종을 제외하면 대부분 국내 3사의 배터리를 탑재했다고 알려지면서 이들 업체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지난 9일 홈페이지를 통해 총 13종의 자사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 제조사를 공지했다. 공개한 제조사 목록에 따르면 코나 일렉트릭을 제외한 현대차 전기차에는 모두 국내 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 또는 SK온 제품이 장착됐다. 코나 일렉트릭은 중국산 CATL 배터리가 탑재됐다고 공개했다.

차종별로 보면 구형 아이오닉, 1세대 코나 일렉트릭, 캐스퍼 일렉트릭은 LG에너지솔루션, 아이오닉5, ST1, 포터 EV에는 SK온 배터리가 들어갔다. 

아이오닉6의 경우 2022년 7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생산된 차량은 SK온, 이후 차종은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를 사용했다. GV60, GV70·G80 전동화 모델 등 제네시스 전기차는 모두 SK온 배터리였다. 이 밖에 2세대 코나 일렉트릭의 경우에는 중국 CATL 배터리를 넣었다.

현대차는 향후 신형 전기차를 내놓을 때마다 배터리 제조사 정보를 투명하게 공지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기아도 전날인 12일 배터리 제조사에 대한 문의가 빗발치자 자사 전기차 탑재된 제조사를 공지했다. 공개 대상은 단종된 쏘울EV를 포함해 전용 전기차 EV3, EV6, EV9과 니로EV, 레이EV, 봉고Ⅲ EV 등 총 7종이다.

이중 지난해 출시된 레이EV와 니로EV 일부 모델에는 중국 CATL 제품이 탑재됐다. 2011년부터 2017년까지 생산된 레이EV에는 SK온이 생산한 배터리가 적용됐다.

EV6와 EV9에는 SK온 배터리가, 최근 출시된 EV3에는 역시 국내 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가 각각 탑재됐다. 나머지 모델에는 SK온과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가 나뉘어 장착됐다.

같은날 BMW도 홈페이지에 'BMW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 안내' 코너를 통해 공개하면서 이같은 흐름에 동참했다. 공개한 목록에 따르면 우선 iX1과 iX3에는 중국 CATL 배터리가 탑재됐다. 

나머지 모델인 iX xDrive50, iX M60, i4(eDrive40·M50), i5(eDrive40·M60), i7(xDrive60·M70) 모두 삼성SDI가 배터리가 적용됐다.

LG에너지솔루션의 셀투팩 배터리. /사진=LG에너지솔루션

여기에 정부가 '배터리 실명제'의 도입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배터리 업체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먼저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배터리 제조사 공개 흐름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이다. 전기차를 구매할 때 배터리가 소비자의 선택 기준이 될 경우 보다 안정성이 보장된 국산 배터리를 선호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최근 인천 벤츠 전기차 화재 차량에 탑재된 배터리가 중국 파라시스의 제품으로 알려지면서 국산 배터리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도 생겼다.

일각에서는 전기차에 대한 신뢰가 하락해 소비자들이 구매 자체를 꺼리게 될 경우 시장 전반적인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국내외 완성차 업체들은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과 이번 사태가 맞물리면서 하반기 전기차 신차 출시 게획을 수정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화재 안정성을 현저히 높인 배터리 개발이 시급하다. 현재 전기차 배터리 제조과정에는 액체 전해질이 사용된다. 이를 고체로 바꾼 전고체 배터리는 2027년이 돼야 양산이 가능하다. 게다가 단가가 높아 대중화까지는 더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배터리 실명제를 도입하면 소비자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고 화재 예방의 직접 효과를 따지기 전에 소비자 선택권 측면에서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인천 전기차 화재의 원인이 배터리로 지목되고 있는 상황이 우려된다"며 "시장 전체가 침체되면 업계 전체가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에 마냥 호재로 볼 수는 없다"고 전했다.

김동하 기자 rlaehdgk@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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