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기차 화재 잇따라 발생했다. 사고차량에 탑재된 배터리가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로 밝혀지면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에 국내 배터리 업계는 상대적으로 화재에 대한 안전성이 높은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투자에 속도를 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1일 인천 서구의 한 대단지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전기차 화재가 발생했다. 이날부터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은 지난 6일 충남 금산군 금산읍의 한 주차타워 1층에서 충전 중이던 전기차 차량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두 화재 사고의 원인으로 배터리가 지목됐다.
8일 국토부 등에 따르면 지난 1일 오전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불이 붙은 벤츠 EQE의 배터리 셀은 중국 '파라시스 에너지'의 NCM 배터리인 것으로 드러났다. 화제의 구체적인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품질 문제가 불거졌던 중국 제조사의 배터리 셀이 탑재된 것이 확인되면서 이번 화재가 배터리 쇼트(내부 단락)에 따른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충북 금산군 금산읍의 한 주차타워 1층에 충전 중이던 기아 EV6 전기차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자세한 경위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이번 사고는 두 차량 모두 NCM 배터리가 탑재된 차량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제작결함이 아니라면 배터리 노후화로 인한 덴드라이트(배터리 리튬 침전물이 음극 표면에 쌓여 결정체를 만드는 현상)일 수 있다"며 "침전물이 전극을 따라 자라면서 분리막을 찌르거나 파손해 화재가 일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완속 충전기로 85%까지만 충전하면 열폭주나 덴드라이트 등에 따른 전기차 화재를 95% 이상 방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가성비 LFP 배터리...전기차 사고로 '부각'
현재 국내 시장에 출시된 대부분의 전기차에는 NCM 배터리가 탑재돼 있다. 최근 화재로 인해 관련 업계는 비교적 화재 안전성이 높은 LFP(리튬·인산·철) 배터리에 눈길을 돌릴 것으로 보인다.
LFP 배터리는 그동안 중국 업체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대량 생산해 왔던 가성비 제품이다. 환경적으로 재활용이 어려워 친환경과는 거리가 있고, 주행거리 역시 NCM에 비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국내의 경우 KG모빌리티가 중국 업체의 LFP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출시한 바 있지만 주행거리 등 이슈로 주목 받지 못해왔다. 그러나 이번 화재로 인해 LFP 배터리에 대한 장점(화재 안전성)이 부각됐다.
NCM 배터리는 니켈 함량이 높아 에너지 밀도가 높아서 하나의 셀에서 문제가 생기면 배터리팩에서 폭발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니켈 비중이 높은만큼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지만 단가도 높다.
반면 LFP 배터리는 단일 셀에서 문제가 생겨도 주변 셀까지 터트릴만한 강한 열을 발생시키지 않아 전체 배터리 팩이 폭발하는 일이 드물다.
LFP 배터리는 철과 인산으로 구성돼 가격이 저렴하고 섭씨 350도 이상의 고온에서도 폭발하지 않는 등 안전성이 특징이다. 특히 제조 원가는 니켈·코발트·망간 등의 원자재를 사용하는 NCM 배터리보다 약 30% 저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배터리 가격이 전체의 40%를 차지하는 전기차의 특성상 생산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LFP 배터리는 매력적인 선택지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중국은 올해 상반기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의 약 50%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는 도합 22.2%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업체별로 보면 중국의 CATL은 37.8%를 기록하며 선두를 공고히 했다. 고성장세를 보이는 BYD는 15.8%로 2위를 차지했다.
국내에서는 LG엔솔이 12.9%, SK온 4.8%, 삼성SDI 4.5%로 각각 3위, 4위, 6위를 기록했다.
이처럼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앞서고 있는 주된 이유는 '가성비'다. 국내 업체들이 고가의 NCM 배터리에 집중했다면, 중국 업체들은 80%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저가 LFP 배터리 물량 공세를 해왔다. 하지만 최근 경기 침체와 LFP 배터리의 주행거리 향상 등 이슈로 국내 배터리 업체들도 LFP 배터리 투자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여기에 최근 NCM 배터리 화재로 인해 LFP에 대한 투자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1일 르노의 전기차 부문 '암페어'와 대규모 LFP 배터리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공급 기간은 2025년 말부터 2030년까지 총 5년이며 공급 규모는 순수 전기차 약 59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LG엔솔의 르노향 LFP 배터리는 파우치 배터리 최초로 셀투팩 공정 솔루션을 적용했다. 배터리 셀은 LG엔솔 폴란드 공장에서 생산될 예정이며 르노의 차세대 전기차 모델에 탑재될 예정이다.
이어 LG엔솔은 지난 실적 발표에서 다양한 고객사들과 LFP 배터리 및 고전압 미드니켈 등 보급형 제품 수주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LG엔솔은 화재 안정성에 대비해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을 고도화하고 있다. BMS의 문제 사전 감지 예측 정확도는 90%로 알려졌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CEO 사장은 "유럽 공략을 필두로 글로벌 LFP 배터리 수주를 본격화하고 검증된 현지 공급능력, 독보적인 제품 포트폴리오를 통해 고객가치를 지속 제공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삼성SDI와 SK온도 LFP 배터리 개발을 시작했다. 양사는 2026년 전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삼성SDI는 배터리 과충전 방지 장치나 단락 차단장치, 특수 소화시스템 등 화재 사전예방 기술을 통해 화재 안정성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삼성SDI는 지난 2분기 실적발표에서 "전고체 전지의 샘플 공급을 5개 고객사로 확대하며 전고체 전지 상용화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며 "볼륨 시장 및 엔트리 급 전기차 시장 수요 대응을 위해 LFP 개발 라인을 구축하며 2026년 양산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SK온은 배터리 내부 양극과 음극의 접촉 가능성을 차단해 화재 발생 위험을 낮추고 있다. 배터리 전체로 열이 번지지 않도록 하는 기술 상용화도 준비 중이다.
아울러 SK온은 LFP 배터리 개발을 마치고 2026년 양산을 위해 고객사와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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