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NH농협은행 본점 앞 집회…판매사 100% 일괄 배상 촉구
차주 ELS 판매은행 이사회 예정…ELS 손실 자율배상 결정 주목
신수정 기자2024-03-15 17:14:34
“우린 투자자가 아닙니다. 그저 만기가 상환돼 목돈을 쥐었을 뿐인 피해자입니다.”, “저희가 왜 투자자에요? 은행은 저금하는 곳이고 증권사가 투자하는 곳인데. 개인투자자는 증권사를 찾지, 은행을 찾지 않습니다.”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홍콩H지수) 편입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손실사태 피해자가 모인 홍콩지수ELS피해자모임이 15일 서울 중구 NH농협은행 본점 앞에서 집회를 열고 투자자가 아닌 예금자라는 정체성을 강조, 100% 일괄 배상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냈다.
이날 피해자들은 최근 금융당국이 ‘투자자 자기책임 원칙’을 반영해 가입자 보상 비중을 절반 가까이 줄일 수 있도록 설계한 ‘분쟁조정기준안(배상기준안)’에 정면 반박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11일 발표한 홍콩 ELS 손실과 관련한 금융권 배상기준안은 ▲20~40% 수준의 판매사(은행‧증권) 기본배상비율 ▲3~10%의 공통 가중 배상비율 ▲45%의 투자자(가입자) 배상 가산‧차감 항목별 배상비율 세 가지로 구성됐다.
가산 요인은 예‧적금 가입목적, 고령자 등 금융취약계층 보호, ELS 최초투자, 자료 유지‧관리 부실, 모니터링콜 부실, 비영리공익법인 등이고 차감 요인은 ELS 중복투자 및 투자금액, 금융상품 이해능력, 금융지식 수준 등이다. 이외에 고려되지 않은 사안이나 일반화하기 곤란한 경우엔 기타 조정요인(±10%p)으로 반영된다.
판매사와 가입자 간 자율적 합의와 배상(사적화해)를 끌어내기 위해 마련된 강제성 없는 가이드라인이지만, 피해자들은 가입자 일방의 책임(배상비율 0%) 가능성이 열린 만큼 원금을 모두 잃게 되는 상황까지도 각오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게다가 실제 ELS 배상비율은 해외금리연계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때와 비교해 20%가량 낮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세훈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은 금융소비자법 시행으로 판매사의 의무‧규제가 강화된 영향으로 “실제 배상비율이 대부분 20~60% 범위내에 분포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예상했다. 과거 DLF 사태 배상비율은 20~80%였으며, 이중 6개 대표 사례는 40~80% 수준으로 배상됐다.
이에 피해자들은 “은행법상 은행을 이용하는 금융소비자는 투자자가 아닌 예금자로 규정하고 있다”면서 “투자자 자기책임 원칙을 적용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며, 계약 또한 원천 무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 은행법에 명시된 은행이용자는 예금자와 투자자를 포함한다. 투자자가 언급되는 경우는 은행의 경영공시 의무, 위법행위에 대한 제재에 관한 부분에서다. 대부분 은행이용자는 예금자로 규정한다는 얘기다.
ELS피해자모임 관계자는 “원금 손실이나 리스크에 대한 어떤 설명도 구두 안내를 받지 못한 채 가입한 분들이 대다수를 차지한다”며 “금융에 있어선 예‧적금 외엔 자세히 알지 못하는 문외한들”이라고 말했다. 다만 금융권 전문가들 사이에선 ELS 자체가 투자 성격을 가진 만큼 가입자를 단순 예‧적금 이용 수준의 금융소비자로 보긴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한편, ELS를 판매한 KB국민·신한·우리·하나·SC제일은행 등 은행은 다음주 예정된 이사회를 앞두고 있다. 이때 ELS 손실에 대한 자율배상 안건을 다루고 배상 여부와 규모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에 따르면 판매사별 홍콩 ELS 판매 규모는 ▲KB국민은행 8조1200억원 ▲신한은행 2조3600억원 ▲하나은행 2조700억원 ▲NH농협은행 2조600억원 ▲SC제일은행 1조2400억원 ▲우리은행 400억원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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