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노조 "이재용 삼성 회장, 족쇄 풀렸으니 만나자…경청할 것"

이재용, 2020년 5월 무노조경영 선언…공동교섭은 3년간 거부
경영권 승계 의혹 재판 1심서 승소하자…노조, '직접 대화' 촉구
신수정 기자 2024-02-06 18:52:15
오상훈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 의장이 6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정문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2024년 근로조건 및 노사관계 개선을 위한 공동요구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신수정 기자


“노조도 경청할 준비가 돼 있다. 그간 갈등의 원인이었던 핵심 과제들을 중심으로 노사 간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며 접점을 찾고 현실적으로 제도 개선을 논의하는 장을 만들어주기를 사측에 제안한다.”

삼성그룹의 11개 계열사 노조가 모인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금속노련)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삼성노조연대)가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한 가운데, 오상훈 삼성노조연대 의장이 현장에서 이같이 발언했다. 

오 의장은 “무노조경영 포기 선언이라는 용단 있는 결정을 했던 이재용 회장이 한 번쯤은 용기 내어 노조 대표와 만나 노사 상생을 위한 합리적 제안을 경청해 주길 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이) 무노조경영 포기 선언을 한 지 3년이 지난 현재, 삼성그룹과 노조는 상호 신뢰 구축의 길로 들어서야 한다”며 “그룹 오너와 노조 대표가 만나 대화하는 날이 그 초일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 의장은 발언을 마무리하면서까지 “올해는 삼성전자 (노조가) 출범한 지 4년째 되는 해로, 회사와 노조가 손잡고 상생과 협력의 길로 가야 할 시기”라고 재차 강조하며 노조가 경청할 자세를 갖췄다고 덧붙였다.

현장에 참석한 30여명의 노조 관계자도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에 요구한다. 노동조합과 대화하자”, “삼성그룹에 촉구한다. 노사관계 개선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 회장은 지난 2020년 5월6일 그룹 경영권 승계 의혹에 대해 대국민 사과하면 창업 후 82년간 유지돼온 무노조경영 종식을 선언했으며, 이에 삼성노조연대가 공식 출범했다. 여기엔 삼성디스플레이 노조, 삼성SDI울산 노조, 전국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삼성생명 노조, 삼성생명서비스 노조, 삼성화재 노조, 삼성화재애니카손해사정 노조, 삼성카드고객서비스 노조, 삼성웰스토리 노조, 삼성에스원참여 노조, 삼성엔지니어링 노조 &U(엔유) 등 11개 삼성 계열사 노조가 참여하고 있다. 

삼성노조연대에 따르면 노조는 지난 3년간 매년 공동교섭을 시도했으나 사측은 이를 거부하고 계열사별 교섭만 노사협의회를 거쳐 따로 진행해왔다. 이에 노조는 사법 리스크 등으로 이 회장이 경영 일선에 나설 수 없는 상황 판단내렸다. 그러다 전날(5일) 이 회장에 대한 법원의 무죄 선고로 경영권 제한이 어느 정도 해소됐다고 보고, 노사 교섭에 적극적으로 임해달라고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노조는 이 회장의 재판 결과에 대해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며 “이에 맞춰 이 회장은 적극적으로 나서서 노사관계 개선과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데에 직접 마주하기를 촉구하는 바”라고 입장을 밝혔다.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오 의장은 “재판 이전에는 이 회장이 노사관계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보다는 법만 지키려고 했었는데, 이제 족쇄가 풀렸으니 노조와 대화도 하고 노사관계를 제대로 끌고 가기 위해 경영에 적극적으로 임해주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이 회장은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부당 합병·회계 부정’ 혐의에 대한 1심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박정제 지귀연 박정길 부장판사)는 전날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게 “공소사실 모두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판결했다. 이로써 검찰 기소 후 1252일, 약 3년 5개월 만에 이 회장은 사법 리스크를 일부 해소했다. 


신수정 기자 newcrystal@smartfn.co.kr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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