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경영권 불법승계' 무죄…초격차 기술 확보 등 경영 활동 박차

9년째 이어진 사법리스크 고리 끊어…국내외 경영 활동 본격화
대규모 투자·대형 M&A 성사 가능성 커져
HBM 등 차세대 반도체 투자·인재 육성 박차
신종모 기자 2024-02-05 16:09:29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016년 국정농단 사태 이후 사법리스크에서 일부 벗어나게 됐다. 이 회장 무죄 판결로 향후 삼성전자의 글로벌 경영 활동에 청신호가 켜졌다. 

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5-2부(박정제 지귀연 박정길 부장판사)는 삼성 경영권 불법승계 사건의 1심 선고공판을 열고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 회장은 앞서 지난 2021년 8월 국정농단 사건으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뒤 수감됐다 가석방됐다. 그동안 이 회장은 국정농단 사건과는 별개로 매주 목요일마다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재판에 출석했다. 아울러 3주에 한 번씩 금요일마다 심리도 병행했다. 

이 회장은 취임 2년을 맞았지만 현재까지 가시적인 경영 성과는 찾아보기 어렵다. 현장 경영과 초격차 기술 실현을 중요시하는 이 회장의 경영 철학이 사법리스크에 제한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취임 1년차인 지난해 글로벌 경기 둔화와 수요 부진 등 어려운 경영 여건으로 주력 사업인 반도체 실적이 급감하며 어닝쇼크를 경험하기도 했다. 지난해 3분기 삼성전자는 매출 67조원, 영업이익 2조4000억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각각 12.7%, 77.9% 줄어든 실적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반도체 부문 적자 전환의 영향이 컸다.

반도체 산업은 투자에 따라 성과가 달라지는 사업이다. 하지만 사법 리스크로 이 회장의 투자 결정이 지연되면서 삼성의 반도체 산업은 지속해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네덜란드를 방문했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12월 15일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법 리스크 털고 경영 전면에 나서는 이재용...초격차 기술 확보 집중

이 회장은 앞으로 초격차 기술 확보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그동안 미뤄왔던 대규모 투자와 초대형 인수합병(M&A)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회장은 지난해 단행한 임원인사에서 성장 잠재력을 가진 핵심 인재를 대거 전진 배치하는 등 ‘뉴삼성’의 밑그림을 완성했다. 이 회장은 글로벌 경기 침체, 지정학적 불확실성 등이 장기화되고 있지만 차별화된 초격차 기술력을 통해 복합적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 회장은 올해 IT 시황이 점진적으로 회복할 것으로 예측하고 고부가 제품 판매 확대로 수익성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다. 첨단 제품 및 생성형 인공지능(AI) 수요 확대에도 집중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차세대 반도체에 투자와 인재 육성에 총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삼성전자는 AI 반도체에 적극 대응하고 AI 탑재 제품 시장 선점을 추진하는 동시에 프리미엄 리더십과 첨단공정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래기술에도 힘을 줄 예정이다. 

'반도체' 힘 준다

삼성전자는 지난 30년간 지켜온 메모리반도체 점유율 세계 1위를 수성하고,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 점유율도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 회장은 삼성전자 실적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반도체 부문에 총력을 다할 방침이다. 특히 메모리반도체와 파운드리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생성형 AI 관련 HBM 서버와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수요에 적극 대응하면서 수익성 개선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적자 폭을 크게 줄이며 D램 부문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는 감산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 회장은 당분간 HBM 등 AI용 D램이 이끄는 메모리 수요 회복에도 기존 감산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향후 메모리 감산 기조 완화로 레거시(범용) 메모리 제품의 가격 상승세는 완화될 것으로 보고 HBM 등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전자 매 분기 HBM 판매 기록을 경신하고 있으며 지난해 4분기는 전년 동기 대비 약 3.5배 판매량이 성장했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오는 2026년 양산을 목표로 차세대 HBM4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동시에 고객의 니즈를 적극 반영한 커스텀 HBM 제품도 함께 개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올해 굵직한 대규모 투자·M&A 기대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 점유율 부동의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그 아성이 조금씩 무너지고 있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서버용 D램 시장에서 SK하이닉스(49.6%)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고작 35.2%였다. 

또한 삼성전자와 TSMC의 점유율 격차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같은 기간 삼성전자 12.4%이며 TSMC 57.9%로 부동의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공격적인 미래 투자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이 회장의 부재로 최대 경쟁사인 애플과 TSMC는 집중적인 투자를 통해 삼성전자와의 격차를 벌렸다. 삼성전자의 효자사업인 반도체도 인텔 등의 맹추격으로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이번 무죄 판결로 이 회장은 조만간 등기이사로 복귀해 경영 활동을 물론 대규모 투자와 신사업 발굴, 대형 M&A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총체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 회장의 사법리스크 해결이 급선무였다”며 “삼성의 발전이 곧 한국 경제에 활력을 일으키는 원동력이기 때문에 이 회장의 리더십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12월 22일 베트남 하노이 인근의 삼성전자 법인(SEV)을 방문해 통신장비 생산 라인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위기 때마다 헤쳐 나간 불굴의 리더십 

사법리스크에 발이 묶였던 이 회장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꾸준히 경영 활동을 이어가며 몇몇 굵직한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2년 5월 미국 제4 이동통신 사업자 디시 네트워크(DISH Network)의 1조원대 5G 통신장비 공급사로 선정됐기도 했다.

당시 수주는 이 회장의 공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그동안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전 세계 정보통신기술(ICT) 업계 리더들과 5G 네트워크 장비 관련한 교류를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도 이 회장은 그동안 미국,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베트남 등 해외 출장과 국내 계열사 및 협력사를 돌며 현안을 챙기왔다. 이 회장은 앞으로도 국내외 스킨십 행보를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종모 기자 jmshin@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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