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변의 전기차 시장…완성차 업계 대응 방안은?

미국 전기차시장 공략에 탄력
트럼프 대응 현지생산 확대 전략
김동하 기자 2025-01-06 11:53:58
이달 출범할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로 인해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현대차·기아의 전기차 5종이 미국 정부의 세액공제 대상 모델에 처음으로 포함됐다. 현대차그룹의 미국시장 공략에 탄력이 붙어 북미 시장 1위인 테슬라와의 격차를 줄이고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 경쟁 브랜드들을 따돌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및 반(反)전기차 정책에 대응하고자 미국 현지 생산을 확대하는 글로벌 전략을 수립했다. 세액공제의 기반이 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폐기 가능성이 커지고 있지만 북미산 조립 요건을 갖춰 미국 정부의 보조금 기준 및 관세 등에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아이오닉9./사진=현대차


6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반 전기차 정책으로 전기차 시장이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정책 변화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독일의 사례로 볼 수 있다. 독일은 정부 보조금 축소로 전기차 가격이 12% 상승하자 2024년 11월까지 판매량이 전년 대비 26% 급감했고 전체 자동차 시장 점유율도 2023년 18%에서 13%로 하락했다.

미국 시장도 비슷한 경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켈리블루북에 따르면 현재 미국의 평균 전기차 가격은 보조금 포함 4만7500달러(약 7000만원)다. 미포함 시 5만5000달러(약 7420만원)로 16%의 실질적 가격 상승이 있다. 이로 인해 2024년 130만대로 예상되는 판매량이 2025년에는 100만대 수준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테슬라는 이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 상반기 3만달러대의 모델 Q를 출시할 계획이다. 이는 테슬라의 최저가 모델로, 가격 경쟁력을 통해 소비자를 유치하겠다는 전략이다. 더불어 올해 말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 출시를 통해 새로운 수익 모델 창출을 모색하고 있다. 토요타도 2025년형 BZ4X 가격을 14% 인하하기로 했지만 이런 가격인하 전략은 업계 전반의 수익성 악화를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조지아주에서 공사 중인 현대 미국 전기차 전용 공장 전경 / 사진=조지아 주지사실


현대차·기아, 세액공제 전기차 모델 명단 첫 포함

미국 시장의 선두 주자들이 여러 전략을 내세우며 대응하는 가운데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5종이 미국 정부의 세액공제 대상 모델에 처음으로 포함됐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최소 5종 이상의 전기차를 미국 현지에서 생산한다. IRA가 요구하는 북미 조립 요건을 갖추게 되면서 현대차그룹은 올해 처음으로 미국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게 됐다. 지금까지 현대차그룹은 상업용(플릿) 전기차 판매분을 제외하면 보조금을 받지 못해 딜러들에게 지급하는 인센티브(판매 장려금) 부담이 있었지만 이번 기회로 반전을 노릴 수 있게 됐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10월부터 미국 조지아주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서 아이오닉5를 시험 생산 중이다. 올해 상반기에는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아이오닉9 양산을 앞두고 있다. HMGMA 외에 기존 내연기관차 공장에서도 생산 설비 개조를 통해 전기차 생산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차는 2023년부터 미국 앨라배마주 몽고메리 공장에서 제네시스 GV70전동화 모델을 만들고 있다. 작년까지 GV70 전동화 모델은 당시 배터리 관련 규정을 충족시키지 못해 미국에서 생산함에도 불구,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없었지만 부분변경 모델에서 배터리를 교체하면서 IRA 보조금 기준을 맞춘 것으로 알려졌다.

IRA 혜택 시기에 맞춰 지난해 11월부터 EV9 1210대를 생산해 출하하며 본격적인 대량 생산에 돌입했다. 올해 3월부터는 EV6도 웨스트포인트 공장에서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 아이오닉5, 아이오닉9, 기아 EV6, EV9, 제네시스 GV70 전동화 모델 등을 소비자가 미국 정부로부터 7500달러(약 1100만원)의 보조금 혜택을 받게 되면서 판매 확대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아이오닉 5 생산라인 /사진=현대자동차


현지 생산 늘려 '보편관세' 대응

현대차그룹이 미국 현지 생산을 늘리는 이유는 IRA 대응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이미 이달 20일 출범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IRA 폐기 또는 보조금 대폭 삭감을 공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변수는 보편 관세 부과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기간 중국산에 60% 관세를 부과하고 모든 수입품에 10∼20%의 보편 관세를 매기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만약 현실화된다면 수출과 미국 현지 생산 비중이 50대 50인 현대차그룹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특히 미국은 현대차그룹의 최다 판매 국가다.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1~11월 미국 시장에서 154만8333대를 팔아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는데, 이는 같은 기간 전체 글로벌 판매의 23%에 해당할 정도로 많다.

상황이 이렇자 현대차그룹은 전기차뿐만 아니라 최근 수요가 많은 하이브리드차 생산도 대폭 늘릴 방침이다. 조지아주 HMGMA에서도 아이오닉5, 아이오닉9 등 전기차뿐만 아니라 하이브리드차 생산을 확대할 예정이다.

권은경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실장은 "현대차그룹은 정책적 불확실성에 유연하게 대응하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며 "내년도 완성차 시장 침체가 예상되지만 현대차그룹의 저력으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정부 차원의 외교나 통상 등의 도움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동하 기자 rlaehdgk@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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