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업체 '전기차 배터리 내재화' 전략...배터리 소재 기업 '긍정' 신호

배터리사 계약 대비 변동성 감소 및 경쟁력 상승
김동하 기자 2024-11-05 05:49:02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배터리 내재화' 추진 계획을 발표하면서, 배터리 소재 기업과 직접 계약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에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공급망 주도권이 완성차에 넘어가거나 중국 시장에 뺏기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반면, 배터리 소재 기업들은 이러한 완성차 업체의 움직임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배터리 업체에 종속된 체제보다 완성차 고객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통한 이점이 더 크기 때문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폭스바겐그룹, 포드, 현대차 등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배터리 내재화라는 중장기 전략을 내놨다. 

장재훈 현대자동차 사장이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발표하고 있다./사진=현대자동차


현대차는 지난 인베스터데이에서 전기차 배터리 내재화 및 기술 고도화를 가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대웨이'라 명명한 전략의 일환으로 전기차의 가격 비중이 높은 배터리를 자체 생산해 가격 경쟁력도 구축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현대웨이를 통해 내재화된 배터리 개발 역량을 기반으로 배터리 셀 경쟁력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폭스바겐 그룹은 자회사로 배터리업체 파워코를 설립하고 자체 밸류체인을 설계하고 있다. 배터리 공장 설립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지는 않았으나 자체적인 공급망 구축에는 변함이 없을것으로 전망된다.

포드는 중국 CATL과 기술제휴를 통한 배터리 생산에 돌입했다. 포드는 북미 내 해당 공장 설립을 위해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우회책을 도모했다. 

이렇듯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은 원가 절감과 가격 경쟁력 강화, 공급망 안정화 등을 이유로 배터리 내재화를 추진하고 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공급망에 투자하기 좋은 시기로 판단하고, 광물이나 배터리 소재 등을 확보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배터리 소재 업계도 완성차 업체들의 직공급 요청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한다.

배터리 소재 기업들은 긍정적인 상황이다. 공급 정보를 보다 정확히 확보하고 제품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통해 계약 수주에도 유리한 점이 생긴다는 것이다.

한 배터리 소재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셀 기업을 거쳐 완성차에 제품을 납품하면 소재 수요와 변동 수준을 면밀히 파악하기 어렵다"며 "어떤 모델에 탑재되는지도 중요한 정보인데 배터리사를 끼면 공유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또 "완성차 업체와 직접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 이점"이라며 "실 수요자인 완성차 업체가 소재를 선택한다면 공급 기업으로서 맞춤형으로 제공하면서 가격 경쟁력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완성차 기업에 부품을 납품하는 기업의 영업이익률이 낮다는 점에서 배터리 소재사 단가 하락에 대한 우려가 나올 수 있다. 다만 고도의 기술력을 요구하는 배터리 소재는 가격 압박이 비교적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셀 업체별로 고객사 포트폴리오가 다르고, 공급 제품과 물량이 다 제각각인데 이런 상황에선 소재가 갖춰야 될 조건도 다 다르다"며 "소재 기업이 기술이나 가격, 생산 거점 상황 등 유리한 점을 토대로 협상하려면 완성차 기업과 직접 소통하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시장 초기에는 가격 인하 압박이 크지 않을 것"이라며 "전기차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 완성차 기업의 가격 인하 압박이 생길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완성차 업체들의 배터리 내재화라는 선택은 배터리 업계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폭탄'에 가까운 소식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앞서 전기차 캐즘이라는 불안정한 경영 환경에도 배터리 업체들은 새로운 활로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가 북미 ESS(에너지저장장치)시장 개척과 완성차 합작공장 등이다. 배터리 업체들은 ESS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해당 분야에 대한 투자를 지속함과 동시에 완성차 업체들과의 합작공장도 운영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 업체의 한 관계자는 "여러 고객사들과의 합작공장(JV)도 있고 배터리 뿐만 아니라 ESS 시장에서 활로를 찾아가는 방향으로 수익성을 제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당장 공급망에 관한 문제를 생각해보면 중국 시장에 대한 걱정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중국 업체들만큼 위협적인 존재가 또 있겠나"라고 말했다.

김동하 기자 rlaehdgk@smartfn.co.kr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