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에 이어 탄핵까지…'사면초가' K배터리
2024-12-13
배터리 업계에 한파가 길어지면서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가 지난해보다 절반가량 줄어든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에 따른 전방 수요 부진과 정책 불확실성, 고환율이라는 '삼중고'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배터리 생산 핵심 광물인 니켈 가격이 2020년 10월 이후 최저를 기록하면서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2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7031억 원으로 지난해(2조1632억원)보다 67.5%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SDI도 지난해 1조6334억원에서 51.8% 줄어든 7869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SK온은 올해 3분기 240억원 흑자를 냈지만 4분기 적자 전환하면서 연간 적자가 분명하다.
캐즘의 영향으로 수익성이 악화했고 완성차 업계가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중국 기업들이 주도하는 리튬인산철(LFP) 채택 비중을 늘린 점도 악재로 작용했다.
여기에 비상계엄 사태 이후 원·달러 환율도 고공 행진하고 있다. 환율은 이날 기준 1470원을 돌파했다. 시장에서는 내년 환율이 1500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상반기 배터리 기업들에는 환율 상승이 영업이익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외화 자산이 외화 부채보다 많고 현지에서 달러로 결제하는 비중이 커 환차익을 볼 수 있는 구조였다. 그러나 배터리 판매가 급감하고 해외 투자 규모는 늘면서 환율이 오르면 세전이익이 줄어드는 상황이 됐다.
LG에너지솔루션은 3분기 말 기준 6조8284억원 규모의 달러 부채를 보유하고 있는데 달러 환율이 10% 상승하면 2389억원의 세전손실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이 기간 SK온도 환율이 5% 오르면 세전손실이 177억원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매출 등을 고려하면 손실 규모가 예상보다 작을 수 있다. 기업들도 파생상품 매매 등 여러가지 환헤지(위험회피)를 통해 변동성을 관리한다. 다만 지금같은 높은 수준의 환율이 사업 환경에 긍정적이지 않다는 것은 확실하다.
내년 신차 출시 모델도 올해 대비 25%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수요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 한달 앞으로 다가온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전기차·배터리 산업에 대한 정부 지원에 부정적인 점도 한 몫한다.
엎친 데 덮친 격…광물가 하락에 업황 악화 걱정
추위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지난 19일 기준 니켈 가격이 톤(t)당 1만4965달러를 기록했다. 니켈 가격이 톤당 1만5000달러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20년 10월 이후 4년 만이다. LFP 배터리에 사용되는 탄산리튬도 3년 만에 ㎏당 72.5위안까지 하락했다.
올해 5월까지만 해도 톤당 2만1275달러였던 니켈가는 7개월 만에 29.7% 하락했다.
광물 가격 하락의 원인은 캐즘에 따른 배터리 수요 감소, 중국발 과잉공급 등이 꼽힌다. 중국은 아시아, 남미, 아프리카 등 여러 지역에서 광물 직접 계약을 하는 등 자원 확보를 위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배터리 핵심 광물 가격이 내려감에 따라 배터리 소재사들의 걱정도 커진다. 광물값이 보통 3~6개월 정도 시간을 두고 양극재 판매 가격에 반영되기 때문에 매출과 영업이익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광물값 하락은 완성 배터리 업체에도 영향을 미친다. 하락한 배터리 소재 가격은 다시 일정 기간을 두고 배터리 가격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배터리 가격 하락은 국내 배터리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의 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이들에 대응하기 위해 원료 수급처 다변화, 차세대 배터리 개발, 원가 절감 재고 조정 등 여러 헷징 수단을 두고 있지만 사실상 역부족이다. 업계에서는 당장의 업황 개선과 광물 가격 반등이 거의 유일한 해결책이라 보고 있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원료가격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지만 업황 악화에 따른 판매량 감소도 걱정"이라며 "현재 상황이 어렵지만 전기차 시장이 커지고 있는 만큼 잘 버텨야 캐즘 이후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하 기자 rlaehdgk@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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