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웃고 韓 울었다…K-배터리, 소재부터 흔들린다

8개 기업 중 7개사 적자…K배터리 밸류체인 위기
"배터리 산업 위해 세금·보조금 등 정부 지원 절실"
김동하 기자 2024-12-11 10:31:33
한국 배터리 소재산업이 흔들리고 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이 장기화 되면서 에코프로비엠, 포스코퓨처엠 등 기업들이 투자 축소와 일부 사업 철수 등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정부 보조금과 저원가 시스템을 등에 업은 중국 업체들은 전기차 시장 둔화에도 흑자를 기록하며 투자 여력을 쌓고 있다. 이에 국내 소재업체가 흔들리면 밸류체인으로 묶여 있는 K-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도 위태로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전해질 등 배터리 소재 국내 8개 업체 중 7곳이 지난 3분기 적자를 냈다. 배터리 원가의 40~50%를 차지하는 양극재 분야 국내 1위인 에코프로비엠은 3분기에 412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포스코퓨처엠 배터리 음극재 포항공장 내부 모습.  /사진=연합뉴스


같은 기간 양극재 업체 중국 룽바이(487억원), 후난위넝(389억원), 베이징이스프링(369억원) 등이 3분기에 흑자를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에 에코프로비엠은 경북 포항 양극재 공장 준공 시점을 2년 늦추는 등 투자 조정에 나섰다. 엘앤에프도 3분기에 724억원 적자를 내자 당초 계획한 음극재 시장 진출 프로젝트 재고에 들어갔다.

배터리 원가의 15%를 차지하는 음극재도 마찬가지다. 포스코퓨처엠은 3분기 음극재 부문에서 39억원 적자를 냈다. 수요가 급감해 지난해 50%였던 공장 가동률이 올해 평균 30%대로 추락한 탓이다. 반면 산산(686억원), BTR(684억원) 등 중국 음극재 업체들은 수요 감소에 맞춰 가격을 대폭 내렸는데도 흑자 기조를 유지했다. 

관련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 업체의 품질과 가격을 감안할 때 국내 음극재 사업은 승산이 없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포스코퓨처엠이 국내 유일한 음극재 기업이란 점에서 이 사업을 접으면 전체 배터리 밸류체인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분리막 분야에서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와 더블유씨피가 3분기에 각각 730억원, 194억원의 적자를 냈다. SK그룹은 지난 9월부터 SKIET 지분 매각 계획을 공개했지만 아직 매수자를 찾지 못했다. 

같은 기간 중국 창신신소재(722억원)와 시니어(236억원)는 흑자를 냈다. 전해질 분야도 마찬가지다. 국내 업체인 엔켐은 54억원 적자를 냈는데, 중국 톈츠재료는 461억원 영업이익을 올렸다.

SKIET직원이 분리막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SKIET


배터리 공급망 무너지먼 '경제 안보'도 구멍..."배터리 소재에 정책 지원 필요"

3분기에 국내 소재업체들이 어려움을 겪은 반면, 중국 업체들이 상승세를 기록한 이유는 명확하다. 중국 업체들의 가격이 국산보다 20~30% 저렴하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국내 업체에서 소재를 납품받던 배터리 3사도 중국 업체들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 업계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 전기료, 인건비 등을 감안할 때 가격 측면에서 국내 기업은 중국의 상대가 안 된다"며 "국내 배터리 셀 업체들도 생존 경쟁에 내몰리다보니 어쩔 수 없이 중국산 비중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중국 정부가 현지 배터리 소재 기업에 조 단위 보조금을 지급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현금 지원과 저금리 대출, 토지 제공 등을 감안한 금액이다. 반면 국내 소재 업체들은 별다른 정부 지원 없이 전쟁터로 내몰렸다.

해당 업계는 배터리 공급망이 무너지면 '경제 안보'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중국의 장악력이 높아진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배터리 소재 공급을 중단하면 국내 배터리 셀 생산라인도 멈춰 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배터리 소재 업체에 대한 투자 세액공제, 생산 보조금 등을 지급해야 한다는 요청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박태성 한국배터리산업협회 부회장은 "지금 당장 정부 지원을 통해 소재산업을 살리지 않으면 중국에 끌려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동하 기자 rlaehdgk@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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