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완성차·배터리에 다가올 변수는?

해리스, 바이든 행정부 이을듯
트럼프, IRA 보조금 철폐 공언
김동하 기자 2024-11-05 10:51:08
미국 대선을 앞두고 각 기업들이 시나리오별 대응 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분주하다. 미국 대통령 선거 향방은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민주당 후보인 카밀라 해리스 부통령의 지지율이 비슷한 수준을 보이며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두 후보 중 누가 당선되더라도 대(對) 중국 정책 기조 등은 비슷할 전망이다. 다만 해리스 부통령이 집권할 경우 바이든 정부와 크게 달라지지 않는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에 대한 재검토가 예고되면서 자동차 및 배터리 업계에 대한 불확실성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사진=연합뉴스


5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오는 5일(현지시간) 제47대 대통령 선거를 실시한다. 이와 관련해 자동차·배터리 업계 등은 두 후보에 대한 정책분석과 시나리오별 대응 전략 등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대선 후보로 나선 카밀라 해리스 부통령은 신재생에너지·자동차 등 제조업 공급망을 확충해 온 바이든 행정부의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와 과학법·인플레이션 감축 법안(IRA) 등 주도적으로 제정한 법안에 힘을 실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 등 현재 침체된 친환경차 산업에 긍정적인 정책을 내놓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다.

바이든 행정부는 출범 이후 과학법, IRA 등 정책을 내놓으며 국내외 기업들의 제조 공장을 자국으로 끌어들이는 유인책을 펼쳐왔다. 탄소중립이라는 명분으로 중국에 쏠린 주요 산업 생산 공급망을 현지로 이전시키고 중국의 산업 경쟁력 약화를 유도함과 동시에 자국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취지에서다. 

이를 위해 IRA에서는 첨단생산세액공제(AMPC)를 통해 배터리 셀·모듈, 태양광 셀·모듈 등에 생산에 대한 혜택을 붙였고, 중국·러시아 등의 국영기업 및 지배지분 일정 비율 이상 기업을 해외우려집단기업(FEOC)으로 규정해 진입을 막았다. 이런 정책 덕분에 북미 시장이 국내 배터리 업계의 텃밭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지속 제기된 바 있다.

IRA 명운에 따라 자동차·배터리 산업 광범위 영향 

국내 기업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트럼프 당선 시 IRA 법안의 불확실성이다. 트럼프가 집권할 경우 친환경 산업을 지원하는 세제혜택과 보조금 등 재정적 수단이 무산될 수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IRA를 '그린 뉴 스캠(Green New Scam, 녹색 신종 사기)'라고 비난하며 당선 될 경우 보조금을 철폐하겠다고 공언했다.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자동차·배터리업계가 긴장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후보의 공언대로 IRA를 폐지하면 전기차·배터리 업계는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된다. 당장 국내 배터리 업계는 IRA의 혜택을 크게 받고 있는 상황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발표한 3분기 실적에서 AMPC가 4660억원이라 이를 제외하면 177억원 적자라고 밝혔다. IRA가 없이는 영업손실을 피할 수 없었다는 말이다.

LG에너지솔루션 미국 미시건주 전기차 배터리 공장. /사진=LG에너지솔루션

이와 관련해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시나리오별 대응 전략을 준비하고 있지만 기투자된 생산 공장 등을 고려하면 자체 생산 효율화 등으로 이익을 높이는 방법 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국 무역에 관련해서 이 관계자는 "배터리 업계 소재·원료 공급망은 높은 중국 의존도를 갖고 있어 벗어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대선 결과와 향후 정책을 알기 어렵지만 주도권이 중국에 있는 상황이라 관계를 잘 다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산업연구원은 지난달 '미국 대선 시나리오별 한국 산업 영향과 대응 방향' 보고서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시 세액공제 혜택 축소라는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면서도 "중국 견제 및 자국 내 첨단공정 제조 기반 생태계 구축이라는 미국의 국가 전략을 고려하면 해당법 폐지 정책의 현실화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만약 트럼프가 당선돼 바이든 정부의 보조금 정책을 뒤집는다면 이를 토대로 대규모 투자를 해온 국내 기업들은 기존 투자 전략을 전면 재검토 해야하는 상황이다.

물론 트럼프가 당선되더라도 IRA 관련 정책을 전면 수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공화당이 상·하원 모두 다수당을 차지해야 가능한 시나리오기 때문이다.

조지아주에서 공사 중인 현대 미국 전기차 전용 공장 전경 / 사진=조지아 주지사실

현대차그룹은 IRA 관련 보조금 수령 가능성에 따라 해리스의 당선이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이상현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 미국 신공장(메타플랜트)가 지난달 초도 생산에 들어가면서 전기차에 대한 IRA 보조금 수령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국내 자동차·배터리 업계는 바이든 정부가 추진한 친환경 정책의 지속을 바라는 분위기다. 환경 정책 후퇴는 전기차 산업의 위기로 연결돼 대규모 투자설비를 진행 중인 현대차그룹에 큰 타격으로 다가오게 된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IRA 법안을 통해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결과가 최선이 아닐까"라며 "결과에 따른 시나리오별 대응책이 있지만 되도록 전동화 전환에 힘쓰는 만큼 기조가 유지되는 편이 좋을 것"이라고 전했다.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아이오닉5' 생산라인/사진=현대자동차

트럼프 정부 1기는 러스트벨트의 지지를 기반으로 화석연료 사용을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됐었다. 파리 기후 협정을 탈퇴하고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강화한 환경규제를 완화했으며 석탄 산업에 대규모 지원책을 마련한 바 있다. 트럼프 정부 2기가 들어서면 이 기조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편, 산업부는 대선 결과와 관계없이 기업들과 함께 우호적 네트워크 구축에 힘을 쏟을 방침이다. 정인교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미국은 우리 수출과 투자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동맹국"이라며 "그동안 구축된 각종 협력 채널을 바탕으로 첨단 산업 협력과 공급망 파트너십을 강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동하 기자 rlaehdgk@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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