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흥 체육회장 '직무정지' 유지…집행정지 신청 기각
2024-12-13
"이기흥 현 회장이 특보로 임명한 사람이 위원장인 스포츠공정위원회가 3연임 출마의 길을 열어준 때부터 이미 진흙탕 선거는 예견된 일이었다."
스포츠공정위원회가 지난해 11월 12일 이기흥 현 회장의 3연임 도전을 승인한 결정을 내린 데 대해 체육계 안팎에선 '셀프 승인'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비판적 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이기흥 회장의 특보 출신인 김병철 위원장이 승인 심사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스포츠공정위원회의 해명에도 체육계 안팎의 냉랭한 반응은 사그러들지 않았다.
직원 부정 채용과 후원 물품 대납, 입찰 비리 등 의혹으로 인해 검찰 및 경찰의 수사를 받으며 문화체육관광부에 의해 직무정지된 이 회장은 현재 42대 회장 후보로 뛰며 또 한 번 체육인들의 표를 구하고 있다. 그가 온갖 부정적 여론과 비판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출마를 강행하는 건 당선 가능성이 누구보다 높다는 점 때문이다.
실제로 본격적인 선거 돌입 이전 '반 이기흥' 단일화의 움직임이 있었으나 맥없이 무산되었고, 현재 이 후보 외에도 서울체육회장인 강태선 BYN블랙야크 회장, 유승민 전 탁구협회장, 강신욱 단국대 교수 등 5명이 난립한 상황이다. 이 회장 측은 지난 8년의 임기 동안 다진 탄탄한 조직 기반을 바탕으로, 오랜 지지표만 다져도 이길 수 있으리란 속내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두고 체육회의 자정 능력이 상실된 것 아니냐는 비판론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선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 이후 탄핵에 이르는 일련의 정치적 혼란으로 인한 체육계 최대 수혜자는 이기흥 현 회장이라는 자조 섞인 탄식까지 나온다.
밋밋한 정책토론회…유승민 후보 비리 의혹까지 '설상가상'
지난 4일 대한체육회TV 유튜브 생방송으로 진행한 후보자간 토론회는 그나마 체육인들이 각 후보자의 정책을 살펴 지지 후보를 선택할 무대였으나, 주최 측의 무성의한 진행과 후보자 간 뻔한 질문, 동문서답식 대답 등으로 일관한 맥빠진 토론회가 되고 말았다는 중평이다.
다만 유승민 후보가 탁구협회장 재임시 불거진 탁구협회 기부금 관련 의혹, 그리고 그에 대한 유 후보의 해명 태도가 이 후보를 둘러싼 논란에 더해 체육인들의 선택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 후보는 당시 후원금 일부의 사적 전용(페이백)의 문제점을 묻는 강신욱 후보 및 오주영 후보의 해명 요구에 대해 "근거 없는 네거티브"라 일축하는 등 명확한 해명 없이 회피하거나 모호한 태도로 일관했다는 것이다. 이번 선거 투표권이 있는 한 서울체육회 소속 대의원은 "페이백 의혹 자체는 협회 도덕성과 스포츠계 공정성을 위협하는 사안인만큼 좀더 진솔히 해명했어야 한다"며 "자신의 방식이 전적으로 옳다는 오만"이라고 말했다.
3연임을 노리는 이 후보야 개혁 대상이라고 하더라도 체육계 일신을 내세운 유 후보마저 기존 체육계 관행의 혁신 의지를 제대로 갖췄느냐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기득권에 유리한 선거 관행 답습…독재시대 '체육관 선거' 방식 비판도
복잡한 간접선거 방식으로 치러지는 체육회장 선거 제도는 낡은 관행의 산물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대한체육회의 전체 회원 수가 200만~300만 명으로 추산되지만, 이 중 투표권은 2300명의 대의원에게만 주어진다. 게다가 이 대의원들은 대부분 시·도체육회 임원들이 당연직으로 포함되며, 종목단체는 사실상 배제된 채 기존 기득권 중심으로 선거인단이 구성되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투표 역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올림픽홀 한 곳에서 14일 단 하루 동안만 진행된다. 대의원들은 현장에 모여 후보자들의 정견 발표를 듣고, 250분이라는 제한된 시간 내에 투표를 마쳐야 한다. 제주도를 포함한 전국 각지의 대의원들이 평일에 시간을 내어 서울로 와야만 투표가 가능한 점은 현실과 동떨어진 비합리적인 방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체육회 선거가 여전히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한 채 기득권의 편의를 우선시하고 있다는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다.
체육계 쇄신, 결국 대의원 한표 한표가 결정
이번 선거는 체육계의 구조적 개혁과 투명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치러지고 있다. 그러나 선거 방식과 일부 후보를 둘러싼 비리 의혹으로 인해 많은 체육인과 국민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결국 체육계 쇄신의 방향은 2300명의 대의원이 행사할 한 표 한 표에 달려 있다. 대의원들이 낡은 관행과 실망스러운 모습에 좌절하기보다는, 체육회의 혁신을 이끌어갈 새로운 대안을 신중히 살펴 투표해야 할 때다.
이 때문에 체육계를 바꿀 수 있는 다른 인물들이 대안이 될 수 있는지 눈여겨 봐야 할 필요가 있다. '혁신과 변화'를 강조한 후보들을 살펴보면, BYN블랙야크 창업자인 강태선 후보는 체육인과 기업인으로서의 실질적 경영 경험을 바탕으로 체육계 혁신을 약속했다. 또 젊은 오주영 후보는 신선한 비전과 젊은 리더십을 앞세워 새로운 변화를 제시하고 있다. 강신욱 후보는 체육계 정상화를 강조하고 있다.
대의원들의 선택은 단순히 한 조직의 회장을 뽑는 것을 넘어, 체육계 전체의 신뢰 회복과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다. 체육회의 새로운 도약을 바라는 대의원들의 현명한 판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김효정 기자 hjkim@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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