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파문'에 묻힌 대한체육회장 선거…체육 개혁 물건너가나
2024-12-10
대한체육회장 선거가 내달 14일로 다가오며 출마를 준비하는 후보자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채용비리와 금품수수 의혹 등으로 인해 직무정지를 당한 이기흥 현 회장이 3연임을 강행할 것이 확실시되면서 체육계 안팎의 비판 여론도 비등하고 있다. 이 회장 측은 ‘탄핵 정국’을 활용하여 비난 여론을 정면돌파하겠다는 뜻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직무정지에 이르게 한 개인에 대한 수사기관의 수사 또한 현재진행형이어서 대한체육회를 방패 삼아 개인적 위기를 돌파하려 한다는 비판론도 제기된다.
2016년 선거와 닮은 꼴…이기흥 또 한 번 위기 돌파?
다가오는 대한체육회장 선거가 2016년 선거와 놀라울 정도로 닮아가고 있다. 최근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하며 정치권과 체육계 모두 큰 혼란에 빠졌지만, 이기흥 회장에게는 이 상황이 또 한 번의 반전을 만들어낼 호재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지난 3일 터진 비상계엄 사태로 인해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그간 이기흥 퇴진 드라이브를 주도했던 문체부에 제동이 걸렸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는 3선 연임을 꿈꾸는 이 회장에게 유리한 상황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마치 2016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정치권이 혼란에 빠졌던 상황과 유사하다는 점에서다.
2016년 대한체육회장 선거 당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폭로되며 정권이 흔들리자 이 회장은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었다. 당시 대립하던 정권의 영향력이 약화되자, 그는 선거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입지를 다질 수 있었고 결국 회장직에 올랐다.
이번에도 유사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이 회장은 채용 비리와 금품 수수 의혹 등 자신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와 반대 여론 때문에 출마를 포기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다. 그러나 정권이 흔들리며 정부 개입의 명분이 약화되자, 그는 잇따라 언론 인터뷰에 나서며 출마를 공식화하고 나선 모양새다.
하지만 그가 잇따른 비리 의혹 돌출을 넘어 목표한 고지에 오를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13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 회장은 2017년부터 규정을 신설하여 매년 4~5명의 특별보좌역을 두고 최대 월 800만원까지의 자문료를 지급하며 자신의 영향력 확대 혹은 수성에 활용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이 회장의 3선 연임의 길을 터준 스포츠공정위원회 김병철 위원장이 이 회장 특보 출신이다.
이기흥 출마시 타 후보 단일화 ‘관건’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의 3선 도전이 현실화될 경우, 이번 선거의 핵심 변수는 ‘타 후보들의 단일화’로 압축된다. 현재까지 출마 의사를 밝힌 7명의 후보들은 모두 반(反)이기흥 기치를 내걸고 있다. 하지만 후보 난립 상황이 지속된다면, 표 분산으로 인해 이기흥 회장에게 유리한 선거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서울시체육회장인 강태선 블랙야크 회장과 유승민 전 대한탁구협회장 등은 일단 언론과의 인터뷰 등에서 단일화 필요성에 뜻을 같이 하면서도 구체적인 방법론이나 시기 등에 대해선 말을 아끼고 있다. 현재 반(反)이기흥 진영의 주요 후보들 간 비공식적인 단일화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태선 회장을 중심으로 일부 후보들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관측이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합의안은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선거일까지 시간이 촉박한 만큼, 단일화 논의의 속도와 성과가 이번 선거의 결정적인 변수가 될 전망이다.
강태선 회장, 여론조사 적합도 1위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강태선 서울시체육회장(출마 의사 표명으로 현재 직무정지)이 차기 체육회장 적합도 조사에서 선두를 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 회장은 지난 11일 스트레이트뉴스가 여론조사기관인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차기 대한체육회장 적합도’를 묻는 말에 강태선 후보가 가장 높은 12.3%의 지지를 받았다. 유승민 후보가 9.1%로 2위, 이기흥 회장은 3.9%에 그쳤다. (95% 신뢰수준에 2.2%포인트 오차범위) 강 회장은 체육계 개혁과 신뢰 회복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며, 다양한 체육단체와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해 온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체육계에 새로운 바람이 필요하다”며 이기흥 회장과의 차별화를 내세우고 있다.
체육계 개혁이냐, 현 체제 유지냐
이번 선거는 단순히 후보 개인의 경쟁이 아니라 체육계의 개혁과 변화를 원하는 목소리와 기존 체제를 유지하려는 세력 간의 대립으로 비춰지고 있다. 강태선 회장의 “새로운 체육계” 대 이기흥 회장의 “안정과 연속성”이라는 구도가 형성되며, 체육계 내부 갈등은 더욱 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효정 기자 hjkim@smartfn.co.kr
댓글
(0) 로그아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