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총수 이달 줄줄이 법정행…사법 리스크 시즌2 돌입?
2024-05-10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올해도 사법 리스크에 발목을 잡힐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각 그룹의 경영 전략과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글로벌 경쟁 상황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재계에서는 사법리스크 해소를 통한 책임경영 체제 구축을 요구하고 있으나 법적 절차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 당분간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3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 사건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 회장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의 자본시장법 위반과 업무상 배임 혐의로 지난 2020년 9월 기소됐다.
검찰이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의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은 징역 5년과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이 회장에 항소심 선고기일을 다음 달 3일 오후 2시로 지정했다.
이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장기화되면서 삼성의 경영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이 회장은 10년째 이어지는 경영 공백으로 인해 삼성의 장기적 글로벌 전략 수립과 대규모 인수합병(M&A) 추진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이 회장이 경영 일선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해 강력한 리더십 발휘가 어려운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에서 중국의 추격을 받고 있으며, 스마트폰 부문에서도 애플에 출하량 1위 자리를 내주는 등 주력 사업 분야에서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
이 회장의 사법 리스크로 인해 과감한 투자 결정과 위기 극복 메시지 전달이 어려워져 글로벌 경쟁에서 불리한 상황에 놓여있다.
기업 이미지와 내부 문화에 미치는 영향도 큰 것으로 보인다. 구성원들의 자부심과 자신감이 약화되면서 핵심 기술 유출과 인재 영입의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다. 사상 첫 삼성 노동조합 설립 등 내부 변화에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탄핵 정국과 미국 도날드 트럼프 2기 행정부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으로 인한 정치적 불확실성이 이 회장의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삼성의 경영 안정성이 더욱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칩스법(CHIPS Act) 보조금 중단 가능성이 제기된 가운데 트럼프는 반도체 기업들에 대한 보조금 지원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미국 내 투자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이에 재계에서는 이 회장의 사법 리스크 해소를 통한 책임경영 체제 구축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법 리스크에도 그룹 성장·혁신 지속
최 회장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최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은 대법원 상고심 단계에 있다. 2심에서는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1조3808억원의 재산을 분할하라는 판결이 내려졌으나, 최 회장 측은 이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주요 쟁점은 SK 주식의 특유재산 여부다. 최 회장 측은 SK 주식이 부친으로부터 증여받은 특유재산이므로 분할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2심 재판부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300억원 비자금이 SK그룹 성장에 기여했다고 판단했으나, 최 회장 측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2심 재판부가 판결 선고 후 주식 가치 산정 관련 내용을 수정한 것에 대해 최 회장 측은 불복해 재항고했다.
최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장기화되면서 SK그룹 내 경영권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SK그룹의 지배구조에 변화가 생길 수 있는데 최 회장이 보유한 SK㈜ 지분(17.73%)의 처분 여부가 주목받고 있다.
재산분할금 마련을 위해 주식담보대출이나 비상장사 지분 매각 등이 검토될 수 있어 재무적 부담도 큰 상황이다.
사업 재편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SK그룹은 이차전지, 에너지 등 분야에서 계열사 간 중복 사업 정리와 매각, 합병 등을 추진 중인데 이 과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강조해 온 SK그룹으로서는 이번 소송으로 인한 이미지 타격이 불가피하다.
최 회장은 이혼 소송 결과에 따른 경영권 및 재무 리스크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음에도 정면 돌파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지금 우리에게는 어려움을 알면서도 행동으로 옮기는 용기, ‘지난이행(知難而行)’의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사법 리스크로 인한 불확실성 속에서도 그룹의 성장과 혁신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재계 관계자는 “올해 SK그룹은 최 회장의 이혼 소송 결과에 따른 경영권 및 재무 리스크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며 “그러나 그룹 차원의 사업 재편과 혁신을 통해 도전을 극복하고자 하는 노력도 병행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신종모 기자 jmshin@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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