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최태원, 올해도 ‘사법 리스크’ 악재 여전

이 회장, 10년째 경영 공백…삼성 경영 악영향
최 회장, 경영권·재무 리스크에도 정면 돌파 나서
신종모 기자 2025-01-03 10:38:44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올해도 사법 리스크에 발목을 잡힐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각 그룹의 경영 전략과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글로벌 경쟁 상황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재계에서는 사법리스크 해소를 통한 책임경영 체제 구축을 요구하고 있으나 법적 절차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 당분간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3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 사건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 회장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의 자본시장법 위반과 업무상 배임 혐의로 지난 2020년 9월 기소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11월 25일 오후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삼성 부당 합병 혐의 관련 2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검찰이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의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은 징역 5년과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이 회장에 항소심 선고기일을 다음 달 3일 오후 2시로 지정했다.

이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장기화되면서 삼성의 경영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이 회장은 10년째 이어지는 경영 공백으로 인해 삼성의 장기적 글로벌 전략 수립과 대규모 인수합병(M&A) 추진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이 회장이 경영 일선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해 강력한 리더십 발휘가 어려운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에서 중국의 추격을 받고 있으며, 스마트폰 부문에서도 애플에 출하량 1위 자리를 내주는 등 주력 사업 분야에서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

이 회장의 사법 리스크로 인해 과감한 투자 결정과 위기 극복 메시지 전달이 어려워져 글로벌 경쟁에서 불리한 상황에 놓여있다. 

기업 이미지와 내부 문화에 미치는 영향도 큰 것으로 보인다. 구성원들의 자부심과 자신감이 약화되면서 핵심 기술 유출과 인재 영입의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다. 사상 첫 삼성 노동조합 설립 등 내부 변화에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탄핵 정국과 미국 도날드 트럼프 2기 행정부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으로 인한 정치적 불확실성이 이 회장의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삼성의 경영 안정성이 더욱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칩스법(CHIPS Act) 보조금 중단 가능성이 제기된 가운데 트럼프는 반도체 기업들에 대한 보조금 지원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미국 내 투자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이에 재계에서는 이 회장의 사법 리스크 해소를 통한 책임경영 체제 구축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11월 26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한국고등교육재단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SK그룹


사법 리스크에도 그룹 성장·혁신 지속

최 회장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최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은 대법원 상고심 단계에 있다. 2심에서는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1조3808억원의 재산을 분할하라는 판결이 내려졌으나, 최 회장 측은 이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주요 쟁점은 SK 주식의 특유재산 여부다. 최 회장 측은 SK 주식이 부친으로부터 증여받은 특유재산이므로 분할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2심 재판부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300억원 비자금이 SK그룹 성장에 기여했다고 판단했으나, 최 회장 측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2심 재판부가 판결 선고 후 주식 가치 산정 관련 내용을 수정한 것에 대해 최 회장 측은 불복해 재항고했다. 

최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장기화되면서 SK그룹 내 경영권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SK그룹의 지배구조에 변화가 생길 수 있는데 최 회장이 보유한 SK㈜ 지분(17.73%)의 처분 여부가 주목받고 있다.

재산분할금 마련을 위해 주식담보대출이나 비상장사 지분 매각 등이 검토될 수 있어 재무적 부담도 큰 상황이다. 

사업 재편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SK그룹은 이차전지, 에너지 등 분야에서 계열사 간 중복 사업 정리와 매각, 합병 등을 추진 중인데 이 과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강조해 온 SK그룹으로서는 이번 소송으로 인한 이미지 타격이 불가피하다. 

최 회장은 이혼 소송 결과에 따른 경영권 및 재무 리스크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음에도 정면 돌파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지금 우리에게는 어려움을 알면서도 행동으로 옮기는 용기, ‘지난이행(知難而行)’의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사법 리스크로 인한 불확실성 속에서도 그룹의 성장과 혁신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재계 관계자는 “올해 SK그룹은 최 회장의 이혼 소송 결과에 따른 경영권 및 재무 리스크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며 “그러나 그룹 차원의 사업 재편과 혁신을 통해 도전을 극복하고자 하는 노력도 병행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신종모 기자 jmshin@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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