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연말결산) AI로 진화하는 통신사...중저가 요금제·스팸 해결 노력

제4이동통신사 출범 무산, 과기정통부 내년 초 관련 발표 예정
5G 중저가 요금제 출시 및 역전현상 예방 위해 LTE 신규 검토 중지
AI 서비스 진화, 통신사 경쟁력 될까
한별 기자 2024-12-30 14:04:10
올해 SK텔레콤·KT·LG유플러스 통신 3사는 인공지능(AI) 개인비서 서비스 제공 등 AI 사업에 주력하는 한편, 그동안 책임 회피 논란으로 비난 받던 불법 스팸 문제 해결을 위한 첫 걸음을 내딛었다. 또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필두로 한 정부의 통신 정책 수립 및 통신사 규제에 저가 5세대 이동통신(5G) 통신요금제를 출시하는 등의 움직임도 보였다. 

이동통신 3사 / 사진=연합뉴스

제4이동통신사 결국 '우려대로' 8번째 무산

지난 1월31일 과기정통부는 5G 28㎓ 주파수 대역 경매를 마친 후 제 4이동통신사로 스테이지엑스를 선정했다. 이 경매는 마이모바일, 세종텔레콤의 경쟁으로 진행돼 세종텔레콤이 첫날 포기한 후 스테이지엑스가 마이모바일을 제치고 낙찰받았다. 

당시 정부가 2010년부터 제4통신사를 찾기 시작한 이후 8번째 시도만에 드디어 새로운 통신사가 탄생한다는 기대감에 큰 관심을 모았지만 지난 6월 자본금 납입 미이행을 사유로 선정이 취소되면서 무산됐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5월9일부터 21일, 23일에 걸쳐 자본금 납입 증빙서류를 제출하라고 했으나 결국 6월14일 서류를 검토한 결과 자본금과 구성 주주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뒤 선정 취소 절차에 돌입했다. 

업계에서는 스테이지엑스의 선정 당시 우려했던 상황이 벌어졌다는 평가다. 유영솔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가 지난 2월4일 발표한 보고서에 의하면 스테이지 엑스의 제4이동통신사 선정이 기대보다는 우려가 크다고 설명했다. 

스테이지엑스가 낙찰받은 주파수 영역이 세계전파통신회의에서 채택된 6G 후보보다 낮고 낙찰가·기지국 구축 비용을 합하면 초기 투자 비용이 크기 때문이다. 유 애널리스트는 보고서에서 "관건은 앞선 재무부담을 뛰어넘는 사업성 있는 서비스를 발굴하는 데에 있다"고 말했으나 스테이지엑스는 결국 해당 우려를 뛰어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제4통신사 출범에 기대가 많이 모였던 만큼 무산이 정부의 졸속 행정 때문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이에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은 내년 초 해당 안건을 포함한 정보통신기술 정책에 대한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지난 23일 밝힌 바 있다. 

사진=KT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 필요해, 통신사 중저가 5G 출시 및 요금 역전 현상 해결에 나서

올해 초 과기정통부는 단말기 유통법(단통법)을 폐지하되 선택약정제도는 유지하겠다고 기조를 밝혔다. 이와 함께 5G 중저가 요금제를 출시해 이용자의 통신비 부담을 줄이겠다고 주장했다.

이에 상반기 통신3사는 모두 월 3만원대로 5G를 이용하는 요금제를 출시했다. 중저가 요금제를 선택한 이용자는 지난 2월 기준 621명을 돌파하며 5G 가입자의 19%를 넘어서기도 했다. 

그러나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지난 4월 통신3사의 중저가 요금제가 저렴한 가격 뒤에 조건을 달아 사실상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한다고 비판했다. 또 통신3사는 연령, 가입여부 등의 제약을 철폐하고 부가 서비스를 제외하고 최소 30GB의 5G 데이터를 제공하는 실용적인 요금제가 필요하다고 개선 사항을 요구했다. 

더불어 지난 10월 진행된 국정감사에서는 통신사의 LTE 요금제가 5G에 비해 느린 속도에도 비싼 요금제 역전 현상 문제가 제기됐다. 국정감사에 출석한 통신3사의 대표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KT를 필두로 SK텔레콤은 LTE 신규 가입을 중단했다. LG유플러스도 내부 논의와 절차가 끝나는 대로 LTE 요금제 신규 가입을 중단한다는 입장이다. 

요금제 역전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통신3사는 내년 통합요금제 출시를 예정하고 있다. 통합요금제는 LTE와 5G를 모두 사용할 수 있으며 기술 방식의 구분 없이 데이터 용량이나 전송 속도에 따라 선택하는 요금제를 의미한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 통합 요금제가 통신비 절감 효과를 불러올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LTE가 2011년, 5G가 2019년 상용화를 시작하면서 5G쪽으로 이용자가 몰렸다. 이용자가 많은 5G 요금을 인하하다 보니 역전 현상이 자연스럽게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6G망으로 진화하면 LTE망은 사라져야 하는 부분인데 통합요금제를 이용하다 보면 이용자들이 LTE망에 잔류하게 될 수 있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막아낼지가 앞으로 관심을 둬야 할 부분"이라고 언급했다. 


유 장관은 지난달 13일 통신3사 최고경영자와의 간담회 자리에서 요금제 역전 현상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한 데 이어 이번달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폐지안이 통과되자 "사업자 간 자유로운 지원금 결쟁을 촉진해 국민의 휴대전화 단말 구입 부담을 완화하면서 이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최소화시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단통법은 가입자 유치 과정에서 통신사의 과도한 지원 경쟁을 막기 위해 지난 2014년에 시행됐으나 이후 본래 목적보다 소비자 후생을 저하한다는 논의 끝에 폐지 수순을 밟았다. 이후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시장 관리 책무 규정을 신설하게 된다. 

통신사, AI 사업 다각화…불법 스팸 문제도 AI로 해결 시도

올 한해 통신 3사는 AI를 중심으로 한 사업 전략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SK텔레콤은 AI 피라미드 전략을 구성해 사업 모델을 강화했고 KT 역시 AI 중심의 통신기술(AICT) 기업으로 전환을 목표를 한다고 밝혔다. LG유플러스도 지난 7월2일 간담회를 열고 'All in AI'라는 이름의 기업간거래(B2B) 사업 성장 전략 추진을 발표했다. 

특히 AI 개인비서 서비스를 두고 통신사간 경쟁이 치열했다. 지난해 에이닷 서비스를 출시한 SK텔레콤은 지난 9월 서비스 출시 1년만에 누적 가입자가 550만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통화 녹음 및 요약 뿐 아니라 실시간 통화 통역도 가능한 에이닷은 PC에서 ▲퍼플렉시티 ▲챗GPT ▲클로드 등 거대언어모델(LLM)을 이용할 수도 있다. 

이에 LG유플러스는 지난 11월 익시오 서비스를 출시했다. 이상엽 LG유플러스 최고기술책임자는 간담회에서 공식 출시를 알리며 "LG AI연구원의 LLM인 익시젠과 구글의 제미나이가 함께 구동되는 멀티 LLM을 토대로 고객에게 최적의 AI 솔루션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익시오는 통화 녹음 및 요약기능을 포함해 ▲전화 대신 받기 ▲보이는 전화 ▲실시간 보이스피싱 감지 등의 기능을 온디바이스 환경에서 제공한다. 
 
KT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협력해 AI 에이전트를 개발중이다. 구체적인 출시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검증된 기술을 빠르게 도입하겠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윤경아 KT AI 테크 랩 상무는 지난달 24일 MS 이그나이트 2024 행사에서 "MS를 그대로 전달하는 게 아닌 맞춤형으로 제공하게 될 것"이라며 MS의 기술을 한국에 맞춰 출시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불법 스팸 / 사진=니드픽스

통신 3사의 AI 기술은 개인비서 뿐 아니라 불법 스팸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활용됐다. 방통위에서 지난 5일 발표한 2024년 상반기 스팸 유통현황을 살표보면 1인당 월 평균 스팸문자 수신량은 16.35통으로 작년 하반기보다 2.85통이 증가했다. 

이는 역대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한 것으로 통신사별로 모든 사업자에서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주요 광고유형은 의약품, 성인, 도박 등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신고·탐지된 스팸문자의 발송경로를 추적하자 대량문자 발송서비스에 의한 불범 스팸 문자가 74.9%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고 밝혔다. 

방통위와 과기정통부는 지난달 28일 불법스팸 근절을 위한 종합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두 기관은 불법 스팸 관련 서비스에서 발생하는 부당이익을 환수하고 발송 차단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 외 주요 정책은 ▲대량문자 유통시장 정상화 ▲불법스팸 수신 차단 강화 ▲스팸 차단 거버넌스 구축이다. 

이에 통신3사 역시 스팸 문자 대응 전략을 구성했다. 상세한 전략은 통신사별로 상이하지만 3사 모두 AI를 활용했다. 

SK텔레콤은 모바일 금융사기 탐지·방지 기술 스캠뱅가드를 에이닷 전화와 본인인증 서비스 앱인 패스에 활용해 스팸문자가 수신될 경우 미리 알려준다. 

KT는 AI 스팸 수신차단 서비스를 지난 3월 시작했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받고 싶지 않은 광고성 스팸을 AI가 자동으로 차단할 수 있다. 또한 KISA가 보유한 스팸신고 정보에 관련해 AI클린메시징으로 불법 스팸을 분석하기도 했다. 

LG유플러스는 익시오의 실시간 보이스피싱 탐지 기능으로 보이스피싱 위험이 있는 전화의 경우 경고성 알림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익시 스팸필터를 통해 불법스팸 필터링 정확도를 95%이상으로 확보하고 실시간 모니터링으로 새로운 유형의 불법 스팸 문자도 탐지한다. 

통신사는 앞으로도 AI 서비스에 관심을 둘 예정이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AI 서비스가 수익을 많이 내지는 않지만 이용자를 이끌 수 있는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별 기자 star72@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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