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삼성전자 DS, HBM 이어 파운드리까지 ‘이중고’
2024-12-13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SK하이닉스는 일찌감치 인공지능(AI) 흐름이 본격화하기 전부터 ‘HBM’ 개발에 집중하며 내실을 다졌다. 그 결과 SK하이닉스는 일반 D램보다 3∼5배 비싼 HBM 시장을 선점하며 수익성을 확보하는 등 삼성전자와의 시장 점유율 격차를 크게 벌렸다. 삼성전자는 연내 HBM3E 8단 제품 퀄테스트(품질 검증)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HBM 시장에서 입지가 지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현재 HBM 시장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 53%, 삼성전자 38%으로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주요 고객인 엔비디아에 HBM3E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있으며 브로드컴과도 대량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SK하이닉스는 이미 HBM3E 12단 제품을 양산 중이며 HBM4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최근 엔비디아에 HBM3 제품을 공급하기 시작했지만 HBM3E 제품은 아직 테스트 단계에 있다. 현재 발열 문제 등으로 인해 공급이 지연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HBM 기술과 생산방식에서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첨단 열압착 비전도성 접착 필름(TC-NCF) 방식을 사용하고 있어서 생산성과 성능 면에서 다소 뒤쳐지는 상황이다.
반대로 SK하이닉스는 매스 리플로우-몰디드 언더필(MR-MUF) 기술을 활용한 칩 적층 방식이 핵심 경쟁력이다. 이 기술은 D램 칩을 한 번에 붙이는 방식으로 생산성이 높음 발열 제어 능력이 우수하다. 특히 핵심 화학물질의 독점 공급으로 타 기업이 쉽게 따라할 수 없는 게 장점이다.
SK하이닉스는 현재의 기술력과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당분간 HBM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HBM3E 테스트 통과 및 공급 확대를 통해 시장 점유율을 높이려 노력하고 있으며 HBM4 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HBM4부터는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 적용을 검토하고 있어서 향후 기술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4분기에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 확대 및 기술 리더십 확보에 집중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AI 서버용 메모리 수요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4분기 D램 매출 중 HBM 비중이 40%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3분기 영업이익 1.8배 차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지난 3분기 반도체 실적은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 차이는 1.8배였다. 영업이익률은 삼성전자가 13.2%였으며 SK하이닉스는 40%에 달했다.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은 3분기 매출 29조2700억원, 영업이익 3조8600억원으로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다.
이는 인센티브 충당금 등 일회성 비용 발생, 재고평가손 환입 규모 축소 등의 영향이지만 실질적으로 HBM3E 8단과 12단 모두 퀄테스트(품질 검증)에 통과지 못한 것이 직접적인 요인으로 지목됐다.
SK하이닉스는 3분기에 매출 17조5731억원, 영업이익: 7조300억원, 순이익 5조7534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AI 및 서버용 HBM 수요 강세에 따른 HBM,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등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 확대와 D램 제품 가격 상승이 호실적을 견인했다.
삼성전자 vs SK하이닉스, HBM 패권 놓고 경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내년에도 HBM 시장을 놓고 경쟁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HBM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점유율 확대를 위해 투트랙 전략을 세웠다. 글로벌 일류 경쟁력과 기술 리더십을 통한 미래 AI 메모리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다.
삼성전자는 내년까지 반도체 사업의 대대적인 개편을 통해 HBM와 파운드리 사업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특히 HBM 분야에서는 내년까지 시장 점유율을 현재의 두 배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파운드리 사업에서는 3nm 이하의 미세 공정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내년에는 2nm 기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고객에게 더 높은 성능과 효율을 제공하고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대규모 투자도 계획하고 있다. 내년 반도체 시설투자 규모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예정이다. 투자액의 대부분을 HBM과 DDR5, eSSD 등 고부가가치 제품에 집중적으로 투입할 방침이다.
SK하이닉스는 AI 메모리 리더십 강화에 나설 방침이다.
SK하이닉스는 내년 차세대 제품인 HBM4 출시를 통해 프리미엄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내년 상반기 중 HBM3E 16단 제품을 공급하고, HBM4 12단 제품도 내년 하반기 중 출시할 방침이다.
이 외에도 조직 개편을 통해 ‘C-레벨(Level)’ 중심의 경영 체제를 도입하고, 개발총괄을 신설해 차세대 AI 메모리 등 미래 제품 개발을 위한 전사 시너지를 극대화할 예정이다.
아울러 SK하이닉스는 AI 반도체 시장에서의 리더십을 강화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연구개발(R&D)에 약 2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는 차세대 반도체 기술 개발을 위한 것으로 기업의 기술 경쟁력을 한층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용인에 새로운 반도체 공장 건설을 포함해 약 23조원을 생산시설 확대에 투자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SK하이닉스는 생산능력을 크게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신종모 기자 jmshin@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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