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캐즘에 'ESS' 눈 돌리는 K-배터리...中 장벽 여전

ESS 시장 2035년엔 800억달러 고성장 전망
LG엔솔 북미 현지 생산해 美 공급 대폭 확대
김동하 기자 2025-01-07 12:41:07
트럼프 2기 행정부와 전기차 캐즘 장기화 등으로 올해도 국내 배터리 업계는 어려운 시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저장징치(ESS) 공급 확대로 전기차 시장 리스크를 대비한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해당 시장을 선점한 중국 기업과의 격전이 예상된다. 중국 기업들은 자국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몸집 불리기에 속도를 높이는 실정이다. 이에따라 기술과 가격 경쟁력 등이 관건으로 보인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는 불확실성이 늘고 있는 상황 속에서 ESS 판매를 늘려 수익창구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전력망용 ESS 배터리 컨테이너 제품/사진=LG엔솔


최근 글로벌 전기차 업계는 부정적 전망만 가득하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와 더불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반전기차' 정책 등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기차 시장은 2017년 이후 2023년까지 연평균 45%로 초고속 성장을 해왔다. 다만 지난해 성장률은 27%로 급격히 낮아졌다. 올해는 성장폭이 더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성장률이 떨어지는 만큼 완성차 업계의 전기차 생산도 감소할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전기차 신차 출시 모델이 지난해 대비 25%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달로 다가온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전기차 혜택 폐지 및 축소 주장 여파에 따라 시장의 크기는 더욱 작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캐즘의 돌파구 ESS…견조한 성장세 보여

이에 국내 배터리 업계는 ESS를 돌파구로 골랐다. ESS는 초거대 배터리로, 에너지를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다. 특히 대용량 전력이 필요한 데이터센터 등에 필수적인 요소로 소요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분야다. 

실제로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둔화된 반면 ESS 시장은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ESS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27% 늘어난 400억달러(약 55조1500억원), 2035년엔 800억달러(약 110조31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흐름에 국내 배터리 업계도 적극적으로 ESS용 제품 수주에 나섰다. 

LG엔솔은 최근 미국 엑셀시오 에너지 캐피탈과 7.5GWh 규모의 ESS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2026년 공급 시작 예정이며 북미 현지에서 생산, 판매될 예정이다. LG엔솔은 지난 10월 미국 재생에너지 기업 테라젠과 최대 8GWh에 이르는 공급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삼성SDI는 지난 6월 독일 뮌헨서 열린 '인터배터리 유럽 2024'서 ESS 전용 차세대 배터리 'SBB1.5' 선보였다. SBB1.5는 에너지 밀도와 안전성을 혁신적으로 높인 배터리로 기존 제품 대비 에너지밀도가 37% 가량 향상돼 5.26MWh 용량을 구현했다. 대형 ESS 시장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기술로 평가되고 있다.

SK온도 ESS 배터리 기술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지난 3월 국내 배터리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4'에서 ESS 모듈을 연결한 차세대 DC블록 모형을 공개했고 내년부터 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양산해 사업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테슬라 충전소 / 사진=연합뉴스


ESS 선두주자인 중국 기업들…"기술·가격 경쟁력이 관건"

국내 배터리 업계가 ESS를 돌파구로 삼고 뛰어들고 있지만 먼저 발을 들인 중국기업들도 몸집 불리기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일례로 중국 배터리 기업 이브(EVE)에너지는 최근 테슬라와 2026년부터 ESS를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테슬라는 앞서 CATL, BYD(비야디)와도 ESS부문에서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제공하기로 약속했는데 이브 에너지까지 합류하면서 테슬라의 ESS 배터리는 중국 기업들이 독차지하게 됐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CATL과 이브 에너지가 전체 글로벌 ESS 출하량의 50% 이상을 차지했다. 3위인 BYD 역시 최근 켄하트 발전소에 ESS 장비를 제공하고 1년간 안정적으로 운영해 남아프리카의 전력 문제를 완화하는데 기여했다. 중국 배터리 업체들은 이같은 제3국 생산 투자 등으로 글로벌 ESS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국내 배터리 업계는 공정 혁신에 더욱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차세대 공정인 '건식공정'이 LFP 부문에서의 열세는 뒤집을 '게임 체인저'가 될 것으로 업계는 판단하고 있다. 기존 습식공정 대비 생산 비용을 30% 이상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다.

다만 국내 배터리 업계는 중장기적으로 삼원계 배터리 투자를 늘리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LFP는 일부 저가 전기차 라인과 ESS용으로 공급하고 고성능 전기차용은 삼원계를 주력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인공지능(AI)가 적용된 자율주행차 등이 주도하는 시대가 오면 삼원계 배터리가 최종 승자가 될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정부 등 시장 불확실성이 크고 전기차 수요나 성장이 지체되는것 같아 조심스러운 상황이지만 ESS를 중심으로 미국 시장 공략을 가속화 할 것"이라며 "결국 ESS 분야에서도 가격 경쟁력과 기술 등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동하 기자 rlaehdgk@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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