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영풍·MBK 적대적 M&A 시 반도체 황산 공급망 위협”

온산제련소, 국내 최대 고순도 황산 생산기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에 고순도 황산 공급
“국내 반도체 생산 차질 발생 우려”
신종모 기자 2024-10-06 15:44:17
고려아연이 영풍과 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와 관련해 “온산제련소 노동조합 파업과 핵심 기술인력 이탈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고려아연은 6일 “영풍·MBK가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시도하는 가운데 향후 국내 반도체 산업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 크다”며 “고려아연 노조가 MBK의 공개매수에 극렬 반대하고 있고 핵심 기술인력 이탈도 예상돼 반도체 황산 생산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지난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고려아연으로부터 반도체 황산을 공급받는 국내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생산 역시 경고등이 켜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황산은 반도체 생산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웨이퍼 표면의 이물질이나 불순물을 제거하기 위해선 고순도 황산이 필요하다. 

반도체 제조에서 초기와 후반 공정에서 필수 역할을 하는 게 고순도 황산이다. 순도가 낮은 황산은 반도체 성능과 수율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내에서 고순도 황산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곳이 고려아연의 온산제련소다. 온산제련소는 반도체용 황산을 포함해 연간 총 140만t(2023년 기준)의 황산을 생산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에 공급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반도체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 황산 수요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고려아연도 이에 발맞춰 반도체 황산을 미래 사업으로 낙점하고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고려아연은 국내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황산 공급처 다양화를 우려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만약 국내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고려아연으로부터 받는 반도체 황산 물량을 최소화하고 국내외 다른 업체로 공급처를 다양화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렇게 된다면 핵심 수요처가 사라지고 고려아연은 회사 차원에서 큰 손해를 입을 뿐 아니라 주주가치도 크게 저하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에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노조는 MBK파트너스에 “약탈적 공개매수 시도 중단하라”며 극렬히 반대하고 있다. 

노조는 지난달 19일 노조 조합원 70여명은 서울 종로구에 있는 MBK파트너스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공개매수 시도를 규탄하기도 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영풍·MBK의 적대적 M&A가 이뤄질 경우 노조와의 갈등과 파업 가능성으로 국내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2년 전 화물연대 총파업 때처럼 반도체 황산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반도체 황산 운송에 차질을 빚게 되면 GDP의 약 6%를 차지하고 전체 수출액의 약 20%를 차지하는 국내 반도체 산업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온산제련소의 핵심 기술인력이 이탈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반도체 황산 생산에 대한 우려감을 키우는 또 다른 요인”이라면서 “고려아연 최고기술책임자(CTO)인 이제중 부회장과 핵심 기술인력들은 지난달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MBK파트너스가 경영권을 가져가면 전원 퇴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고 덧붙였다.

신종모 기자 jmshin@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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