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최대 자동차 회사 폭스바겐그룹이 87년 역사상 처음으로 자국 공장 폐쇄와 인력 구조조정 등을 검토 중이다. 중국 전기차의 부상과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에너지 대란 등으로 비용 절감이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이에 독일 정부는 지난해 연말 폐지한 전기차 보조금을 일부 되살리기로 했다.
9일 블룸버그·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독일 연방정부는 각료회의에서 기업이 전기차를 구입하면 세액공제 햬택을 주는 내용의 세제개편안을 의결했다.
세액공제는 올해 7월부터 2028년 12월까지 구입한 차량에 적용된다. 독일 정부는 세금 절감 효과가 내년 5억8500만유로(약8700억원)에서 2028년 6억5000만유로(약 96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독일 정부는 지난해 11월 헌법재판소의 예산안 위헌 결정으로 긴축재정이 불가피해지자 연말부터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했다. 이에 업계 불황으로 감소세였던 전기차 수요가 급감했다.
독일 연방도로교통청(KBA)에 따르면 이달 새로 등록한 전기차는 2만7024대로 지난해 8월에 비해 68.8% 줄었다. 같은 기간 전체 신규차량 감소 폭은 27.8%였다.
전기차 세제 혜택은 정부가 지난 7월 발표한 49개 항목의 경기부양 방안에 이미 예고됐다. 업계에서는 독일 제조업의 중추 역할을 하는 폭스바겐의 경영난 타개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로베르트 하베크 경제·기후보호장관은 "현재 논의되는 회사의 결정은 책임감 있게 내려져야 한다"며 '사회적 파트너들'과 긴밀히 협의하라고 요구했다. 후베르투스 하일 노동장관은 공장폐쇄와 해고는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라프 숄츠 총리도 경영진, 노사협의회 대표, 감독위원회 위원들과 대화했다고 정부 대변인이 전했다.
아르노 안틀리츠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날 직원 1만6000명이 모인 가운데 열린 노사회의에서 "유럽에서 자동차가 코로나19 이전보다 200만대 적게 팔리고 있고 이는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 제품이나 실적 부진과 무관하게 그냥 시장이 존재하지 않을 뿐"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공장폐쇄와 정리해고를 저지하기 위해 파업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다니엘라 카발로 노사협의회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오늘 노동자들은 우리와 함께 이 길을 갈 준비가 돼 있음을 보여줬다"며 "우리 일자리와 노동현장, 단체협약에 대한 공격"이라는 비판을 내놨다.
폭스바겐은 비용 절감을 위해 독일 내 공장 최소 2곳을 줄이고 1994년부터 유지해온 고용안정 협약도 해지하겠다며 정리해고를 예고했다. 폭스바겐은 1938년 창사 이래 독일 내 공장을 닫은 적이 없다.
폭스바겐은 부품 생산과 차량 조립을 합쳐 국내 10곳에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독일 매체 슈피겔은 공장 근로자는 약 12만명으로 7만명이 근무하는 볼프스부르크 공장을 제외하고 2곳이 문을 닫을 경우 약 2만명이 직장을 잃을 것으로 예상했다.
폭스바겐이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예고한 것은 그만큼 회사가 위기에 처해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 자동차 전문지 저스트오토에 따르면 유럽의 자동차 판매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과 비교해 약 20% 감소한 상황이다. 폭스바겐, 스텔란티스, 르노 등 유럽 자동차 제조업체 일부는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태다.
폭스바겐은 2008~2022년, 15년간 판매량 1위 자리를 놓치지 않던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지난해 중국 토종 전기차 브랜드인 브야디(BYD)에 2위로 밀려났다. 중국 전기차는 중국 시장뿐만 아니라 유럽으로 세를 확장하고 있다. 중국산 전기차의 유럽 시장 점유율은 2020년 2.9%에서 지난해 21.7%로 증가했다.
핵심 생산시설이 있는 독일의 제조 환경이 어려워진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 비용 상승에 더해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실질임금 상승률은 역대 최대치인 3.8%를 기록하는 등 지속적인 비용 압박에 놓여 있다.
폭스바겐그룹 산하 아우디도 비용 절감을 위해 지난 7월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Q8 e트론 생산을 중단하고 해당 모델을 만드는 벨기에 브뤼셀 공장을 폐쇄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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