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파렴치함과 무능함 사이' 구영배 큐텐 대표
2024-07-31
티몬과 위메프의 모기업인 큐텐이 내부의 절차를 지키지 않고 대표의 승인도 없이 자금을 쓴 것으로 드러났다.
3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큐텐은 올 4월 11일 위시 인수 자금 명분으로 티몬에서 200억원을 빌렸다. 이자는 4.6%, 만기는 1년이다.
앞서 큐텐은 지난 2월 북미·유럽 기반의 온라인 쇼핑 플랫폼 위시를 1억7300만달러(약 2300억원)에 사들였다. 티몬에서 큐텐이 자금을 빌린 건 위시 인수대금 납부 기한을 앞두고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문제는 내부 승인 절차 비정상 이라는 것이다. 대여금 집행 문서의 기안일은 지난 4월 11일 이었지만 류광진 티몬 티몬 대표의 최종승인은 나흘 뒤인 15일로 밝혀졌다. 즉 자금이 우선적으로 빠져나가고 결제는 사흘 뒤에 이뤄진 것이다. 이같은 일은 한번이 아니었다.
지난 1월 11일 금리 4.6%로 1년 만기 자금 50억원을 티몬에서 또 빌리게 됐다. 당시에는 무려 19일이나 지나 1월 30일에 대표의 승인이 이뤄졌다.
두 건 모두 기안자부터 대표까지 4단계의 결제에 이른다. 기안자와 2차 승인자인 재무팀장, 3차 승인자인 재무본부장까지 모두 큐텐의 기술 부문 자회사인 큐텐테크놀로지 소속이었다.
큐텐은 지난 2022년 부터 2023년 까지 티몬과 위메프를 모두 인수 한 후 재무와 기술개발 조직을 해체하고 해당 기능을 큐텐테크놀로지에 넘겼다. 사실상 큐텐 한국 자회사의 콘트롤타워 역할을 한 것이다.
이 같은 흐름으로 봤을 때 큐텐은 이런 자금 이동을 류 대표와 사전에 상의하지 않았거나 류 대표가 대여금 집행 시점에 이를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실제 류 대표는 전날 국회 정무위원회가 마련한 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 관련 긴급 현안 질의에서 "재무 관련해서는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티몬과 위메프 안팎에서는 대표의 최종 결제 없이 큐텐으로 자금이 넘어간 사례가 있는데 두 회사 대표 조차 명확한 이전 자금 규모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이 자금 안에는 판매자들에게 정산해줘야 할 결제 대금도 섞여있을 가능성이 높다.
구 대표는 전날 국회 정무위 긴급 현안 질의에서 "티몬과 위메프 자금 400억원을 위시 인수대금으로 썼으며 이 중에는 판매대금도 포함돼 있다"고 인정했다. 또 "해당 자금을 한 달 안에 바로 상환했다"며 "이는 이번에 발생한 정산 지연 사태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다만, 법조계는 검찰 수사에서 절차를 따르지 않고 임의대로 자회사 자금을 빼 쓴 사실이 확인될 경우 횡령·배임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정무위 긴급 현안 질의에서 "큐텐 자금 추적 과정에서 강한 불법 흔적이 드러나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고 주요 대상자 출국금지 등을 요청했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은 현재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를 중심으로 전담수사팀을 구성해 본격 수사에 들어갔다.
홍선혜 기자 sunred@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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