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조원대 금융사기' MBI 피해자들, 검경 합동수사본부 설치 촉구…"덮어주기·부실수사 멈춰야"

권오철 기자 2023-04-12 16:35:12
[스마트에프엔=권오철 기자] 국내에서만 8만여명의 피해자와 5조원대 피해액을 초래한 글로벌 금융사기집단 MBI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는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거세다. 세계 최대 피해 규모에도 불구하고 그간 국내 사정기관의 수사는 부실하게 진행됐다는 것이 피해자들의 지배적 시각이다. 피해자들은 MBI 관련 검경 합동수사본부 설치를 요구하며 삭발 포퍼먼스까지 펼쳤다.   

시민단체 약탈경제반대행동과 MBI 피해자들은 12일 오후 서울 경찰청 앞에서 '5조원대 국제 다단계 사기집단 MBI 통합수사 촉구 삭발식 및 기자회견'을 열고 "MBI 국제다단계사기 사건 합동수사본부를 설치하라"고 외쳤다. 

12일 오후 서울 경찰청 앞에서 시민단체 약탈경제반대행동과 MBI 피해자들이 '5조원대 국제 다단계 사기집단 MBI 통합수사 촉구 삭발식 및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약탈경제반대행동

이들은 "MBI에 대한 수사는 부실했다"고 입을 모았다. 약탈경제반대행동 이민석 변호사에 따르면 말레이시아에 근거를 둔 MBI가 한국에 전파된 2012년부터 MBI수사가 시작됐고 2016년 수원지검 이종근 부장 지휘 하에 전국 통합수사를 했으나 성과는 미비했다고 한다. 사기죄가 아닌 단지 방문판매법위반죄로만 최상위 모집책 두 명이 징역형을 받았을 뿐, 기타 핵심 상위 모집책들은 몇 개월 후 출소하거나 불기소처분을 받았다. 이후 2019년 강릉지청에서 MBI 모집책을 구속 기소했을 뿐, 이후 다른 검찰청에선 모두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이 같은 수사 과정에서 MBI 피해자들은 기하급수적으로 양산됐다고 한다. 이 변호사는 "분노한 피해자들이 항의를 하고 대법원이 중간모집책에 대해 사기죄를 확정하자 검찰은 극히 일부의 모집책들을 사기로 기소하였을 뿐"이라며 "서민들의 피를 빨아먹은 사악한 MBI 사기 집단에게 면죄부를 주는 참혹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해 7월 말 주범인 테디토우가 태국에서 체포됐고 말레이시아, 중국이 범죄인송환을 요청하고 있다"면서 "그런데 정작 가장 피해가 큰 대한민국의 정부는 수수방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더욱 놀라운 것은 MBI 한국총책 안성옥이 제대로 된 조사도, 처벌도 받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성옥은 폼코리아라는 불법다단계업체 범행을 저질러 2013년 12월 사기,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런데 해당 재판 중 검찰이 MBI에서 불법다단계를 했다는 혐의로 안성옥을 소환하자, 안성옥은 2014년 9월 해외로 도주했다. 이에 안성옥은 지명수배 됐고, 7년이 지난 2021년 9월에서야 체포됐다. 

그런데 안성옥은 말레이시아로 도주한 상태에서 한국의 MBI 모집책들에게 사기를 지시했다고 한다. 국내에서 발생한 MBI 피해자는 8만여명, 피해액은 5조원대로 추산되는데, 그 배후에 MBI 한국총책 안성옥이 있다는 것이 피해자들의 시각이다. 

그럼에도 검찰은 안성옥이 해외도피 중 저지른 범죄는 지금까지 조사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 변호사는 "검찰은 7년 동안 도피처인 말레이시아에서 아무런 일도 하지 않았다는 안성옥의 진술만 들었을뿐, 안성옥이 해외 도주 전 한국에서 불법다단계영업을 통해 23억원을 모집했다는 경미한 혐의로만 기소했다"면서 "그 결과 안성옥은 올해 2월 고작 징역 4년의 형을 선고받았다. 검찰의 덮어주기 수사, 부실수사의 극치를 보여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검찰의 덮어주기식의 수사는 MBI 수사 초기부터 있어왔다는 것이 피해자들의 목소리다. 안성옥뿐만 아니라 MBI의 최상위 모집책들은 외화밀반출, 재산국외도피 등 혐의가 있었으나 어떤 이유에서인지 제대로된 조사를 받지 않았으며, 경미한 형을 선고받았다고 한다. 

검찰뿐만 아니라 경찰의 부실수사도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이 변호사는 "피해자들은 MBI 모집책들을 집단으로 고소했고 경기남부경찰청에서 사건을 1년 6개월 이상 조사하면서 시간을 끌고 있었다"면서 "그런데 최근에 갑자기 사건을 모집책별로 전국의 경찰청으로 이송했다. 이러한 처사는 수사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어 "MBI는 국제 다단계 사기조직으로서 전국적으로 통합수사를 하지 아니하면 실체를 파악하기 힘든 사건이다. 같은 사건에 대하여 한 수사기관에서는 기소의견, 한 수사기관에서는 불기소의견을 내면서 오히려 모집책들에게 면죄부를 줄 수 있다"고 우려하며,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서 통합수사를 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아울러 "현재 검찰이 MBI 모집책들의 외화밀반출, 재산국외도피에 대해 수사하고 있는데, MBI 사건에 대한 검경 합동수사본부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면서 "경찰에서는 모집책들의 사기, 불법다단계에 대한 수사를 하고, 검찰에서는 범죄수익은닉, 외화밀반출, 재산국외도피에 대한 수사를 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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