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쇄신·혁신’ 인사 통해 HBM·파운드리 사업 강화

전영현 부회장, 대표이사·메모리사업부장도 맡아
한지만 부사장, 파운드리사업부장 승진
정현호·한종희 부회장 유임…변화 속 안정 우선
신종모 기자 2024-11-27 16:45:32
삼성전자가 침체기와 빠진 반도체 사업의 ‘초격차’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 대대적인 조직의 변화를 줬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일류 경쟁력과 기술 리더십을 통한 미래 인공지능(AI) 메모리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고대역폭 메모리(HBM)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사업 강화 투트랙 전략을 완성하겠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는 사장 승진 2명, 위촉업무 변경 7명 등 총 9명 규모의 2025년 정기 사장단 인사를 발표했다고 27일 밝혔다. 

지난 5월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에 전영현 부회장을 필두로 반도체 사업 재건에 나선다. 

전 부회장은 이날 인사에서 메모리사업부장, SAIT(옛 삼성종합기술원)원장 등을 겸임하게 됐다. 

전 부회장은 지난 2000년 메모리사업부에 입사해 D램 개발을 맡았다. 지난 2014년 메모리사업부장을 역임했다. 이후 지난 2017년에는 삼성SDI로 자리를 옮겨 5년간 대표이사 역할을 수행했다. 

앞으로 전 부회장은 HBM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기 최대 관문인 엔비디아에 HBM3E 제품 납품 테스트를 통과시켜야 한다. 아울러 수십조 원에 달하는 DS부문 적자폭도 줄이고 노조리스크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8일 경기 용인시 삼성전자 기흥캠퍼스에서 열린 차세대 반도체 R&D단지 NRD-K 설비 반입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 DS부문은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전방 IT 수요 부진이 불러온 반도체 업황 둔화로 인해 지난해 15조원에 육박하는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3분기에는 반도체 사업에서 4조원에 못 미치는 영업이익을 내는 데 그쳤다.

삼성전자는 전 부회장이 불확실한 글로벌 경영 환경하에서 대내외 분위기를 일신해 반도체의 미래경쟁력을 강화하고 그동안 축적한 풍부한 경영노하우와 리더십을 통해 반도체 위기를 극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전 부회장은 삼성전자 DS 부문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HBM에 총력을 다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전 부회장은 지난 7월 취임한 지 한 달여 만에 HBM 개발팀을 신설한 바 있다.

전 부회장은 지난 8월 1일 삼성전자 사내게시판을 통해 “지금 DS 부문은 근원적 경쟁력 회복이라는 절박한 과제에 직면해 있다”며 “근원적 경쟁력 회복 없이 시황에 의존하다 보면 또다시 지난해 같은 상황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한진만 신임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진=삼성전자


실적 부진 파운드리 수장 교체 

아울러 삼성전자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적자폭을 줄이고 엔비디아와의 협력, 파운드리 고객사 수주 등 고객 비즈니스에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현재 파운드리는 수주 부진과 낮은 가동률에 적자 탈출이 늦어지고 있어 삼성전자 내에서도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더욱이 TSMC와의 격차도 더욱 벌어져 있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한진만 삼성전자 DS부문 DSA총괄 부사장은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으로 승진했다. 

한 사장은 D램/Flash설계팀을 거쳐 SSD개발팀장, 전략마케팅실장 등을 역임했다. 지난 2022년말 DSA총괄로 부임해 현재까지 미국 최전선에서 반도체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그는 기술전문성과 비즈니스 감각을 겸비했고 글로벌 고객대응 경험이 풍부해 공정기술 혁신과 더불어 핵심 고객사들과의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현재의 파운드리 비즈니스 경쟁력을 한 단계 성장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는 또 파운드리사업부에 사장급 최고기술책임자(CTO) 보직을 신설해 힘을 실었다. 

남우석 삼성전자 DS부문 글로벌제조&인프라총괄 제조&기술담당 사장은 DS부문 파운드리사업부 CTO 사장으로 전면 배치됐다. 

남 사장은 반도체 연구소에서 메모리 전제품 공정개발을 주도한 반도체 공정개발 및 제조 전문가다. 

삼성전자는 남 사장이 반도체 공정 전문성과 풍부한 제조 경험 등 다년간 축적한 기술 리더십을 바탕으로 파운드리 기술력 제고를 이끌 것으로 기대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지난 1일 삼성전자 수원 디지털시티에서 열린 삼성전자 창립 55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전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쇄신·혁신 속 안정…정현호·한종희 부회장 유임 

삼성전자는 이번 인사에서 전 부회장을 함께 한종희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부회장)과 정현호 사업지원TF장(부회장)을 모두 유임했다. 

일각에서는 현재 이 회장이 ‘사법 리스크’를 겪고 있는 만큼 변화 속 안정을 동시에 추구하기 위한 부사장급을 유임한 것으로 분석했다. 

한 부회장은 DX부문장, 생활가전(DA)사업부장뿐만 아니라 이번에 신설된 품질혁신위원장을 겸임한다. 

노태문 모바일경험(MX)사업부장(사장)을 비롯해 김우준 네트워크사업부장 등도 모두 유임됐다.

지난해 말 퇴임했던 구글 출신 이원진 사장도 이례적으로 1년 만에 경영 일선으로 복귀하게 됐다. 이 사장은 앞으로 마케팅과 브랜드, 온라인 비즈를 총괄한다.

이 외에도 실제로 비메모리 실적 부진으로 애초 교체 가능성이 거론된 박용인 시스템LSI사업부장은 이번 인사에서 유임됐다.

삼성전자는 부사장 이하 2025년도 정기 임원인사와 조직개편도 조만간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신종모 기자 jmshin@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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