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에 역대급 엔저…韓 기업 수출 영향 ‘미미’

엔화 지난 2002년 5월 이후 약 20년 만에 최저 수준
세계 시장 수출경합도 지난해 0.458로 감소…수출제품 차별화 필요
일본 기업, 규모·환경에 맞는 환율변동 대책 강구
신종모 기자 2022-07-11 09:10:16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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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에프엔=신종모 기자] 최근 미국 달러화 대비 일본 엔화 가치가 달러당 130엔 수준까지 하락하며 엔화가 지난 2002년 5월 이후 약 20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달러화 강세로 원·달러 환율도 1300원에 육박하는 등 원화 약세가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원고·엔저 상황에서 대(對)일본 한국 기업의 수출 가격 경쟁력이 약화해 수출 감소 우려가 예상된다. 하지만 한일 수출 경합 약화, 원화 동반 약세 등으로 엔저가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 전망이 나왔다.

11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위원회(FRB) 올해 3월 16일 급격한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정책 금리를 0.25%로 인상하며 제로 금리 정책을 종료했다. 미·일 양국 간 금리 격차 전망 속에 엔화 매도 및 달러화 매수 수요가 증가하면서 엔화 가치가 급격히 하락했다.

미국뿐 아니라 영국, 캐나다 등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도 인플레이션 방지를 목적으로 연이어 금리 인상을 단행해 미국 달러화 이외의 주요국 통화에 대해서도 원화 약세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일본 엔화는 5년 전(2017년 4월 18일)과 비교했을 때 한국 원화 대비 주요국 통화는 대부분 강세를 보였으나 엔화는 오히려 7.3% 떨어졌다. 이는 양국 통화 간에는 원고·엔저 현상이 진행된 것으로 풀이된다.

2년 전과 비교하면 엔화 대비 원화 가치가 16.9%나 상승해 여타 주요 통화와의 현저한 격차를 보였다. 그동안 엔화는 대표적인 안전 자산으로 간주하며 전쟁이나 자연재해 발생 등 경기 불확실성이 증가한 시기에 엔화 가치가 상승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엔화의 가치는 오히려 하락하고 있다.

코트라 관계자는 “미일 간 금리 격차, 일본은행의 금융완화 정책 유지 기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등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당분간 외환 시장에서 원고·엔저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한국과 일본의 세계 시장 수출경합도는 지난 2015년 0.487에서 지난해 0.458로 감소했다”며 “한국 수출상품이 차별화되고 제품 경쟁력이 강화되면서 엔저가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제한적”이라고 덧붙였다.

수출 경합도는 두 국가 간 수출구조의 유사 정도를 측정해 경합 관계를 나타내는 지표다. 1에 가까울수록 경쟁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일본 기업, 엔고 어떻게 대처했나

지난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 기업이 직면한 구조적 문제로 ‘6중고(높은 법인세율, 자유무역협정(FTA) 협정 체결 지연, 높은 전기세, 경직된 노동규제, 엄격한 환경규제, 엔고)’라는 표현이 유행하기도 했다. 그중에는 ‘엔고’도 포함돼 있다.

일본 기업들은 지난 2010년대 초 엔고라는 환경 속에서 ‘균형 추구형’, ‘역이용형’, ‘버티기형’ 등의 전략을 통해 극복했다.

균형 추구형은 환예약(Exchange Contract)이나 환계합(Exchange Marry) 등을 통해 기업 내 자산의 유량(Flow)과 저량(Stock) 양 측면에서 동시에 외화 균형을 추구하는 유형이다.

역이용형은 자국 통화의 가치가 오른 것을 역으로 이용해 해외 시장에서의 투자, 인수합병(M&A), 구매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유형을 말한다.

버티기형은 기존 거래처와의 계약 내용 재고, 사입·판매처 변경 및 분산, 생산설비 및 인원규모 감축 등 기업활동을 전반적으로 재고함으로 비용 삭감에 매진하는 대응 전략이다.

태양전지 부품 제조사는 해외 거점의 고객정보 수집 강화. 가격 기반 교섭에 그치지 않고 기술·지원 등의 제안 영업을 강화했다.

정밀 부품 제조사는 납기 단축·서비스 강화에 주력. 납기 단축을 위해 공장 가동시간 연장. 서비스 강화는 방문 가공 실시 등을 통해 대응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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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기업, 엔저 지속에 부담 커져

최근 급격한 엔화 약세로 일본 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상승하면 수출이 증가해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은 일본 기업은 엔저를 반기는 분위기가 아니다.

엔저로 인한 수입 가격 상승에 더해 우크라이나 위기의 영향으로 국제유가 및 곡물 등의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면서 일본 기업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엔저와 국제적인 원자재 가격 폭등에 따른 수입 물가 상승은 가계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본 경제동우회 사쿠라다 켄고 대표간사는 지난 3월 정례 기자회견에서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인해 원자재 수입에 의존하는 내수형 기업들이 고통받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적절한 수준이라고는 도저히 말할 수 없다”며 “수출 기업들만으로 일본 경제가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일본 제국 데이터뱅크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원자재 및 에너지 비용 상승분을 판매 가격에 전가함으로 응답한 비율이 30%대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연료비 등의 비용 절약(24.2%), 고정비용 삭감(17.4%), 사입처 및 사입 방식 변경(8.9%), 기존 사입가격의 변경(7.5%) 등 순이었다.

제조업을 중심으로 엔저에 따른 제품 사입 비용 상승분의 판매 가격으로의 전가 사례가 큰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분석됐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같은 강력한 엔고 대응책을 추진하지는 못했으나 각자의 기업 규모와 환경에 맞는 환율변동 대책을 강구해왔다”며 “최근 원고·엔저 상황을 맞이한 우리 수출 기업도 일본 기업의 대응 사례를 참고해 자사에 맞는 최적의 환율변동 대응 전략과 포트폴리오 구축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신종모 기자 jmshin@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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