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구 금호석화 회장 용퇴...박준경 사장 3세 경영시대 열려
2023-05-11
[스마트에프엔=정우성 기자]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과 조카 박철완 전 상무의 경영권 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배당 확대와 사외이사 선임을 두고 맞붙은 이들의 표 대결을 앞두고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엇갈린 의견을 내놨다. 연기금 등 기관 투자가와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영향력이 큰 자문사들의 의견이 오는 25일 주총에서 어떻게 반영될지가 관심사다.
우선, 세계 양대 의결권 자문사 ISS와 글라스루이스는 회사 측이 제안한 배당안과 사외이사 선임안에 대해 지난 17일 모두 ‘찬성’을 권고했다. 국내에서도 대신금융그룹 계열 한국ESG연구소가 회사 측이 제안한 주요 내용에 같은 날 ‘찬성’을 권고했다.
이들 자문사는 투자자들의 정당한 주주권 행사와 책임투자를 위해 기업들의 주요 주주총회 안건을 분석하고 ESG 평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이다. 특히 ISS와 글라스루이스는 20%가 넘는 금호석유화학 외국인 주주들에게 영향력이 큰 것으로 파악된다.
금호석유화학은 보통주 1만원, 우선주 1만 50원을 배당 이익배당 의안으로 상정했다. 반면, 박 전 상무 측은 보통주 주당 1만 4900원과 우선주 주당 1만 4950원을 제시했다. ISS와 글라스루이스 모두 회사 측 안을 찬성했다.
ISS는 보고서에서 "금호석유화학의 운영실적은 탄탄했고 경영진은 배당정책을 실질적으로 개선했다"면서 "비핵심자산에 대한 매각을 약속하고 자사주 운영 계획을 설명한 발표한 주주 정책을 바탕으로 경영진이 발표한 주주친화적인 자산운용정책에 대해 긍정적인 신호"라고 설명했다.
글라스루이스는 "회사 측의 배당 성향이 별도 재무제표 기준 28.5%로 2017년 이후 최근 4년간 상승하고 있으며 배당 정책 상 별도 당기순이익의 현금 배당 기준을 초과했다"면서 "배당 성향과 함께 소각 목적 자사주 취득을 포함하면 별도 당기순이익의 43.7%에 달해 총 주주환원 재원이 이전보다 증가했다"고 찬성 이유를 밝혔다.
이번 주총의 핵심 쟁점 사안 중 하나인 사외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서도 두 자문사 모두 회사 측 안에 ‘찬성’ 입장을 밝혔다.
ISS는 현재 금호석유화학 이사회 내 7명의 사외이사 중 대부분이 2021년에 이사회에 합류했으며 올해 선출될 이사까지 포함하면 이사회 구성이 새로워진다는 점을 강조했다.
ISS는 작년 회사에서 박찬구 회장의 등기이사직 및 대표이사 사임, ESG위원회 및 전원 사외이사로만 구성된 보상위원회-내부거래위원회 신설 등 지배구조와 이사회 감시 기능을 강화한 점도 언급하며 "회사가 추진한 전체적인 지배구조 변화는 한국내 다른 기업들 보다 몇몇 지점에서 앞서나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글라스루이스도 "회사가 긍정적인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실행해왔고 이사회를 새롭게 구성하며 분명한 성과를 냈다"면서 "이사회에서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들에 대해서도 철저한 검증을 통해 추천된 인물들"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박상수 사외이사 후보의 과거 사외이사 경험과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경력 등이 있음을 언급했다.
한편 이날 공시에 따르면 박 전 상무는 금호석유화학의 총회의 소집절차 및 결의방법의 적법성에 관한 사항을 조사하기 위해 법원이 정하는 검사인을 선임해달라는 청구를 14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했다.
한국ESG연구소는 이날 발간한 보고서에서 회사 측이 제시한 배당안, 박상수 사외이사 선임 및 박상수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안에 ‘찬성’ 입장을 밝혔다. 먼저 ‘주주총회 의결권 행사 가이드라인’에 의거해 회사 측이 제시한 주당 현금배당금(DPS)가 적정 수준으로 산출되었음을 분명히했다.
한국ESG연구소는 보통주 주당 1만원, 우선주 주당 1만50원의 현금 배당에 따른 배당 총액 2,809억원은 작년 회사가 발표한 ‘주주환원정책’의 현금 배당 기준(별도 당기순이익의 20~25%)를 초과하는 수준이며 예정돼 있는 자기주식 소각까지 고려했을 때 총 주주환원 재원은 43.7%로 계획 이상의 주주환원 계획을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회사가 수립한 향후 5년간의 3.5조~4.5조원 규모의 중장기 투자계획까지 고려했을 때 회사 측의 현금 배당안은 적합하다고 분석했다.
한국ESG연구소는 박 전 상무가 제시한 배당안에 대해선 과다 배당으로 인한 주주가치 훼손을 우려했다. 금호석유화학의 중장기 투자계획에 따른 지출이 계획돼 있는 상황에서 최근 5개년의 지배주주순이익(금호석유화학 당기순이익을 말하는 것인지 확인) 평균 수준에 비해 주주제안 측이 제시한 배당금 총액은 회사에 큰 부담이 된다는 설명이다.
한국ESG연구소는 “경기에 민감한 석유화학 업종의 수익 구조 변동성을 고려한다면 일시적인 이익의 성장을 배당 증가로 연결하는 것이 재무 안정성 저하로 인한 장기적인 기업 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도 했다.
회사 측이 추천한 박상수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회 위원 후보자의 선임 역시 한국ESG연구소는 ‘찬성’ 의견을 제시했다. 한국ESG연구소는 박상수 후보자의 “과거 엘지유플러스 및 교보증권의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장(리스크관리위원장),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위원장 등의 다방면의 경력을 높이 평가해 이사회의 전문성 측면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판단했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기관투자자와 외국인 투자자 의결권 행사에 자문을 담당하는 ISS와 글라스루이스, ESG연구소 모두 회사 측 안을 지지한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며 “이번 주총 표 대결에서 회사 측 안건 통과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국내 의결권 자문사 중 서스틴베스트와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은 가 박 전 상무의 안을 지지하고 나섰다. 이들 두 자문사와 ESG연구소는 국내 3대 의결권 자문기관이다.
지난 17일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보고서에서 박철완 최대주주가 주주제안한 △배당안 △이성용 사외이사 선임안 △이성용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안에 찬성표를 행사할 것을 권고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배당 안건에 있어서 “과도한 현금보유로 인한 (경영진의 비효율적 투자의사결정 등) 대리인 문제가 발생할 위험성이 높다”면서 박 전 상무의 배당 확대 요구에 동의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잉여현금흐름 이외에도 비연관 자산(2454억원), 기보유 자사주(17.3%)의 일부를 투자재원으로 활용할 예정이므로, 투자 계획 대비 투자재원이 충분한 상황”이라고 봤다.
회사의 부채비율이 낮아 추가적인 차입여력이 있는 점, 지난 3년간 잉여현금흐름이 순유입(약 2조 7231억원)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회사의 배당 여력이 부족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연구원 입장이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금호석유화학은 중장기 주주환원 정책을 수립한지 채 1년이 되지 않아 새로운 정책을 발표했고 주주환원 정책은 회사의 재무 및 투자전략과 밀접하게 연관돼야 함에도 잦은 정책의 변경과 제시한 범위를 넘어서는 배당 의사결정은 정책 자체의 신뢰도를 저해하는 요소”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종속회사에 대한 지분율이 대부분 100%(증손회사 포함)라는 점을 감안하면 연결재무제표 기준의 배당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봤다. 금호석유화학은 별도재무제표 기준으로 배당 확대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여기에 비상장 알짜 계열사들이 빠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금호석유화학은 향후 4조 5000억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공시했으나 잉여현금흐름 이외 비연관 자산의 매각, 자사주 활용으로 추가적인 투자재원을 마련할 예정이므로 주주제안으로 상정된 4184억원 규모의 배당금 지급이 회사의 장기적인 성장가능성을 훼손할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박 전 상무 측이 추천한 사외이사 선임에도 찬성 의견을 밝혔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이성용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회 후보자에 대해서는) 회사의 중장기 성장전략에 비추어 볼 때, 대규모 투자에 대한 자문을 제공할 수 있는 M&A 전문가가 선임될 경우, 이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바가 크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21일 발표한 보고서에 서스틴베스트도 박 전 상무가 제안한 ▲배당안 ▲사외이사 이성용 선임건 ▲사외이사 함상문 선임건 ▲감사위원 이성용 선임건 등 모든 안건에 찬성표를 행사할 것을 권고했다
서스틴베스트가 밝힌 금호석유화학의 주총제안을 받아 들이지 않는 구체적인 ‘반대 권고 사유’는 ▲독립성이 결여된 이사회 ▲주주의 비례적 이익 보호에 소홀한 이사회다.
서스틴베스트는 “박찬구 회장은 지난 2018년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의 최종 선고를 받았고, 2019년 5월 법무부로부터 취업제한 통보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금호석유화학의 회장(미등기임원직)을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021년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이사회 측 추천 후보 전원이 선임되어 이사회 구성원의 절반이 바뀌었음에도 여전히 박 회장을 경영에서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은 이사회 측 추천 후보들로 이사회의 독립성을 개선하는 데에는 명백한 어려움이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스틴베스트는 “회사가 최근 수 년간 동종업체 대비 우월한 수익성을 시현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저평가를 받는 이유는 여전히 높은 자기주식 비율 때문으로 볼 수 밖에 없다”면서 “다량의 자기주식을 장기간 보유할 경우 시장참여자들은 지배주주의 사익편취(지배권 강화 및 경영권 방어)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받아들인다”고 했다.
이어 “지배주주가 아닌 전체주주의 이익을 증진하기 위해서는 다량의 자기주식을 적극적으로 소각해야 함이 자명함에도 이를 여전히 방치하고 있는 것은 이사회 측 추천 후보들로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보호하는 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서스틴베스트는 근본적으로 독립적 사외이사가 부재한 현 이사회 구성을 문제로 보며 박 전 상무가 추천한 이사 후보 선임에 찬성했다. 또한 동종업체 대비 과소한 배당정책으로 주주가치가 훼손될 우려가 있다며 배당 확대를 지지했다.
한편, 박 전 상무는 “진정한 금호석유화학의 재탄생을 위해 준비한 주주제안의 당위성과 취지를 인정받아 기쁘다”며 “남은 기간동안 주주들과 더욱 소통하고 준비하여 주주들께 더 큰 가치를 환원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정우성 기자 news@smartfn.co.kr
댓글
(0) 로그아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