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韓 수출 1.8% 증가 전망…반도체·IT 등 견인”
2024-12-19
지난해 한국의 대중·대미 수출 격차가 2003년 이후 21년 만에 최소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은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과 2015년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를 거치며 지난 21년간 한국의 최대 수출시장 지위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중국 내수 부진과 중간재 자립 강화로 인해 한중 공급망 분업 체계가 흔들리면서 대중 수출은 감소세를 보이는 반면, 미중 갈등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따라 대미 투자와 수출은 동시에 늘어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6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대중 수출은 2023년보다 6.6% 늘어난 1330억2600만달러로, 주요 10개 지역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대미 수출은 10.45% 증가한 1277억9100만달러로 중국에 이어 2위였다. 대미 수출은 지난해까지 7년 연속 최대 실적을 기록했고 8년 연속 플러스 성장을 이어갔다.
이에 따라 한국의 대중·대미 수출 격차는 52억3500만달러로 나타났다. 2003년(8억9100만달러)이후 가장 좁혀진 것이다.
대중·대미 수출 격차는 2003년 8억9100만달러에서 2018년 894억500만달러를 기록했다. 2018년 대중 수출액은 1621억2500만달러로, 대미 수출(727억2000만달러)의 2배를 넘었다.
이후 대중·대미 수출 격차는 ▲2019년 628억5900만달러 ▲2020년 584억4900만달러 ▲2021년 670억1100만달러 ▲2022년 460억2300만달러 ▲2023년 91억2200만달러로 급격히 줄어들었다.
이는 대중 수출은 줄고 대미 수출은 늘어난 결과다. 지난해 월별 대중·대미 수출액 기록도 100억달러 안팎을 오가며 중국과 미국간 교역 순위 변동 가능성을 보여줬다.
대중 수출은 2021년 1629억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이후 2022년 1557억달러, 2023년 1248억달러, 2024년 1330억달러로 줄었다. 중국의 내수 부진과 중간재 자급률 상승으로 인해 한중 교역 구조에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간 한국은 부품·소재 등 중간재를 중국으로 수출하고, 중국이 이를 완제품으로 만들어 세계 시장에 내놓으면서 한국도 중국 경제의 성장 과실을 함께 누려왔다.
실제로 대중 수출은 중국이 WTO에 가입한 지 10년 만인 2010년 처음으로 1000억달러를 넘어섰고, 2015년 한중 FTA까지 발효되면서 2021년 정점에 달했다가 감소하는 추세다.
반면 미국으로의 수출은 증가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주요 수출 품목인 자동차(+8.2%), 반도체(122.8%), 일반기계(3.6%), 컴퓨터(196.8%) 등의 수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삼성, SK, 현대차, LG 등 국내 대기업들이 미국 내 반도체, 이차전지, 전기차 등 첨단산업 설비 투자를 확대하면서 관련 기계류 및 중간재 수출 증가를 이끌었다. 미국 빅테크 기업의 인공지능(AI) 서버 투자 확대도 반도체 수출 성장에 기여했다.
장상식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큰 소비시장을 갖춘 미국은 소비재와 인프라 투자 증가에서 기인한 IT·기계류·석유화학 등으로 수출 품목이 다변화돼 있다"며 "미국 현지 투자까지 늘면서 관련 중간재 수출이 늘어나 보다 안정적인 수출 구조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2.0 시대에 미중 갈등이 심화하고, 미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할 경우 향후 대중 수출을 확대하기는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장 원장은 "향후 미중 갈등과 중국의 자립도 강화 움직임을 고려하면 대중 수출 증가세를 이어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첨단산업 분업 체계와 공급망 강화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 2기에도 미국과 상호보완적인 교역을 늘려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동하 기자 rlaehdgk@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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