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에 참사까지…항공업계, 실적 악화 우려

유가·리스·공항 관련 비용 달러로 결제…환율상승↑ 비용부담↑
제주항공 참사 여파로 해외여행 줄줄이 취소…소비자 불안감 증폭
김동하 기자 2025-01-02 13:55:51
오는 20일 출범하는 미국 트럼프 정부의 통상정책 변화 등 우려와 계엄 및 탄핵 여파로 고환율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제주항공 참사까지 발생하면서 국내 항공업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높아진 환율 탓에 줄어든 수요가 대형 사고 여파로 더욱 줄어들어 항공업계 실적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전 11시33분 기준 1470원에 거래됐다. 15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환율은 지난달 27일 이후 1470원 선을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 1일 서울 명동거리 환전소 전광판에 환율이 표시되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1470원 넘은 환율…항공사 비용 부담으로 이어져

항공사들은 치솟는 환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항공사들은 주요 비용인 연료비(34%), 정비비(10%), 공항관련비(8%) 등 기업 운영에 필요한 전체 비용 절반 정도를 달러로 결제한다. 때문에 원·달러 환율의 상승은 곧 비용 증가로 연결된다.

일례로 대한항공은 지난해 항공유 구매에만 34억867만달러를 사용했다. 같은기간 항공기 정비를 위한 부품 비용도 6억4984만달러로 두 가지만 봐도 40억5851만달러에 달한다. 

대한항공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환율이 10원 오를때마다 330억원의 외환평가손실이 발생한다. 대한항공보다 리스 비중이 높은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환율이 10% 상승하면 3644억원 규모의 세전순손실이 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환율은 항공기 리스 비율이 높은 저비용항공사(LCC)들에 타격이 더 크다. 달러화 절상시 항공기 리스 부채 규모가 확대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사용권 자산은 환율 변동시에도 재평가하지 않는다. 해당 평가손실은 재무재표에 반영될 뿐 아니라 외화차입금에 대한 이자 비용도 늘 수 밖에 없다. 리스 항공기에 대한 정비 충당부채도 환율과 직결된다.

최근 미국 중앙은행(Fed)이 내년 금리 인하 속도를 대폭 늦출 것을 시사하면서 일각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500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당장 원·달러 환율이 급등해 달러로 결제하는 유가 등에 전보다 비용이 상승했고 이는 추후 유류할증료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항공요금 인상으로 고객 수요가 줄어들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에서 승객들이 탑승 수속을 하고 있다.

제주항공 참사…항공업계 여객수요 감소 직격탄

지난달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제주항공 여객기가 반파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승객 175명, 승무원 6명 등 총 181명을 태운 제주항공 7C2216편 여객기가 착륙 중 활주로 외벽에 충돌하면서 179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구조된 승무원 2명 외에 생존자가 나오지 않으면서 국내에서 발생한 항공기 사고 중 가장 많은 인명피해를 낸 참사로 남게 됐다.

이번 사고로 인해 LCC, 지방국제공항 이용을 기피하는 분위기가 생기면서 해외여행 계획을 취소하는 소비자들이 나오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도 연말연초, 설 연휴 해외여행 대신 국내 여행으로 대체할 것이라는 글들이 쉽게 볼 수 있다.

설 연휴 해외여행을 계획했다던 직장인 A씨는 "부모님을 모시고 태국에 여행을 다녀올 계획이었는데 이번 참사를 보고 취소했다"며 "비행기라는 기계 자체에 대한 불안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무안국제공항에 취항한 진에어가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봤다. 진에어는 무안발 오사카, 나리타, 타이베이 행 국제노선을 운항하고 있다. 특히 무안발 전 노선에 제주항공 사고 기종과 동일한 B737-800 기종이 투입되고 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항공 사고 직후에 항공사들은 안전에 만전을 기하겠지만 반대로 소비자 입장에서는 불안심리가 높아져 해외여행을 기피할 것"이라며 "고환율과 더불어 인명사고까지 벌어져 항공사들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들의 항공권 취소 및 변경 사례는 약 3개월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동하 기자 rlaehdgk@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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