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르는 난기류 사고…항공업계, 안전 대응 강화

기후 변화로 난기류 안전사고 10년 전보다 약 10% 늘어
김동하 기자 2024-08-30 09:19:02
최근 난기류로 인한 항공기 사고 비율이 늘고 있다.

30일 국토부 통계에 따르면 항공 사고 중 난기류 비율이 지난 2014년부터 2020년까지 평균 50%에서 2021년부터 60%를 웃돌고 있다. 최근 5년간 국내 항공사 사고 10건 중 7건은 난기류가 원인으로 나타나는 만큼 올해 상반기 국적 항공사들이 겪은 난기류가 1만4820건에 달한다. 이에 국적사들은 달라진 하늘길에 대한 대응을 강화할 방침이다.

대한항공 보잉 777-300ER 항공기 /사진=대한항공

주요 외신에 따르면 지난 5월 영국 런던에서 싱가포르로 향하던 항공기가 난기류로 인해 급강하하는 과정에서 1명이 숨지고 100여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달 초 우루과이를 향하던 스페인 여객기도 난기류를 만나 비상착륙을 하면서 20명이 부상을 입었고, 지난달 중순에는 카타르 도하에서 아일랜드 더블린으로 향하던 카타르항공 여객기가 비행 중 난기류 영향으로 탑승자 12명이 부상을 입었다. 

항공기가 고도를 낮추는 시점에 고도 간 큰 온도 차이로 인한 상승기류 발생이 빈번해지고 있다.

난기류란 공기의 흐름이 불규칙한 현상으로 바람의 불규칙한 변화, 상승기류와 하강기류 같은 수질류가 난기류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난기류 강도에 따라 ▲라이트(light) ▲머더레이트(moderate) ▲시비어(severe)로 구분하며, 익스트림(extreme)까지 4단계로 구분 짓기도 한다.

점차 뚜렷해지는 기후변화가 난기류의 발생 빈도와 위력을 상승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영국 레딩대 대기학과 소속의 폴 윌리엄스 교수는 지난해 '지구물리학 연구 보고서'에 발표한 논문에서 "시뮬레이션 결과 심각한 난기류가 향후 수십 년간 두 배, 혹은 세 배까지 증가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난기류 사고가 이어지면서 정부와 항공업계는 대응책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난기류로 기내식 등이 쏟아진 KE197편./사진=연합뉴스


2021년 이후 급격히 증가한 난기류 사고

잦은 난기류 사고로 인명피해가 이어지자 국토부는 항공사 자율 대비에 그치지 않고 이번달 ‘항공 이용객 안전을 위한 항공기 난기류 사고 예방 대책’을 구체적으로 내놨다.

지금까지 비행계획 시 기상예보가 있는 경우 항로변경이 가능하지만, 비행 중 사전예보가 없는 난기류는 정보취득이 제한되는 등 문제가 있었다.

또 대한항공, 아시아나·티웨이항공·진에어 등 4사는 유료 민간기상정보 서비스를 사용하지만, 그 외 LCC는 비용·운영 등 문제로 서비스 사용도 제한되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실제로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난기류 인식 플랫폼(IATA-ITA)은 난기류 사고를 예방하려는 목적으로, 21개 항공사 2400대 항공기로부터 취득한 1억5000개의 난기류 실측 정보를 유상 판매 중이다. 국내선 대한항공, 진에어가 사용 중이다. 또 난기류경보시스템(WSI-TTA)은 난기류 위치‧고도‧강도‧방향 등 제공 중으로 아시아나와 티웨이항공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나머지 국내 LCC에선 비용상의 이유로 유료 서비스를 시작조차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항공기 운항 중 난기류로 인한 위험성은 늘 있었다"며 "아직 여객기 사고는 몇 건 없었으나 사고 예방을 위해 항상 긴장하고 있다. 안전 관련 예산을 더 늘릴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국토부


국토부 위험 기상정보 공유, 국적사들 대응 강화

이에 국토부는 난기류 예보정확도 향상을 위해 신형기부터 민간 기상정보 활용을 점진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며, 참여 항공사는 운수권배분(안전점수 배정) 인센티브를 줄 방침이다.

현재 대한항공, 진에어 등 2곳만 참여하는 국토부 '위험기상정보 공유체계'는 다음달부터 11개 국적사 모두 함께할 예정이다.

국토부는 항로별 기상특성 및 분석결과를 상호공유하는 체계를 구축해, 난기류 예보·회피 대응력을 강화한다. 이를 위해 항공기상청은 오는 2026년말까지 예보정확도 개선 연구 진행 중이다.

항공기 현장 종사자의 대응 역량도 강화한다. 특히 조종사는 비행전·중 난기류 정보를 확인하고 비행 중 활용하지만, 난기류 특성의 이해와 대응방식에 대한 개인편차 존재해 예보와 실제기상이 다른 경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또 조종-객실 간 난기류 정보전달 지연으로 객실승무원의 대응이 늦거나 준비하지 못한 상태에서 부상을 당하는 경우도 다수 발생했다.

국토부는 앞으로 운항관리사와 조종사 정기교육 과정에 난기류 특성, 발생원리 등 난기류과목을 신설해 종사자 교육과정을 늘리고, 조종사-객실승무원 간 신속한 정보전달 및 난기류 대응 필요역량 도출, 역량강화를 위한 구체적 가이드 마련할 계획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난기류 예측과 대응에 대한 정부 및 국제적 공조, 대책이 계속 나오고 있지만 다른 사고 예방에 비해 예측이나 대비력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승객 좌석벨트 착용을 의무적으로 관리하는 등 사고 시에 부상 등 피해를 줄이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동하 기자 rlaehdgk@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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