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진의 재미있는 K-LCC 이야기] (123) K-LCC의 설립 및 취항사(史)_4세대항공사_에어로케이항공④

2024-12-25 05:13:01
양성진 '세상을 바꾼 K-LCC' 저자


‘청주공항을 모기지로 하는 새로운 항공사’를 기치로 2016년 5월 설립되어 2019년 3월에야 항공운송사업자 면허를 받아낸 에어로케이항공은 이후 수차례의 연기 끝에 2020년 3월 취항을 목표로 설정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마지막 관문인 운항증명(AOC) 심사 일정이 하염없이 늦어지면서 취항은 또다시 연기됐다. 3월 취항에 대비해 2020년 2월16일 항공기 도입을 했으나 예기치 않은 코로나19 장기화에 발목이 잡혔다. 취항이 미뤄지면서 일본과 대만 등 국제선으로 노선을 확대하려던 계획이 차질을 빚으면서 2~3호기 도입마저 줄줄이 연기됐다.

모든 국적항공사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였지만 특히나 에어로케이항공 등 신생항공사들의 타격이 더 컸다. 수입은 없고, 고정비만 나가는 기간이 늘어갔다. 넉넉하게 준비되었다고 여겼던 자본금을 까먹고 있다 보니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다.

답답한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유니폼이 화제가 되었다. 에어로케이항공은 2020년 6월30일 성별 고정관념을 최소화한 유니폼을 선보였다. 항공업계의 기존관념을 깨뜨린 혁신적 디자인이란 평가를 받았다. 이날 공개된 유니폼은 정비사, 운항승무원, 객실승무원을 위한 복장으로 안전이라는 본질에 충실하고 성별을 구분짓는 요소를 최소화함으로써 편안함과 활동성을 살렸다.

특히 객실승무원 유니폼이 이목을 끌었는데 ‘아름다움’, ‘여성스러움’ 등 특정 성별에 대한 외형적 특징을 부각하던 기존관념에서 탈피한 혁신이 돋보였다. 활동성을 저해하는 디자인 요소를 과감하게 배제하고, 스커트와 구두 대신 통기성이 좋은 바지와 인체공학적 운동화를 도입해 장시간 활동시 피로감을 줄일 수 있었다.

에어로케이항공의 객실승무원 유니폼은 3년후인 2023년에 와서도 해외매체에서 다시 한번 조명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2023년 2월 월스트리트저널은 항공사들의 복장규정과 관련해 에어로케이항공의 유니폼을 언급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객실승무원의 유니폼은 역사적으로 매우 젠더화되어왔다"면서 "1990년대 들어 정치인과 기업인들이 남녀노소 바지정장을 선호하고 2000년대 들어서 중성적인 스트리트웨어가 유행함에도 많은 항공사가 시대에 뒤처졌다"고 평가했다. 이어 "한국의 에어로케이항공은 모든 성별을 위해 현대적인 이미지의 유니폼을 도입했다"고 소개하며 버진애틀랜틱항공, 제트블루의 유니폼 사례와 함께 언급했다.

또 일본 NHK 방송에서도 ‘Niji Kuro’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에어로케이항공을 소개했다. NHK는 "일본에서 학교의 제복이나 회사 유니폼에 치마뿐만이 아닌 슬랙스가 도입되는 경우가 있는데, 해외항공사에서는 복장이나 품행에 더욱 다양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한국의 한 항공사에서 2020년에 도입한 유니폼은 남성용과 여성용의 구별이 없는 안전성 중시의 유니폼이 탄생했다"고 평가했다.

다시 2020년으로 돌아가서, 에어로케이항공의 AOC 심사가 계속 지연되자 충북도의회는 "항공운항증명 발급이 늦어져 자본금이 급격히 고갈되는 절박한 상황"이라며 "하늘도 날아보지 못하고 자본금을 하늘에 날려버리게 생겼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에어로케이항공의 실제 장부상 자본금은 480억원이었지만 2020년 들어 월평균 10억원 안팎의 고정비용이 나가면서 2020년 10월말 보유현금이 140억원까지 줄어드는 등 조만간 지급불능상태를 우려하는 시각이 있었다.

에어로케이항공의 AOC는 신청한 지 1년 2개월이 걸려서야 발급됐다. 코로나19라는 특별한 상황이라 하여도 지나치게 지연됐다. 에어로케이항공은 당초 2021년 1월말 취항을 예고했다가 2월5일로 취항일정을 수정했다. 그리고 또다시 4월1일로 미뤘으나 다시 4월15일로 연기했다.

에어로케이항공은 2021년 4월15일 어렵게 첫 운항에 성공했다. 이날 첫 비행편은 청주발 제주행 RF605편이었다. 그런데 승객은 전체좌석(180석)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보통 신생항공사가 첫 취항을 하면 프로모션 할인항공권을 뿌리거나 취항지 관계자를 동원해서라도 비행기를 가득 채운다. 하지만 에어로케이항공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초유의 경영위기에 홍보비라도 아껴야 했다.

당시 에어로케이항공은 코로나19 시국에 우여곡절을 딛고 항공운항 면허를 받은 지 2년여 만에 정기편 운항에 나서면서 내실을 다지겠다는 의지를 곳곳에서 보여줬다.

<글 / 양성진 ‘세상을 바꾼 K-LCC’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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