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진의 재미있는 K-LCC 이야기] (122) K-LCC의 설립 및 취항사(史)_4세대항공사_에어로케이항공③
양성진 기자2024-12-11 11:50:29
국토교통부의 항공운송사업자 불허 결정 이후 9개월여가 지난 2018년 9월17일 에어로케이항공은 면허를 재신청했다. ‘재수’에 나선 에어로케이항공은 이번에는 그야말로 ‘조심조심’ 분위기였다. 이를테면 기존항공사들의 파이는 최대한 건드리지 않고, 국토부의 심기를 살피고, 안전성을 한층 강화하는 안이었다.
이에 따라 신청서에서 과당경쟁의 우려가 없는 항공자유화지역, 국적항공사의 운항점유율이 외국항공사에 비해 낮은 노선, 지방공항 이용 소비자의 편익 개선을 위해 지역민이 선호하는 노선 등 총 11개 노선을 선정해 3년차까지 운항하겠다고 밝혔다. 항공기 도입은 3년차까지 10대에서 6대로 축소해 청주공항 용량에 부합하겠다는 운항계획으로 수정했다. 납입자본금은 451억원을 확보해 국토부가 요구하는 면허기준 강화안에 충족하는 한편 인력, 정비 등 안전성을 보강한 운항계획을 마련했다.
국토부는 2018년 10월31일 새로운 심사기준 등을 담은 '항공사업법 시행령·시행규칙 일부 개정안'을 발표했다. 그리고 LCC 사업을 추진하는 신생항공사들에게 2018년 11월9일까지 새 기준에 맞게 다시 신청하라고 안내했다. 이에 에어로케이항공은 같은 해 11월7일 요건에 맞춰 신청서를 다시 한번 제출하는 등 국토부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노력을 다했다.
그사이 에어로케이항공의 지주사인 AIK(Air Innovation Korea)는 2018년 12월28일 제3자배정방식 유상증자를 통해 118억원을 확충했다. 1대주주 에이티넘파트너스가 118억원의 자본금 납입을 완료한 것이다. 에이티넘파트너스는 AIK 지분을 40.1% 확보해 에어로케이항공의 실질적인 단독 최대주주로 부상했다.
그리고 충북도가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붙였다. 충북도는 에어로케이항공 설립을 위한 전담지원팀을 꾸려 지원에 나섰다. 충북도의회, 세종시의회, 충남도의회, 대전시의회 등 충청권 4개 시·도의회 의장단은 에어로케이항공의 면허 발급을 촉구하는 공동건의문을 채택했다. 이들은 건의문에서 "중앙정부가 충청권의 항공수요와 교통편익을 외면함에 따라 충청권 550만 주민은 청주공항을 옆에 두고 거리가 먼 다른 공항을 이용하는 불편을 겪어왔다"면서 "정부는 국가 균형발전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청주공항 거점항공사의 국제항공운송사업 면허를 반드시 발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같은 노력들은 결실을 맺었다. 국토부는 2019년 3월5일 에어로케이항공 등 3사에게 항공운송사업 신규면허를 일괄 허가했다. 충북도는 발표직후 기자회견을 여는 등 축제 분위기였다. 청주공항 거점 LCC가 10년 5개월 만에 다시 탄생한데 따른 것이었다. 청주공항은 한성항공이 2008년 10월 떠난 후 거점항공사가 없었다.
하지만 에어로케이항공은 면허 발급 후 K-LCC업계의 고질적 병폐인 경영권 분쟁이 벌어졌다. 최대주주로 등극한 에이티넘파트너스는 면허 발급 일주일도 안돼 대표이사 변경을 시도했다. 국토부는 “일주일 만에 대표를 변경할 거였으면 미리 바꾸고 심사를 받았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또 "항공운송사업 면허 심사는 자금력, 사업성뿐만 아니라 대표가 얼마만큼 항공사업에 의지를 갖고 있는지, 즉 대표의 적격성을 중점적으로 봤다"며 “대표 변경을 요청할 경우 면허 변경 심사를 한층 엄격히 할 수밖에 없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발끈한 국토부의 반대로 대표 변경은 결국 성사되지 않았다.
이후에도 최대주주인 에이티넘파트너스가 강병호 대표를 교체하기 위해 지나친 경영간섭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 흘러나왔다. 심지어 강병호 대표의 임기가 2019년 5월28일 만료됐지만, 이사회는 한참동안 강 대표의 연임이나 새로운 대표 선임 등 어떠한 결정도 하지 않았다. 당시 에어로케이항공의 지분 100%는 지주회사인 AIK가 들고 있었다. AIK는 에이티넘파트너스(38.6%), 부방(9%), 강병호 대표(8.7%) 등이 주요주주로 구성되어 있었다.
최대주주인 FI(재무적 투자자) 에이티넘파트너스와 설립자이자 임기만료중인 대표이사 간의 경영권 다툼은 대표이사 공석이라는 애매한 상황을 연출하고, 이 상태가 이어지면서 사업 차질마저 우려되었다. 이 같은 갈등은 약 6개월이나 지속되었고, 2019년 9월10일 AIK 이사회에서 강병호 대표를 재선임하면서 경영권 분쟁이 비로소 마무리될 수 있었다.
국토부 운항증명(AOC)을 미뤄왔던 에어로케이항공은 그제서야 신청 절차에 들어갈 수 있었다. AOC 수검을 위해 필수적인 항공기 도입은 2020년 2월16일 이루어졌다. 이날 청주공항에 도착한 1호기는 A320 기종으로 180석 규모였다. 젊고 역동적인 항공사 이미지를 반영해 세계최초로 동체 좌우 디자인을 다르게 적용한 게 특징이었다. 또 충북 청주시 오송읍에 지상 7층 규모의 본사 건물을 마련하고 본격적인 취항 준비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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