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한미약품 경영권 분쟁…박재현 대표 해임안 '부결'

형제 측 제시안 무산…4인 연합 측 '승기'
1월부터 이어진 분쟁으로 고소·고발 17건
한별 기자 2024-12-19 17:29:18
임종윤·종훈 한미사이언스 형제 측이 추진한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 이사 해임이 무위로 끝났다. 형제 측과 대립해온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등 4인 연합 측이 경영권 분쟁에서 승기를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미약품그룹은 창업주 고 임성기 회장 별세 이후 부인 송 회장과 딸 임주현 부회장, 신동국 기타비상무이사(한양정밀 회장) 및 킬링턴 유한회사로 구성된 '4인 연합'과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임종훈 대표로 구성된 '형제' 측으로 나눠 경영권 분쟁 중이다. 

19일 서울시교통회관에서 열린 한미약품 임시주주총회에서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측이 제안안 박 대표와 신 이사의 해임안이 부결됐다. 사전 투표와 현장 참여 의결권 중 박 대표 해임안은 53.62%, 신 이사 해임안은 53.64%가 찬성해 특별결의 안건 통과 기준(66.6%)을 넘기지 못했다. 

박 대표는 임시주총 이후 기자들과 만나 한미약품의 업무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지주사가 사업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여러 건의 자해적 고소·고발의 자진 취하가 우선"이라고 말했다.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가 19일 오전 서울시교통회관에서 열린 한미약품 임시주주총회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올해 내내 분쟁, 고소·고발 이어져

올해 1월 송 회장·임 부회장 모녀는 OCI 그룹과의 통합을 추진했다. 이는 자금력을 확보해 연구·개발(R&D) 추진 동력을 얻기 위함이자 통합 과정에서 한미사이언스 주식을 처분해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이유였다. 

이에 형제측은 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을 잃을 것이라 우려하며 반발했다. 형제 측이 논의 과정에서 배제됐을 뿐더러 통합 지주사의 지분을 받지 못하는 것이 반발 이유였던 것으로 보인다. 

한양정밀 사장인 신 이사가 당시 형제측을 지지하며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는 형제측 승리로 끝났다. 그러나 신 이사가 지난 7월 모녀의 한미사이언스 지분 6.5%를 매수하는 주식 매매계약과 의결권공동행사를 약정하며 경영권 분쟁은 하반기 재점화됐다. 

양측은 고소·고발도 주고받았다. 이들이 지난 1월부터 주고 받은 고소 고발은 17건이다.

지난 9월4일 임 이사가 박 대표를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한 데 이어 임 이사측 한성준 코리그룹 대표가 지난달 13일 송 회장과 박 대표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이에 박 대표는 이번달 4일 임 대표와 고발 업무 담당자등을 무고죄 혐으로 맞고소했다. 

개인 뿐 아니라 회사와 연합간의 고발도 이어졌다. 한미사이언스는 지난달 15일에 3인 연합과 의결권 권유업체를 위계 및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했고 한미약품은 열흘 뒤인 25일에 한미사이언스를 업무방해 등 혐의로 고발했다. 

'무승부'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총 이후 4인 연합 탄생

지난달 28일 진행한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주총회에서 3인 연합이 내세운 정관 변경건이 부결됐지만 신 이사가 기타부상무이사로 신규 선임되면서 이사회는 동률로 재편됐다.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총 이후 라데팡스파트너스의 특수목적법인 킬링턴 유한회사가 3인 연합과 주주 간 계약을 체결하면서 형제 측을 상대하는 연합은 4인으로 재편됐다. 이후 4인 연합은 한미사이언스에 이사회 결의 없는 한미약품 주주총회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신청을 진행했으나 기각됐다. 

이후 19일 진행된 한미약품 임시주주총회에서 한미약품 이사회 구도를 기존 형제측 인사 4인에서 6인으로 개편하려는 계획이 무산되면서 4인 연합 측의 승리로 해석됐다. 4인 연합 측은 임시주총에 앞서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모두 임시주총 안건에 부결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임시주총이 끝나고 "이번 주총을 준비하면서 만난 주주들이 '한미의 분쟁 상황이 빠르게 종결돼 한미가 더 발전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를 무겁게 받아들이며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 임주현 부회장.(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이후 갈등 계속 지속되나…업계 '분쟁 해결 필요'

업계에서는 한미약품그룹의 경영 상태를 회복하기 위해 경영권 분쟁을 빨리 끝내야 한다는 의견에 이견이 없다. 경영 안정성과 기업 가치가 하락하고 연구개발 경쟁력마저 약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한미약품의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51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 11.4% 감소했다. 한미사이언스 영업 이익은 같은 기간 37.2% 줄어들었을 뿐 아니라 주가 역시 지난 10월 말보다 반절 정도인 2만9000원 선으로 떨어졌다. 

형제 측과 4인 연합 모두 타협의 여지는 있다. 임 이사는 지난 13일 한미약품 임시주총 철회를 제안하며 경영권 분쟁 장기화를 막자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화해 제스처'로 바라본다. 박 대표는 "임시 주총은 대단히 소모적인 것이라 생각한다. 임 이사가 조금 더 빨리 제안을 공식적으로 했다면 주총 취소도 진지하게 검토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녀 역시 신 이사와 킬링턴 유한회사가 이익을 위해 돌아설 가능성이 있는 만큼 형제 측과의 타협에 우호적일 수 있다는 전망이다.

박 대표는 형제측 및 한미사이언스와 주고 받은 고소·고발에 대해 "지주회사가 자진 취하한다면 고소 건을 취하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한별 기자 star72@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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