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가장 치열한 선거" 평가
경합주 선거가 승패 갈라
트럼프, 보호무역 한국 압박 가능성
해리스, 바이든 기조 이어갈 듯
김준하 기자2024-11-05 16:48:19
‘대격돌’의 막이 올랐다. 제 47대 미국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5일 자정(현지시간) 미 북동부 뉴햄프셔주의 딕스빌노치에서 시작됐다.
‘역대급’ 치열한 선거
이번 미국 대선은 “현대 역사상 가장 치열한 미국 대선 중 하나”(파이낸셜타임스)라는 평가를 받는다. NBC가 3일 공개한 대선 직전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해리스와 트럼프의 전국 단위 지지율은 49% 동률을 기록하며 ‘초접전’을 벌였다. 플로리다 대학의 조사에 따르면, 사전투표자 수가 7800만 명이 넘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비대면 사전 투표율이 정점을 찍었던 2020년엔 못 미치지만 2016년 대선에 비해 크게 증가한 수치다.
후보 간 비난 수위도 엄청났다. 트럼프 후보는 해리스 후보에 대해 “극단적인 좌파 미치광이”, “미국 역사상 가장 무능한 부통령”, “정신지체”라고 했다. 해리스 후보는 트럼프에게 “기자회견을 할 만큼 똑똑하지 않다”, “자제력을 상실한 인물”이라고 했다. 알렉스 케이서 하버드대학교 교수는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수십 년 동안 이런 언어가 사용된 선거는 본 적 없다”고 평가했다.
정치적 양극화가 폭력 사태를 낳기도 했다. 트럼프 후보에 대한 암살 시도가 두 차례 있었고, 해리스 후보 캠프 사무실에서는 총격 흔적이 발견되었다. 며칠 전 우편투표함에 화재가 벌어져 수백 장의 투표 용지가 불에 타는 사건도 있었다.
가장 중요한 건 경합주 승부
여러 언론에서 두 후보의 전국 단위 지지율을 비교하며 판세를 분석한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경합주(스윙 스테이트) 7개의 선거 결과다. 미국 대선이 간접선거 방식을 채택하기 때문이다.
간접선거 방식에서 유권자들은 각 후보에 직접 투표하지 않고 선거인단을 먼저 선출한다. 선거인단은 각 주의 인구에 따라 결정되는 의회 하원의원 수에, 상원의원 수(2명)를 더해 배정된다. 대부분의 주는 ‘승자독식’ 방식을 채택하는데, 한 후보가 과반 이상의 표를 얻으면 해당 주의 모든 선거인단 표를 가져가는 시스템이다. 선거인단 538명의 과반인 270명을 확보하면 미국 대선의 승자가 될 수 있다.
민주당 우세 주(블루 스테이트)와 공화당 우세주(레드 스테이트)에서는 선거 결과가 사실상 확정되어 있다.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는 225명,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는 218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한 상황이다. 따라서 총 93명의 선거인단이 배정된 7개 경합주에서 우위를 점한 후보가 대선의 승자가 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와 시에나 대학교의 경합주 여론조사에 따르면 해리스가 7개 중 4개 주에서 앞섰다. 반면, 에머슨 칼리지와 미국 의회전문매체 더힐의 여론조사에서는 트럼프가 4개 주에서 앞섰다. 이처럼 여론조사마다 경합주 판세 결과가 다르게 나오는 형세다. 일곱 주의 결과 모두 오차 범위 내에 있어 사실상 동률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시 보호무역 등 한국 압박 예상
트럼프와 해리스가 당선될 때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에도 큰 차이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는 강력한 보호무역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트럼프는 최대 20%의 ‘보편 관세’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한국의 반도체, 자동차 부품 등 대미 수출 품목에 높은 관세와 수출 제한이 강화될 수 있어 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늘어나는 대미 무역 흑자를 트럼프가 문제 삼을 가능성도 크다. 한국은 대미 무역흑자 8위를 기록하고 있고, 지난해 444억 달러의 사상 최고 흑자를 냈다. 만약 트럼프 2기 정부가 들어서고도 무역 불균형이 이어지면 미국이 수지 개선을 요구할 수 있다. 한국 기업은 미국산 석유와 가스를 구매하도록 압박 받을 수 있다. 실제로 트럼프는 9월 조지아주 유세에서 미국을 착취하는 대표적인 국가로 한국을 꼽기도 했다.
안보 문제에서는 방위비 분담(burden sharing)이 거론된다. 4일 한국과 미국은 2026년부터 한국이 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정한 제12차 한미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SMA)에 서명했다.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주한미군 철수를 압박하며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을 요구할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트럼프가 재집권할 경우 이 협정을 깨고 재협상을 요구할 수도 있다.
해리스 당선시 바이든 기조 유지 전망
해리스가 당선된다면 바이든 행정부의 기조를 이어 중국 견제를 지속하면서 반도체 산업의 미국 내 자급화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대중국 반도체 수출이 다소 제한될 수 있지만, 미국 시장에서의 수요가 늘어나 한국 반도체 기업의 미국 내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다.
다만, 대중국 제재 정책으로 인한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 특히, 국내 철강업계 업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지난 8월 중국산 철강에 대한 관세를 기존 7.8%에서 25%로 높였고 이 때문에 중국산 철강이 국내로 많이 수입됐다. 중국의 부동산은 침체되고, 한국의 건설투자가 몇 개월째 감소해 철강 수요가 낮아지고 있다.
또한, 친환경·탄소중립 관련 규제가 한국 수출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산업연구원은 해리스 후보 당선 시 글로벌 지속가능한 철강 협정(GSSA)', '미국 청정경쟁법(CCA)'과 같은 탄소무역장벽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한국의 산업이 저탄소·친환경 제품을 생산하는 거으로 대폭 전환해야 할 지도 모른다.
안보 문제에서는 방위비에 대해 크게 문제삼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해리스는 “(한미 동맹은) 인도·태평양과 전세계의 안보와 번영의 핵심축”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트럼프가 한국에 방위비 증액을 압박하는 것에 대해선 “한국은 이미 상당한 분담금을 내고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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